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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웃게 하는 사람들, 세 아이 엄마

by 다니엘라


수개월 만의 영화관 나들이다.

첫째는 교회에서 롯데월드로 소풍을 떠났고 둘째는 엄마, 아빠와 영화관 데이트를 약속했다. 약속은 했지만 셋째가 있어 아무래도 영화 관람까지는 함께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아이를 잘 설득해 엄마는 영화관 밖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빠와 둘째를 기다리기로 했다. 작은 여동생 앞에선 늘 맘이 약해지고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오빠니까 흔쾌히 엄마의 부재를 허락한다. 엄마 아빠와 함께 나선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둘째는 얼굴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엄마 '빠이빠이'를 외치며 영화관으로 향한다.


막둥이와 둘만 남은 나는 여유롭게 유모차를 끌며 까꿍 놀이도 하고 부지런히 걸음수를 채우며 세상 구경을 한다. 오래간만의 나들이라 아무것도 사지 않고 아무것도 탐내지 않아도 마음이 참 좋다. 착한 꼬마는 바람 솔솔 들어간 엄마의 마음을 엿보았는지 유모차에 누워 금세 잠이 든다.

갈까 말까 망설이던 스타벅스로 향한다. 선물 받은 커피 쿠폰 덕에 넉넉한 맘으로 맛있는 커피를 한잔 받아든다. 매장 내부 좌석에 앉기 위해선 계단을 두 칸쯤 올라야 하는데, 잠든 아기를 태운 유모차로는 도저히 엄두를 낼 수가 없다. 평소였다면 유모차 때문에 매장 내부로 진입조차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서러웠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기분 좋은 날은 '덕분에' 산책을 한다며 오히려 고마운 마음으로 매장을 나선다.

다음 코스는 서점이다.

영화관이 있는 건물 지하에 교보문고로 향해 평소 궁금했던 신간들을 둘러본다. 책은 역시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보며 즐기는 게 제일이다. 구매는 일단 보류하고 서점 한가운데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통로에 마련된 소파에 몸을 묻고 커피를 홀짝인다.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고 유모차도 브레이크를 단단히 걸어두면 아기도 바라볼 수 있고 편안한 자세로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아이가 자는 틈을 타 서점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이전에는 눈에 띄지 않던 삼둥이 가족들이 자꾸만 눈에 띈다. 한 명은 아빠가 목마를 태우고 또 한 명은 아기 띠에 매달려 있고, 나머지 한 명은 엄마 손을 꼬옥 잡고 걸어간다. 아들만 셋이다. 아이들 엄마의 피로감을 감히 상상해 보며 피식 웃고, 아이 셋이 바글거리는 다복함이 보기 좋아 또 웃음이 나온다. 세 아이를 가진 저 부모는 이미 부자인 것이 틀림없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세 배로 많이 들을 것이고 아이들과의 대화도 남들의 세 배는 다양할 것이고,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는 요령도 남들보다 세배는 뛰어날 것이다. 요즘은 이렇게 아이 셋인 가족들만 보면 절로 미소가 띄워진다.

아이가 셋인 가족들을 보면 난생처음 만나는 사람 일지라도 먼저 웃어주고 본다. 때론 상대방도 우리 가족의 주렁주렁함을 보고 같이 웃어 주기도 한다. 운이 좋을 땐 서로 대화를 주고받기도 한다. 우리가 서로를 향해 웃어 주는 이유는 아이가 셋인 게 반가워서 이기도 하지만 '당신도 정말 대견해.' '우리 잘 하고 있는 거예요.'하는 응원과 위로의 눈빛이기도 하다.


아이 셋 만이 더 특별하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아이가 하나인 집은 아이가 하나라서 수월하지 않고, 아이가 둘인 집은 또 두 아이가 만들어 내는 시너지 덕에 몸살을 하고 아이가 넷인 집은 말할 것도 없겠지. 다만 쭈욱 아들 둘인 엄마로 살아오다가 예쁘게 생긴 가족 구성원을 한 명 추가하다 보니 이전에 내가 걸어보지 못한 길을 걷는다는 설렘과 새로운 고됨에 아이 셋인 집만 보면 반가운 동질감을 느끼는 것뿐이다.

아마도 아이 셋인 다른 엄마의 마음과 내 마음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반갑고 손이라도 한번 잡아주고 싶은 그런 마음.


아이가 셋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미소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즐겁게 한다. 열 번 힘들다가도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을 보며 다시 힘을 내기도 하고 미소를 되찾기도 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

나를 웃게 하는 그녀들을 떠올리며 오늘도 아이 셋 육아를 힘 있게 시작해 본다.

"애들아, 이제 일어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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