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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Nov 09. 2023

시작을 두려워 하지 않기

연재브런치북을 준비하며


셋째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본격 육아를 감당해 내며 글쓰기를 잠시 내려 두었다. ‘살아내기’에도 벅차다며 마음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징징이 라이프를 일 년 반 정도 살아왔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고 딱하고 고단하고 늙어 보이고 처량하다는 생각도 서슴없이 해치우던 날들이었다.

아이 둘을 낳고 겪어온 그 마음과 몸의 상태를 애를 셋이나 낳아 보고도 똑~같이 겪어버렸다. 경력직이라던 자신감 쩔던 그 목소리와 멘탈은 어디로 간 건지, 10년 전, 그리고 6년 전에 겪었던 그 산후 버거움증을 셋째를 낳고도 똑같이 겪어내고야 맨정신을 탁탁 털며 챙기는 중이다.

앞으로 둘, 셋, 넷을 더 낳아도 다시 겪을 게 뻔하니 이젠 진짜로 출산은 마감하기로 한다. 이게 얼마 만의 맨정신인데 말이야.



이제는 정말로 나른의 일상 루틴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아이들과 복닥거리는 삶뿐만 아니라 글에도 눈을 좀 돌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미세한 자신감이 생긴다.

아….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 나를 질책하고 미워했던가. ‘작가라면서 글도 하나 안 쓰네. 뭘 써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이 작가야? 설마 촘촘이 한 권으로 내 작가 인생도 쫑이 나는 것인가? 키보드에 손을 올릴 용기조차도 없는 사람은 작가 자격이 없지. 아이들 보기 민망하지도 않나 작가 엄마야?’ 등등  ‘질책의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책도 낼 수 있을 정도로 글을 쉬는 만큼이나 나를 질책하고 미워했었다. 글을 쓰지 않는 나를 말이다.



길고 어두웠던 시간을 뒤로하고 시아버님 덕분에 주어진 한 시간의 자유시간 동안 다시 글을 쓰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글쓰기 시동을 부릉부릉 걸어본다.

한동안 멀리했던 브런치를 둘러보니 이전에 없던 것들이 많이 생겨났다. 변형과 변화와 혁신의 시대에 발맞춘 작가가 되려면 변화에 자꾸 눈을 뜨고 맞춰가야 한다. 오래간만에 시간을 잠깐 내어 브런치 시스템을 둘러봤다. 흥미로운 것들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1. 연재 브런치 북

2. 응원받기

3. 크리에이터


크리에이터는 블로그의 인플루언서랑 비슷한 기능 같아 보인다. 아직 완전한 파악은 못했지만, 하여간 크리에이터라는 딱지를 달고 있으면 뭔가 조금 더 그럴싸해 보이는데, 나는 가족 분야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었다. 분야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아마도 내가 발행한 글들을 바탕으로 요리조리 평균을 내어 분야 설정을 해 준 것 같다. 분야 상관없이 크리에이터 선정만으로도 감지덕지다. 똥방귀 전문 크리에이터라 했더라도 감사히 받았을 일이다.


크리에이터가 되었으니 연재글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키를 좋아하는 작가라면 응당 공무원식 글쓰기를 지속해야 한다. 매일 일정 시간을 정해놓고 쓰고, 절대 폭주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끔 손가락이 신들린 날이 있다. 그런 날은 키보드 말 달려야지 뭐.) 일정 분량의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은 정해진 요일에 연재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꾸준히 쓰는 습관 덕에 발행할 글은 늘 준비되어 있을 테니까. 연재글은 어떻게 쓰는지 찾아보니, 복잡하다 일단. ㅎㅎ제목과 연재 북 설명과  표지와 목차와 주렁주렁 써넣어야 할 것들이 많다. 일단 눈으로 쓱 훑었으니 머리로 구상하고 메모로 준비를 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매주 화요일? 월요일?에 연재를 시작하면 될 것 같다.

늘 쓰던 글인데도 각을 잡고 시작하려니 또 이런저런 고민이 까꿍 하고 고개를 든다. 거기에 설렘까지 추가되니 대단한 프로젝트가 시작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응원받기 서비스는 블로그의 애드 포스트 같은 기능이려나? 댓글 응원으로 수익이 난다는 말이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지켜볼 일이다. 어떤 식으로든 수익을 얻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



깊은 침묵 끝에 다시 키보드를 (대충 말고) 쫘악 펼쳤다. 다시 쓰고 읽고 소통하는 날들이 활짝 열려 지길, 아이 셋이 도미노처럼 서로에게 바이러스를 전달하며 아프더라도 잘 이겨내며 글쓰기를 이어가기를 간절히 기대하며 글쓰기 인생 제2막이 열리기 시작한다.

그 첫날인 오늘,

날이 참 맑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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