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낙방이었다.
지역의 글쓰기 공모전 수상자 발표일이었다.
공모작을 제출하던 날 수상자 발표일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7월 12일 작품 제출 마감, 7월 20일 발표.
마감일과 수상작 발표일이 그리 멀지 않은 것이 마음 졸일 날을 줄여준다는 면에서 마음에 쏙 들었고, 덕분에 20일이라는 날짜를 잊을 래야 잊을 수가 없었다.
3일 전부터 손가락을 꼽았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3일 동안은 윗배 아랫배가 번갈아 가며 간질거릴 정도로 마음을 졸였다.
그리고 20일의 아침이 밝았다.
오전 7시 30분, 손가락 풀기 운동을 위해 공모 사이트에 접속을 했다. 당연히 아직 수상작은 발표되지 않았다.
오전 11시, 직원들이 출근을 하고 미리 작성해 둔 수상작 발표 공문을 한 번쯤 손 보고 게시할 만할 시간으로 충분하겠다 싶어 사이트에 다시 접속을 시도했다. 아직 새로이 업로드된 글은 없었다.
오전 12시 50분, 혹시나 밥 먹으러 가기 전에 수상작 발표 글이 게시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이트 접속을 시도했다. 밥 먹기 전에 올리기엔 적절치 않은 무게감 있는 게시글 인지 아직 수상작 발표 글은 올라오지 않았다.
오후 2시. 점심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도 남을 시간이다. 이쯤 되면 결과 발표는 났을 거라는 확신이 섰다. 그러나 그 어떤 새로운 게시글도 올라오지 않았다.
두시 반, 세시, 네시, 다섯 시….
횟수를 계산하지도 않고 들숨 날숨 왕복 30번에 한 번쯤 공모 사이트 공지사항의 새로고침을 눌러댔다. 아주 오래도록 사이트에서는 내가 원하는 그림을 보여주지 않았다.
다섯 시 삼십 분 즈음해서 수상작이 발표되었다. 오전의 혹시나 했던 기대감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반짝이는 햇살을 처음 마주했던 시간만 해도 최우수작은 아니어도 꼬리에라도 붙어 수상자 명단에는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착각도 참.
점심시간이 지나고 해 질 녘이 다가오면서 어느 정도 낙방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야릇한 오기가 발동해 자꾸만 사이트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았던 것이다.
온종일을 바쳐 손가락 운동을 하며 오늘 하루 사이트 방문 횟수를 올리는 데 공을 세웠지만,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결과물을 마주했다.
아쉬웠다.
아쉬운 마음, 그것이 전부였다.
아프지 않았다. 조금 더 잘해볼 걸 하는 후회도 없었다. 나에겐 ‘도전’ 두 글자만으로도 충분한 경험이었다. 공모작을 준비할 때부터 억지스럽게 글을 짜낸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애써 외면하며 글을 마무리했고, 완성작을 오래 들여다볼 새도 없이 냅다 제출했다. 그저 내 손을 떠나보내기만 하면 괜찮은 녀석으로 거듭나 수상작이 되어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만 싹을 틔워뒀다. 결과는 거짓됨이 없었다. 그랬기에 오히려 시원했다.
어쨌거나 7월 20일은 지나갔고,
오늘 밤부터는 아랫배며 윗배가 간질거릴 일은 없겠다. 낙방은 털어내고 자, 이제 다음 스텝을 밟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