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나 혼자만 독박을 한 게 아니었어.

by 다니엘라


시곗바늘이
밤 열 시를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를 하고 있는 시간,
“휴~ 다 읽었다. 불 끄고 눕자!” 하며
아이들을 잠잠히 재울 일만 남겨두고 있었다.


꿈나라 동화를 읽고 나면,
첫째 아이는 잠잠해지고 자야 할 때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둘째 아이는 책을 읽으면서부터
눈을 감았다 떴다 수면의 초입에 들어설 준비를 한다.


9시 45분 소등.
‘완벽했어!’ 라며 마음속으로 빵빠레를 세 번쯤 울린 그때,
“띠띠띠띠 띠띠, 따라란~~!’ 하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집 아이들은 도둑놈 발소리는 못 알아들어도 아빠 발소리는 귀신같이 알아듣는다.
로켓이 발사되어 튕겨 나가듯이 내가 말릴 틈도 없이 아빠 마중을 나간다. 생각해보니 나도 어렸을 적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은 이제 막 초저녁이 된 것 마냥
신이 나서 아빠를 맞는다

“아빠 다녀오셨어요~! 아아~빠~~!”
“아빠 다녀오셔쪄요? 쪈물은 이쪄요?(선물은 있어요?”

한바탕 소란을 피운다.


나 역시,
아이들 흉내라도 내며 달려 나가 남편을 맞을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분명 반가운 마음은 있는데,
또 달갑지는 않다.


세시반부터 시작된 오후 육아에,
지칠 대로 지쳐 아이들을 막 재우려고 하는 찰나
남편이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선다.


다음날 아침 죽을상 쓰며 누워서 뒹굴거리는 아이들을 깨우는 것도 나고, 그 아이들에게 당근과 채찍을(주로 채찍) 적절히 줘 가며 총총거리는 아침을 진땀 흘리며 보내는 것도 난데...
뒤늦게 들어서며 아이들의 잠을 ‘와라락’ 다시 깨우고 반가움을 앞세우는 남편을 보면 - 힘들겠다, 안쓰럽다, 그리고 반갑다는 마음보다도 심술이 먼저 밀려온다.


아이들과 분명 다정하게 잘 지내고 있었음에도
아이들이 막 잠들려는 골든타임에 현관으로 들어서며 아이들의 꿈나라 입장을 지연시키는 남편을 보며 괜히 아이들을 다그친다.
“얼른 들어와서 안 자고 뭐해!! 인사했으면 들어와야지~”


나 홀로
시곗바늘을 보며
남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다정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되어
아이들의 취침을 재촉한다.


깜깜한 밤이 되면,
나라는 사람은-
남편의 입장을 먼저 이해하고,
너그럽게 받아주는 아내 쪽이라기보다는
내 앞가림이 더 시급한 사람이었다.


아빠와 아이들의 애틋한 밤 나절의 부대낌 보다는
애써온 나의 시간에 대한 보상이 더 필요했고,
밤사이에 내가 처리해야 할 일들을 돌보는 것이
더 바쁜 사람이었다.


악다구니만 받쳐 올라오던 밤을 보내고
새벽을 열어보니,
어제와는 분명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
허허 참.


코끝에서 만나는 새벽의 찬 공기도 반갑고,
새벽같이 일어나 고구마를 쪄 놓고 설거지까지 끝낸 후
노트북 앞에서 지난날의 일을 마무리하는 남편의 모습도
환하게 빛나 보인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일을 두고, 관계를 두고 씨름했을 남편의 어깨 위에 잔뜩 놓인 짐들은 생각지도 못한 채
내 어깨 위에 얹어진 조그만 곁짐이 무겁다고 징징 거린
지난밤의 나를 한번 더 떠올린다.


이해하지 못했던 지난밤의 나의 옹졸함을
나부터 챙기기 바빴던 미안함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는데,
남편이 먼저 잇몸을 자랑하며 활짝 웃어 보인다.


나는...
더 미안함 마음을 들킬까 봐
아침부터 개그 섞인 몸짓으로 남편의 미소에 화답한다.


연말이 다가오며 전에 없이 바빠진 남편을 보며,
‘오늘도 독박이네..’했던 내 작은 마음을 되감아 본다.
사실은 남편도 회사에서 육아 독박 못지않은 업무 독박을 하며, 많이도 한숨짓고 많이도 머리를 쥐어뜯었을 터...
남편을 포함하여 늦은 시각 사무실에 앉아 있는 그들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독박을 감당하고 있었으리라.


나만...
왜 나만... 이 아니라.
나도, 그리고 당신도,
우리 모두 각자의 몫을 독박으로 감당해내는 중이다.


그러니 오늘 하루는,
너무 ‘당신만’을 탓하지 말고
서로를 조금은 이해하고
보듬어보는 하루를 보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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