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플 때의 내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가 또 아프다.
금요일에 새로 시작된 감기가 결국은 또 폐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폐 사진을 보고 난 의사 선생님은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보탠다. 약이 남아있어도 아이 컨디션이 덜 좋아지는 게 보이면 어제 오셨어야지 왜 이제서야 왔냐며 어머니 진짜 그러시면 안 된단다. 어제 아이가 좀 더 보챘던 건 사실이지만 그것 말고는 딱히 더 나빠 보이질 않았으니 병원에 오지 않았던 건데, 남의 속도 모르고 잔소리다. 병원에 오는 골든타임을 알았다면 나도 병원을 차리고 원장님 소릴 듣고 있었겠지.
아이가 아프면 항상 내가 무언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가장 오랜 시간 아이를 간호하고, 아이가 입원하지 않기를 가장 간절히 기도하는 것도 난데 어쩌자고 아이가 아프면 또 그게 내 탓인 것만 같은 걸까. 아이의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면 한숨이 가장 먼저 마중을 나온다. 대체 아이가 왜 아프기 시작한 건지 원인을 분석하고 뒤이어 후회를 한다.
진료를 보며 의사 선생님께 한바탕 잔소리를 듣고 나면 그렇잖아도 작아져 있던 마음이 결국 갈 곳을 잃고 만다.
아이가 아프다는 말에 고생이 많다는 가까운 이들의 토닥임도 한 달에 수차례를 넘어서니 더 이상 위로가 위로가 아니다. 그들의 따스한 말들이 가벼이 공기 중에 흩어져 버린다.
결국 아이와 나, 우리 둘만 북적이는 병원에 남아 오롯이 아픔을 이겨낸다. 이제 다시는 아이가 아프지 않게 하겠다며 단단한 다짐을 심는다.
힘든 건 사실이지만 자기 연민은 하지 않기로 한다. 힘든 마음은 병원을 나서며 훅 털어내고, 힘든 몸은 집으로 돌아와서 살살 녹여낸다.
아이가 이번에도 잘 이겨내 주었으면….
아이가 이젠 좀 그만 아팠으면….
좋 겠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