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1. 도롱뇽을 분양했더랬죠.
(2020년 4월 3일의 글)
그날은 둘째 아이가 일찍 잠든 날 저녁이었다.
아직 세돌이 되지 않은 둘째는
가끔 저녁 식사를 하며 졸다가
결국 곤히 잠들곤 한다.
그날도 저녁 식사를 맛있게 하고 있었는데,
둘째 아이의 눈빛이 수상해지기 시작했다.
혹시나 해서 영상을 찍어뒀는데, 역시나...ㅋㅋ
양치질을 못하고 재운 것이 염려가 안된다면 거짓말이고, 그럼에도 아이가 먹다 잠든 모습이 귀엽다는 쪽으로 먼저 사고가 흘러간다. ^^
어찌 되었건 그날 저녁
둘째 아이는 일곱 시를 살짝 넘긴 시각에 밤잠에 빠져들었고, 첫째 아이는 오래 오래간만에 외동아들 놀이를 한다.
첫째는 동생이 잘 때 혹은 없을 때 더 착한 아들, 더 귀여운 아들, 더 예쁜아들로 변신을 한다.
엄마 아빠를 독차지하는 그 시간이 아이에겐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라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엄마 아빠도 거기에 박자를 맞춰 준다.
그날 저녁,
엄마 아빠가 저녁 식사를 마무리하는 사이
첫째는 ‘솔루토이 과학’ 책을 읽고 있었다.
실험이나 관찰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책이라
아이가 흥미를 갖고 참 좋아한다.
그날은 봄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다.
책에는 봄에 관한 여러 가지 내용 중
개구리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개구리 알을 키워요!’라는 제목의 활동이 소개되어 있었다.
아이는 책을 들고 와 개구리알을 잡으러 가자고 했다.
개구리알을 잡아와서 우리 집 작은 채집통에 넣고 위에는 모기장을 덮어 줄 거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일단 오늘은 자자.
내일 날이 밝으면 찾으러 한번 가보자.”
그렇게 그날 저녁을 마감했고,
다음 날 아이들과 지지고 볶던 중 개구리알이 생각났다.
부리나케 아이들의 옷을 갈아 입히고
집 앞의 하천을 따라 채집 길에 나섰다.
우리 집은 요즘 핫하다는 벚꽃세권.
집 앞의 무거천을 쭈욱 따라서 긴 벚꽃길이 이어진다.
다들 그 길을 걸으며 벚꽃을 즐기고 있었지만, 아이들과 나는 벚꽃을 볼 새도 없이 고개를 박고 개구리알을 찾기 바빴다.
개구리알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아직 시기가 조금 이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무거천에는 개구리가 살지 않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날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손에 들고 순순히 후퇴.
다음날 잠시 출근을 해야 해서
아이 둘도 마스크를 씌워 엄마의 일터로 동행했다.
엄마 사람은 손과 발에 모터를 달고 두 시간 반 만에 업무를 마무리 지었다.
그 길로 우리는 또 개구리알을 찾아 나섰다.
교회 근처에 선바위라는 곳이 있다.
태화강이 흐르는 곳에 큰 바위가 하나 우뚝 서 있어서 그곳을 선바위라고 부른다.
선바위에서 아래로 조금만 내려오면
연어들이 와서 알을 낳는 곳으로 유명한 지점이 나온다.
그곳에 혹시 개구리 알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아이들과 강으로 내려갔다.
눈앞에 펼쳐진 강을 본 순간.
‘아- 여기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물살이 너무 강했다.
작은 도랑이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돌 던지기를 실컷 하고 돌아왔다.
집에 가는 내내 첫째 아이는 개구리알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척척박사니까 할아버지한테 전화해서 개구리알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라고 엄마 사람을 재촉했다.
그래서 외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울산 지리도 잘 모르는 외할아버지에게.....
외할아버지는 논이나 도랑을 찾으라고 하셨다.
울산에 와서 논을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 논을 어디서 찾아냅니까...ㅠㅠ
집으로 가는 길 차 안에서 아이들은 깊은 잠에 빠져 들었고, 엄마는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본 끝에
우리 집에서 차를 타고 20여분 거리에 있는 ‘척과’라는 마을에 개구리알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척과의 전원주택에서 아이 셋을 키우며 사는 지인이다.
어서 오라는 지인의 말에 곧바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집 주변에 마트가 없는 삼둥이를 위해 과자를 잔뜩 사서 척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집 앞 도랑으로 출동!
알이 있었다.....
알이 있긴 있었는데,
그건 개구리알이 아닌 도롱뇽 알이었다.
얼마 전 첫째 이삭이와 ‘개구리와 도롱뇽’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에서 우린 개구리 알과 도롱뇽 알을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이삭이는 오히려 좋아했다.
사실은 개구리 알보다 도롱뇽 알을 더 키우고 싶다고, 꼭 가져가서 키우고 싶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도롱뇽 알을 한 묶음(?)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라 열심히 검색을 했다.
그런데...
토종 도롱뇽은 보호종이라 채집 및 유통 등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띠로리로리로리......
이러한 내용을 알려주자 이삭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당장 가져다 놓고 오자고 아빠의 소매를 끌었다.
ㅎㅎㅎ
아이는 실망 대 실망.
마음이가 약한 엄마 아빠는
열심히 검색을 해서 집에서 키울 수 있는 도롱뇽을 찾아냈다.
그리 비싸지 않고,
아이도 도롱뇽을 키우는 데 손과 마음을 보탤 수 있다는 판단하에 주문 완료!
그리고
하루 만에 도롱뇽 도착.
도롱뇽에 대한 아이의 사랑과 관심이 대단하다.
다행이고,
내 눈에도 참 귀여운 도롱뇽이다.
미니멀인 우리 집에 이렇게 또 한 식구가 늘었고,
이로써 우리 집은 장수풍뎅이 애벌레 한 마리, 장수풍뎅이 번데기 두 마리, 그리고 도롱뇽 두 마리를 키우는
그렇고 그런....집이 되었다.
엄마는 그저,
작은 생물들을 돌보며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사랑과 돌봄의 싹이 잘 돋아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