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3. 첫째 아이의 마음을 토닥여주는 중입니다.
(2020년 4월 28일의 글)
최근 수개월간,
둘째의 귀여움에 푹 빠져 살았다.
사실이다.
두 아이 중 누구를 더 사랑하냐는 바보 같은 질문에는
당연히 둘 다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더 귀여운 쪽은 둘째 쪽이다.
왜 이렇게 둘째가 귀여울까...
생각하며 첫째 아이의 어릴 적 사진들을 찾아보는데,
그 시기의 첫째도 지금의 둘째 못지않게 귀여웠다.
지금 봐도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고, 그때 당시에도 예뻐서 다른 곳엔 눈길도 둘 수 없을 지경이었다.
자아가 더 단단하게 굳어져가고
자꾸만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려는 첫째 아이.
그리고 악의는 없었지만, 형아의 물건을 자꾸 만지게 되고 심기를 건드리게 되는 둘째.
그리고 두 아이의 갈등 상황.
그러지 말아야지 여러 번 다짐했지만,
나도 모르게 힘없이 당하고만 있는 둘째 아이를 방어해주곤 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첫째 아이를 다그치고...
아이 둘 중 하나가 울면서 상황은 종료된다.
아이의 마음밭을 탓할 것이 아니라,
내 마음밭이 더 좋았어야 하는데...
좁디좁은 엄마의 마음밭 때문에 첫째 아이가 마음이 상할일이 더 잦게 일어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이들을 향한 마음이
똑같은 사랑이라는 것을 어떻게 전할까...
고민이 참 많았다.
우리 집 밤 풍경.
우리 집 안방에는 퀸 사이즈 침대 하나와,
베이비 가드가 둘러진 디자인의 아이 침대 하나가 나란히 붙어있다.
가끔을 제외하고는 두 녀석 모두 잘 때는 엄마팀이라며,
첫째는
“엄마랑 나는 파랑팀이야.”
둘째는
“엄마랑 나는 연두팀이야.”를 외치며 실랑이를 한다.
듣고 있던 나는
“너희 둘 다 무지개팀이야. 파랑도 있고, 연두도 있어.
엄마는 무지개 팀이야. 그러니까 너희도 무지개팀이야.”
라며 갈등을 종식시킨다.
그리고 결국 비좁은 아이 침대에서
나와 아이들이 뒤엉켜서 밤새 잠을 자고,
남편은 퀸사이즈 침대를 외롭게(즐겁게) 홀로 지킨다.
어젯밤의 일이다.
둘째 아이가 내 배위를 점령해서 그 위에서 자기 베개를 깔고 누워 있었다.
장난꾸러기 첫째는 그 베개를 확 빼앗아갔다.
진정하고 잠들어야 할 시간에 장난+심술이 발동한 거다.
순간 화도 나고,
장난도 그치게 하고 싶은 마음에 첫째의 베개를 빼앗아 둘째에게 줬다.
“요한이가 형아 꺼 베고 자.”
그러자 첫째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마는...
나한테 요한이가 나 때리면 다시 때리지 말라고 했으면서, 내가 요한이가 빼앗았다고 내꺼를 똑같이 빼앗아가면 어떡해! 엄마 나뻐!”
.........
아이에게 논리가 생겼다.
기쁜 동시에
마음 깊이 미안했다.
“이삭아 미안해.”
하며 아이들 각각의 베개를 원래 자리로 되돌렸다.
둘째는 뒤척이더니 금세 잠드는 눈치.
그래서 첫째 아이를 꼬옥 안아주며
고마움을 고백하기 시작했다.
“이삭아 엄마 마음 이해해 줘서 고마워,
엄마 용서해줘서 고마워,
이삭이가 엄마 아빠 아들이라서 고마워,
이삭이가 씩씩하게 자라줘서 고마워,
이삭이가 밥을 잘 먹어줘서 고마워,
이삭이가 엄마 이야기에 경청해줘서 고마워,
이삭이가 디즈니 만화를 재미있게 봐줘서 고마워,
이삭이가 요한이랑 재밌게 놀아줘서 고마워,
이삭이가 파란색을 좋아해 줘서 고마워,
이삭이는 엄마 아빠가 사주는 신발을 아무거나 잘 신어줘서 고마워,
이삭이가 브로콜리를 잘 먹어서 고마워,
이삭이가 땀 흘리면서 잘 뛰어놀아줘서 고마워,
이삭이가 친구들이랑 놀 때 양보도 해줘서 고마워,
이삭이가 엄마를 좋아해 줘서 고마워.......”
한참을 고마운 마음을 소리 내서 말해 주었다.
아이가 좋아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말할 때마다 꼬박꼬박
“응” 이라며 대답하며 반응했다.
한참을 그렇게 감사를 나누었다.
울컥하며 이삭이에 대한 감사한 마음, 미안한 마음이 교차했다.
‘이거 계속해야 되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
매일 밤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이삭아 엄마가 이삭이한테 고마운 게 너무 많아서,
오늘 다 말하기 어렵겠어. 내일도 또 이야기해 줄게.”
“응 엄마. 그런데 내일은 오십 개만큼 많이는 말하지 마. 대답하는 게 너무 힘들어.”
ㅎㅎㅎㅎㅎㅎㅎㅎ
“응 그래 알았어, 오십 개만큼은 안 할게 ㅋㅋㅋㅋㅋㅋ”
어렵지 않게 아이와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아 참 감사했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 감사했다.
오늘 밤도 아이에게 감사를 나눌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의도치 않게 첫째 아이에게 준 상처가 많을 것이다.
아이의 마음을 안아주고,
미안한 일은 사과하며,
아이와 관계를 회복해내야겠다.
오늘부터...
매일 밤 프로젝트,
아들아 고마워
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