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7일.
우리 집 막내가 태어난 지 정확히 일 년 되는 날이다.
(라고 일주일 전에 써 놓고는 글 마무리를 미뤄왔다.)
세 아이와 복닥 거리며 하루하루를 바삐 살아내느라 일 년이라는 세월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른 채 아이의 첫돌을 맞는다.
첫째 둘째와 터울이 큰 막내는 일 년 내내 오빠들의 사랑과축복을 넘치도록 받고, 우리 가정을 더욱 환하게 만들어준 소중한 보물이다. 아들 키우다가 딸 키우는 건 일도 아니라며 체력 안배 따위 필요 없다던 사람들 다 나오세요. 우리 딸은 에너지가 충만한 활발 베이비, 집안 온갖 살림 다 꺼내는 저지레 베이비, 신나면 소리 지르고 퐁퐁 뛰는 돌고래 베이비 = 아들 둘 키우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는 편. 이지만 동글동글 애교도 잘 부려서 주로 예쁘고 귀엽다는 말이 입에서 술술 새어 나온다.
아이 셋 중 가장 자주 아파서 병원비도 아낌없이 썼고, 주사실 간호사 선생님들과는 너무 친해져버린데다가, 생후 1년에 벌써 입원도 두 번이나 했다. 그리고 그 두 번째 입원 수속은 오늘 오전에 밟았더랬다.
그럼에도 감사한 것은 앞서 아이 둘을 키우며 당황하지 않는 법을 터득해 아이가 아플 때면 비교적 차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아이 셋과 집안 살림까지 챙기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물 흐르듯 실수가 적다.
자주 아픈 만큼 더 건강한 아이로 자랄 거라는 기대감까지 더해져 아이를 간호하는 옆자리를 지키는 일은 그리 고되질 않다.
아이의 발달을 돕는 일로는 그저 일상을 아이와 같이
살아낸 것, 그리고 오빠들 틈에서 깔깔거리고 뒹굴며 놀게 한 일, 그리고 교회에 자주 드나들며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게 하며 듬뿍듬뿍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준 것이 전부다. 덕분에 아이는 낯가림도 심하게 하지 않고 그저 사람들 얼굴에 그라데이션 미소를 띄우며 수월하게 자라나는 아이가 되었다. 그래도 약간은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어 오빠들도 챙겨들었던 ‘뮤직가튼(음악수업)’을 문화 센터에 가서 등록해 주었다. 첫돌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문센 선생님은 이로써 우리 집 세 아이를 전부 가르쳐 본 우리 집 평생 선생님 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되었다.
아이 셋 중 수업 참여 태도가 가장 훌륭하다. 앞날이 기대되는 아가씨다. ㅎㅎㅎ
먹는 일을 빼놓으면 섭섭한 우리 아가씨는 꾸준히 잘 먹어온 아가씨다. 다만 위아래 어금니들이 너 댓 개쯤 우후죽순으로 올라오는 요즘은 이래저래 괴로운지 덜먹는다. 좀 지나면 괜찮아 지겠거니 하며 빵도 주고 고구마도 주며 달래가며 배를 조금이라도 채워주려 한다.
특별한 때를 제외하면 입을 딱딱 벌려주는 튼튼 우리 아기다.
주변의 많은 사랑과 관심 속에, 화살처럼 빠른 세월을 타고 아이가 태어난 지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낳아놓으니 쑥쑥 자랐고 뭘 하며 지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없는 시간들이기도 했다.
지나보니 주로 감사한 것들만 걸러져 남게 되었으니 더없이 기쁘다.
이제 아이도 나도, 그리고 가족들도 이 예쁜 아가씨와 공존하는 일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으니 이제부턴 실전을 살아낼 일만 남았다.
충분히 사랑하고 사랑하며 사랑해서 키워내는 우리 막내 이든이가 되길 바라며, 일주일이 지난 일이지만
우리 아기 첫 생일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