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을 복수로 나타낼 수 있었던가…?
하여간 오늘따라 ‘들’을 꼭 붙이고 싶어서
[엄마의 작은 소망들]
1. 하루 종일 우리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지 않기
2. 온전히 나 홀로 세 시간쯤, 아니 조금만 더 욕심을 내서 네댓 시간쯤 커피 향 진하게 진동하는 카페에 앉아 책 읽고 글쓰기
3.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거실이 반짝반짝 빛나게 깨끗한 모습을 보기
4. 첫째에게 숙제하는 말 하지 않기
5. 삼시 세끼 누가 차려주는 밥만 먹기
6. 오늘 아침 뭐 먹지? 오늘 저녁 뭐 먹지? 고민 지옥에서 하루라도 벗어나기
7. 진짜 보고 싶었던 친구 만나 한 시간이라도 좋으니 수다 떨고 오기(아이들 없이 나 홀로)
8. 둘째가 해달라는 거 다 들어주고, 둘째의 모든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주기
9. 고깃집 가서 고기 구워 먹기 (소 돼지 구분 말고 3인분만 딱 먹자!)
10. 과일, 과자, 아이스크림, 떡볶이, 치킨 닭다리 애들한테 양보하지 않고 마음껏 먹기
11. 직장 생활의 어려움과 육아의 힘듦을 훌훌 털어 잠시 잊고 남편과 맛있는 걸 먹으며 이야기꽃피우기
12. 매일 글 쓸 체력 생기기
라고 어제 이 글을 썼었는데 오늘은 아기와 단둘이 병원 침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기가 아파 입원한 덕에 평소보다 이백오십 배쯤 한가한 밤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이런 식으로 나의 소망들이 이루어지는 건가…. 한편으로는 아이들 생각, 집 생각에 걱정이 구만 리지만, 또 한편으로는 병실에서 내가 이 걱정을 해결할 방법이 없음을 알기에 오히려 맘이 편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조금 다른 소망을 품어 본다.
정체불명의 고열로 시달리는 우리 아기가 열이 내리고 깨끗하게 치료될 수 있기를.
그리고 우리 집 꼬마 원, 투가 아빠 말씀 잘 듣고 엄마 없는 시간들을 잘 채워나가길.
애쓸 남편에게도 에너지가 꽉꽉 채워지기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