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 같지 않았던 오늘도 날이 밝았습니다.
까만 밤 누워있자면 다음날은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까마득함이 느껴지곤 하는데, 결국 다음 날 아침은 어김없이 밝아옵니다. 때론 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음날 아침이 밝아오지 않는 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그만큼 새 날이 밝아 오는 게 두려울 정도로 힘겨운 날들이 있다는 겁니다.
지나고 보면 분명 기억도 못 할 힘든 날들일 텐데 왜 저는 자꾸만 힘듦에 집중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저는 평균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긍정보다는 부정의 방향으로 무게를 싣는 게 훨씬 자연스럽고 쉬운,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이기도 할 테고요. 하여간 한 몸으로 세 어린이를 케어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하소연을 이렇게나 장황하게 적어보았습니다.
첫째는 열한 살, 어지간한 과업은 혼자서도 척척 해결해 내는 든든한 아들이에요. 그런데 첫째와 저는 늘 속도가 맞지 않아요. 저는 빨리빨리 고속도로 타입이고 아이는 느긋한 시골의 오솔길 타입이거든요. 샤워도 숙제도 독서도 빨리빨리 했으면 좋겠는데, 아이는 자신의 속도대로 가다 보니 제가 가만히 두고 보질 못합니다. 제 성격이 급한 탓도 있겠지만 저의 기대치가 너무 높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쓰고 보니 제 탓이네요. 아이는 자신의 속도대로 실수도 실패도 해 가며 자라면 되는데, 그 모습을 그대로 봐주지 못하는 저에게 문제가 있었네요. 아이에게 “빨리해라!”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는 요즘이에요. 아이에게 웃어주기보다는 인상을 쓰며 강압적인 표정을 보일 때가 많은 요즘이에요.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면 결국은 알아서 할 텐데 뒤를 쫓으며 잔소리를 하느라 몸도 마음도 지치게 됩니다.
오늘은 아이를 보고 찡그리지 않고, 화내지 않는 엄마로 살아봐야겠어요.
둘째는 일곱 살, 똘똘하고 눈치도 빠르고 착한 아이예요. 동시에 호기심도 많은 편이죠. 그래서인지 위험한 행동 또는 부산스러운 행동으로 저에게 잔소리를 듣곤 한답니다. 그리고 요즘엔 제가 다른 아이를 돌보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 자꾸만 무언가를 요구해서 둘째에게는 “기다려!”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어요. 가장 안쓰러운 둘째예요. 안쓰러우면서도 고마운 둘째예요. 늘 원하는 것들을 제때에 들어주지 못해서 참 미안해요. 오늘은 기다리라는 말을 덜 하도록 애써봐야겠어요.
막내는 9개월 차 아기, 여덟 번째 이가 올라오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어제부터는 하루 종일 소리를 지르고 힘들어하네요. 케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개월 수예요. 그럼에도 막둥이 케어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을 알기에 오늘도 버텨 봅니다. 사랑하며 바라봐 주는 하루를 보내려고 해요.
실수도 많고 아이들을 아프게 하는 부족한 엄마지만, 실수했다고 포기하고 그냥 엎어져 있을 수는 없잖아요 오늘은 또 새로운 날을 살아내야 하지 않겠어요?
정확히 일 년 후에 오늘을 바라본다면 조금은 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기억해 낼 수 있겠죠. 그날은 그랬었다고. 그렇게 힘이 든 날도 있었다고. 하지만 잘 버티고 잘 지켜냈다고 스스로를 대견해 할 수 있겠죠.
지금 이 마음을 오늘 해 질 녘까지도 지킬 수 있을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사실은 자신이 없는 편이에요. 그럼에도 나와 내 가족들을 위해 다짐해 봅니다.
오늘 하루 부디 온화하고 너그럽게 보낼 수 있기를.
힘냅시다 다둥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