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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서 할 수 있는 이야기

by 다니엘라


*오늘 글은 뭐 이런 이야기를 다하노? 싶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혹시 읽으시다가 ‘아, 뭐야…;;’ 하며 당황하실 수도 있습니다. 혹은 낯이 뜨끈 거리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지금 100% 날것의 육아 현장을 보고 계신 겁니다. 상상은 덜 하시면 감사하고, 저런 일도 당하는구나!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어주시면 더 감사할게요. 윙~크! :)




두 달 난 아기가 이틀 연속 통잠을 잤다.

예상하지 못한 통잠이었지만, 이에 웬 떡인가 싶어 나도 덩달아 긴긴밤을 늘어지게 잤다.

잠에 취해서 기저귀를 갈아주고 눈을 감은 채로 수유를 하지 않아도 되는 기적 같은 밤을 맞는 일은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러웠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호화로운 밤이었다.



아이의 통잠이 정말로 즐겁기만 했다면 오늘 글은 쓸 일도 없었을 것이다. 고통 뒤에 기쁨이 따라오듯, 자연스레 기쁨 뒤에도 고통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오늘은 그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아기가 통잠을 자는 밤사이에 모유 수유를 하지 않았고, 보통 3-4시간 간격으로 지켜지던 수유 텀이 8시간 이상으로 늘어났다. 낮과 밤을 쉬지 않고 모유를 공급하던 가슴으로선 갑작스러운 처사였을 터.

여느 때처럼 가슴은 아기를 위해 3시간마다 새로운 모유를 만들어내고 아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데 첫 통잠을 잔 이틀간 8시간이 지나도록 아기 손님이 찾아오지 않았으니 가슴은 화가 단단히 났다.



큰 바위 얼굴 대신, 큰 바위 가슴이 등장했다. (가슴이 대빵만 해졌다는 말 아님 주의). 마미 전문용어로 가슴이 제대로 뭉쳐버렸다. 울혈이라고도 하고 젖 뭉침이라고도 하고(어감이 영…), 가슴이 뭉쳤다고도 하고, 젖몸살이 왔다고도 하는 그 증상이 나타났다.

가슴이 뭉치게 되면, 넉넉히 생성된 모유가 밖으로 배출되지 않아 차고 넘치는 바람에 유선이 막히고, 유선이 막히니 가슴이 돌덩이처럼 단단해지는 증상이 생기는 것이다. 유선이 막히고 가슴이 단단해지니 끔찍한 통증도 자연스레 동반된다.



큰 바위 가슴의 등장으로 하루를 꼬박 통증에 시달렸다.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는 징한 치통처럼 가슴 한켠이 은근하게 강도를 높이며 아파왔다. 아기에게 최대한 자주 젖을 물리며 가슴 뭉침을 해결하기 위해 애를 썼다. 이 문제를 하루 이틀 내로 해결하지 못하면 자칫 유선염으로 악화될 수 있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해결을 해야 했다. 심각해진다 싶으면 가슴 마사지를 받아야 하고, 그보다 더 심각해지면 마사지와 동시에 항생제 처방을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되기에 온갖 방법을 동원해 큰 바위 가슴을 공격했다. 큰 바위 가슴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내 그럴 줄 알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큰 바위 가슴을 물리치기 위해 애를 썼다.

무엇보다 통증이 고통이 컸고, 그 고통이 느껴질 때마다 두 아이를 하고도 모자라 셋째까지 부지런히 모유 수유를 하는 나 자신이 조금씩 미워지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같은 생각을 반복하며 아기가 힘차게 모유 수유를 해 주기만을 기대했다. 그리고 수유 중에는 아기에게 엄마 좀 도와달라는 말을 비밀스럽게 속삭였다.



그리고 밤 아홉 시,

아기가 잠들기 전 마지막 수유를 하며 마음으로 기도했다. 이제 그만 가슴 뭉침이 풀리도록 도와달라고.

마지막 수유는 늘 넉넉하게 하도록 아기를 돕는다.

그래서인지 오늘 밤, 아기도 엄마를 돕기로 작정을 했는지 열심히 모유를 먹어주었다.

마침내 큰 바위 가슴을 무너뜨렸다.

“잘 가라!”



세 아이째 완모에 도전 중이다.

완모를 한다고 해서 한국모유수유협회에서 앞가슴에 표창을 달아주는 것도 아니고, 완모 클럽 수료증을 받는 것도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첫 번째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다.

모유 수유를 하며 겪는 어려움도 많고 수개월간 (모유 수유) 기능성 엄마로 활동을 해야 하는 부담도 있지만, 이 시간만큼은 아이들과 충분히 교감하고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기에 벌써 세 번째 완모에 도전 중이다.



수일 내로 또다시 큰 바위 가슴을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모유 생성의 축복이 지속된다면 세 번째 모유 수유도 아이가 필요로 할 때까지, 그리고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이어갈 생각이다.



멀리까지 내다볼 필요도 없고 크고 화려한 감사도 필요하지 않다. 그저 오늘의 가슴 뭉침이 풀려서 감사하고, 내일이면 또다시 뽀송한 아기 냄새를 솔솔 맡으며 모유 수유를 할 생각을 하니 행복하다.

이래서 내가 아이를 셋이나 낳았나 보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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