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육아. 우리는 오늘도 집으로 등교를 합니다.

코로나 시대 온라인 입학식 이야기

by 다니엘라




올해로 여덟 살이 된 첫째 아이.
요즘 입학식은 간소해서 우리 때 입학식 같지도 않다고 들었지만, 우리 아이의 입학식은 해도 해도 너무 했다.

인생 최대치로 예쁘게 꾸미고 구두를 신은 엄마 손을 붙잡고 입학식장에 들어서야 했다. 지루한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친구들 틈에서 몸 베베꼬며 들었어야 했다.
그리고 마치는 길엔 학교 이야기를 신나게 하며 동네 중국집을 찾았을 거고...

조그만 화면에서 입학 축하 말씀을 해 주시는 교장선생님, 그리고 열정 넘치시는 1학년 담임 선생님들의 영상편지.

이것도 추억이겠지 싶으면서도,
내가 했던 그것을 아이가 경험해보지 못함이 마음 가득 안타까움으로 남았다. 엄마의 마음 인가보다.

그럼에도 아이는
1학년 2반 선생님의 영상편지가 나오자 쑥스러워하면서도 얼굴 전체에 번지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래, 네가 웃고 있으니 이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엄마 마음도 금세 기쁨으로 돌아선다.


4월 20일 월요일 오전 아홉 시.
입학식과 함께 EBS 방송으로 1학년 수업 일수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나도 좋아하는 ‘호랑이 선생님’이 나오셔서 수업을 진행하신다. 사실 아직까지의 내용은 지난 코로나 방학특강의 재방송이라 새로울 건 없지만, 아이는 신기하게 선생님의 율동과 놀이를 다시 따라 하며 듣는다.


EBS 교육방송 화면


초등학교 1학년의 온라인 수업은 총 2교시.
오전 9시에 1교시를, 그리고 30분의 쉬는 시간 후에 2교시 수업을 듣는다.

1교시가 끝나면 1교시 학습 꾸러미를 공부하고, 곧바로 디즈니채널 티비시청에 들어간다. 30분의 쉬는 시간 대부분을 티비시청으로 보내는 아이들에겐 꿀 같은 시간.

또다시 2교시가 시작되면 수업을 듣고 학습 꾸러미를 공부한다.
2강의 강좌가 모두 끝나면 3,4,5교시는 엄마와 함께 학습 꾸러미, 우리들은 1학년 이 두 권의 책을 가지고 수업을 한다.

못다 이룬 내 교사의 꿈은 이렇게 소소하게 이뤄지는 건가...

월요일, 화요일은 꼼짝없이 아이의 곁에 앉아서 함께 EBS 수업을 듣고, 아이의 학습 꾸러미 수업도 함께 해 나갔다.

첫째 날,
궁둥이가 들썩 거리는 아이의 눈을 보며
이건 진짜 학교에 간 거랑 똑같은 거라는 설명과 함께 수업에 집중해야 함을 알렸다.

그리고 둘째 날,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싶었다.
내복 차림을 벗고 등교하는 복장으로 갈아입도록 아이를 도왔다. 그리고 아이가 메고 싶었던 초등학교 가방을 메고 거실로 등교하는 퍼포먼스를 하였다.


화요일 수업중. 손님접대용으로 사둔 라이프타임 접이식탁이 요즘 효도를 한다. ㅎㅎ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비록 수업시간에 시리얼을 말아서 와그작거리며 먹기도 하지만, 자리는 꼭 지킨다.

이튿날까지는 아이 곁을 꼼짝없이 지켰지만 셋째 날부터는 강의는 아이만 듣게 했다. 물론 나도 근처를 돌며 집안일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했다. 그리고 3교시부터는 또다시 수업하는 엄마로 변신했다.

아이가 강의를 시청하는 중에는 실제로 점심 식사 준비를 하는 날이 많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짧은 시간 동안 내가 교사도 되고, 영양사도 되고, 급식소 여사님도 된다.
얼마 전까지는 과분하게 느껴지던 ‘돌봄 쿠폰’이 이제는 당연히 받아야 할 돈으로 느껴지 시작했다. 이거라도 안 받으면 억울하겠는걸? 하는 마음과 함께...ㅎㅎ


지금 우리 모두는 특별한 경험을 해내고 있다.
힘들고 하기 싫은 것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뿐 아니라 답도 없어진다.
받아들이고, 더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 내보자.
아이에게 호랑이 선생님보다 더 재미있는 선생님이 되어주고(가끔은 진짜 호랑이가 되기도 하고ㅋㅋ), 이 시간을 함께 누리자.

너도 나도 우리 모두 힘들다.
그러니 웃으며 버티는 법을 배우자.(나도 웃지 못할 때가 많다. 사실이다 ㅠㅠ그래서 이 글을 쓴다. 마음 다잡으려고.)
얼마 후애 우린 거짓말같이 다시 일상을 찾아낼 테고,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추억으로 남게될터다.


그 추억에 조금이라도 더 밝은 색채를 더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아이와 함께 집으로 등교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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