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엄마가 되고 난 후 나 홀로 외출이란

똥줄탔던 엄마의 외출을 마치며...

by 다니엘라


엄마가 되고 난 후 나 홀로 외출이란,
아직 휘젓지 않은 바닐라 라떼를
빨대로 서서히 빨아먹는 것과 같은 것.

- 집을 나서며 출발할 땐 진한 바닐라 시럽을 삼키는 것처럼 넘치는 행복을 느끼지만, 귀가시간이 다가올수록 위에 남아있던 쓰디쓴 커피의 맛을 보는 것처럼 현실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




엄마가 되고 난 후 나 홀로 외출이란,
어릴 적 소풍날을 간절히 기다렸던 것처럼
외출하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

-설명이 필요 없다. 말하면 입 아픈 이야기.




엄마가 되고 난 후 나 홀로 외출이란,
하늘 위의 뽀오얀 구름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 나 홀로 외출하는 것의 행복감에 대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온 세상이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




엄마가 되고 난 후 나 홀로 외출이란,
정말로 아이쇼핑이 가능한 그것.

- 아이들을 데리고 상점을 오고 가는 외출을 할 때, 아이쇼핑이란 불가능하다. 적어도 우리 가족은... 아이들에게 사탕이라도 쥐어주어야 하고 달래고 얼러가며 윈윈 전략을 짜야한다.




엄마가 되고 난 후 나 홀로 외출이란,
노 키즈존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당당히 카페에 들어설 수 있는 것.

- 분위기 좋은 노 키즈존 카페에 들어서며 감격하는 일쯤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엄마가 되고 난 후 나 홀로 외출이란,
집에 돌아올 시간이 되면 자꾸만 시계를 쳐다보는 것.

-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 생각에 외출의 결말에는 늘 시간과의 다툼이 있다.




엄마가 되고 난 후 나 홀로 외출이란,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것을 경험할 때마다 아이들 얼굴만 동동 떠오르는 것.

- 내가 경험하는 예쁘고 좋은 것들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꼭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 진다. 나 홀로 외출을 해도 나의 마음속 한 구석엔 아이들을 담아 외출을 하는 기분이랄까.




엄마가 되고 난 후 나 홀로 외출이란,
더 좋은 엄마가 되기로 다시 결심을 하는 기회가 되는 것.

- 아이들을 뒤로하고 나 홀로 양질의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는 미안함 비슷한 것과 함께 아이들에게 더 잘해주기로, 그리고 더 좋은 엄마가 되어주기로 자꾸만 다시 결심을 하게 된다. (혹시 저만 그런 건가요?;;;)




엄마가 되고 난 후 나 홀로 외출이란,
우리 아이들 또래의 꼬마들을 보면 눈이 떼지지 않는 것.

- 엄마 몸은 밖에 있지만, 내 안에 너 있다......



어제 직장에서 일일 엠티를 다녀왔다.
워크숍이라고 해야 할지, 엠티라고 해야 할지, 소풍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엠티가 가장 어울릴 것 같아서 ‘엠티’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울산에서 약 두 시간 거리의 거제도에 다녀왔다.
훨훨 날아가는 기분으로 집을 나섰고,
차에 올라타서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던 때의 환희와 감격은 달리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행복감을 느끼며,
동시에 돌아오는 길의 아쉬울 마음과
시간에 쫓길 나의 모습을 미리 예상하며 가여워했다.


거제도에서 돌아오는 길,
교통 체증을 마주했고,
예상시간보다 약 한 시간가량 늦은 귀가를 했다.
아이를 돌봐주시는 선교원에, 그리고 첫째 아이의 하교를 대신해 받아준 아이 친구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한 마음을 미리 전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
외출의 의미와 무게는 많이 달라졌다.


집을 나서는 길은 언제나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훨훨 나는 기쁨을 누리지만
돌아오는 길은 늘 전투 육아에 대한 마음을 다지는 엄숙한 시간이 되곤 한다.


젊은 날에는 그걸 몰랐다.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곤,
그리고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될 거라곤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을까.
(누군가 말해줬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겠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아이가 둘이나 되었고,
어제는 나 홀로 외출을 했으며-
내가 몇 시간 동안 느꼈던 그 감정을
그리고 외출을 할 때마다 느끼는 그 감정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지금의 이 감정도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색깔의 감정으로 대체되어 있을 것이다.
이 또한 귀여운 추억으로 남게 될 것 같아,
어제의 기억이 증발되기 전에 서둘러 기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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