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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Aug 28. 2020

코로나 시즌. 아이는 여전히 학교가 즐겁다.



(2020. 07. 18.)


우리 아이는 코로나 시대의 첫 초등학교 입학생이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쉬는 시간에 제한이 있으며,
급식실에서도 친구들과의 대화는 철저히 차단된다.
가림막 사이로 친구들의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아이들이 붐비는 것을 막기 위해 화장실은 수신호를 그려 수업 중 한두 명씩 다녀온다.
짝꿍의 개념은 없어진 지 오래며
와르르 몰려들어 진행하는 단체 활동은 경험할 수 없는 어려운 때를 보내고 있다.


아이가 처음 만난 학교는
코로나 시대 속 학교의 모습이다.



학교 생활이라는 것이
원래는 이렇지 않다는 걸
아이가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엄마의 시각에서
어른의 시각에서
아이의 코로나 속 첫 학교 생활은 고될 것만 같고
즐거운 일이라고는 별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아이는 언제나 그래 왔듯  부모의 상상을 뛰어넘는
넉넉한 긍정 주머니를 차고 있다.

  
매일매일 아이의 작은 입술을 통해
감사와 기쁨이 고백된다.


아이는 매일 밤 잠자리에 누워 이야기 주머니를 푼다.
맛있는 급식 반찬이 나오는 내일을 기대하며,
제일 앞자리로 옮겨가는 다음 주 수요일을 기대하고,
다정한 선생님을 만나는 월요일을 기다린다.


며칠 전 깜깜한 방에 온 식구가 나란히 누웠다.
한 손으로는 작은 아이를 토닥여주고,
다른 한 손은 큰아이의 손을 맞잡은 채
아이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는
‘오늘은 운이 정말 좋은 날이었어.’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이는 그날 점심,
처음으로 급식소에서 선생님의 옆자리에 앉았다고 했다.
선생님 옆자리에 앉아 식사를 한 일이
그날의 가장 행복한 일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지체 없이 아이에게 물었다.
“이삭아 선생님 옆에 앉은 게 왜 좋았어?”

아이는 어둠 속에서도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선생님을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좋았어.”

“아, 그랬구나. 이삭이 정말 좋았겠다.
그러면 이삭이는 선생님이 마스크 벗으신 모습도 봤겠네?”

“응 선생님 얼굴도 다 봤어. 우리는 갈비탕을 먹었는데, 선생님은 다른 국을 드셨어. 선생님은 매운 것도 잘 드셔.”

“와아~ 매운 것도 잘 드셔?”

“응. 그리고 선생님이 손을 밑에서 모으고 기도를 하고 밥을 드셨어. 선생님도 하나님을 아는 것 같아.”

선생님을 바라보는 아이의 고운 눈과 마음이 참 귀하게 느껴졌다.
 

아이는 늘 담임 선생님 앞에 ‘다정하다’는 수식어를 붙여서 이야길 했다.

아이들은 진심을 알아채고,
받은 사랑을 자신의 방식과 말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존재들이다.

안 되는 것이 많고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많은 이 코로나의 때에
선생님의 노력과
아이의 긍정이
즐거운 학교생활을 만들어 내고 있다.


생명이 가벼워지는 이때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각자가 생명을 보살필 수 있는 무순 씨앗을 나눠 주셨다.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 이상이 가려진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각자의 얼굴을 예쁘게 그리게 하여
아이들의 미소를 찾아 주셨다.


코로나 때문에
쉬는 시간에 뛰어놀 수도 없는 답답한 아이들을 위해
선생님은 급식소에 가기 전 잠시 시간을 내어,
아이들과 함께 교내 화단 근처를 산책도 해 주셨다.


함께 모여 활동하는 것이 금지된 아이들을 위해
선생님은 큰 그림을 조각내어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리고 각자의 개성을 살려 색칠하고 다시 하나가 되어 큰 그림이 만들어지는 협동화 작업을 경험하게 하셨다.


위험하다. 안된다.
할 수 없다고만 하는 이때에,
선생님은 묵묵히 고민하시고
아이들에게 대안을 찾아 주셨으며,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의 장을 열어 주셨다.


코로나 시대의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아이들은 자란다.


같이 고민하고 애쓰는 어른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이전과 비슷한 봄을 나고,
여름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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