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4, 45 - 캐나다 몬트리올 (Montreal)
2017.03.17, 18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프랑스어를 공부했다. 몬트리올은 그때 처음 알게 된 도시였다. 이후 대학에서 전공까지 하며 프랑스어와의 인연을 이어가게 될 줄은 몰랐지만,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프랑스어로는 몬트리올이 아닌 몽헤알이라고 발음한다. 솔직히 말해서 도시 이름이 예뻐서 가보고 싶었다.
토론토에서 버스를 타고 몬트리올로 이동했다. 5~6시간 정도 걸렸다. 국경도 아닌, 온타리오주에서 퀘벡주로 넘어가는 주의 경계를 지나는 순간 모든 간판과 표지판이 프랑스어로 바뀌었다. 영어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도착 첫날 이미 시간은 늦은 오후였기에 무얼 할까 고민하다, 숙소에서 가까운 몽로얄 언덕의 성요셉 성당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시내 전경을 보기 좋은 장소인데, 날이 따뜻할 때 가면 근처 공원과 언덕이 걷기 좋을 듯했다. 내가 갔을 때에는 곳곳에 눈이 잔뜩 쌓여있었으므로 산책은 하지 못했다.
어렸을 때 미국 미네소타 주에 살았었는데, 겨울에 이 정도로 눈이 많이 내렸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눈이 좋다. 물론 나이아가라에 있을 때처럼 폭풍 같은 눈보라는 싫지만.
멀리 보이는 성요셉 성당. 퀘벡 주는 언어뿐 아니라 건물들도 유럽의 건물들과 비슷한 경우가 많았고, 이 성당도 마찬가지였다. 구름까지 깃털 같아서 더 예쁜 날이었다.
성당 내부는 화려하지 않고 단정한 느낌이었다. 겨울인 데다 눈이 와서인지 주위 산책로도 막아놓고 성당도 일부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다행히 전망대는 전부 열어놓아 구경할 수 있었다.
구름 뒤에서 비치는 햇살이 너무나 예뻤다.
경치가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하늘이 예뻐서 기분 좋았던 성요셉 성당이었다. 야경을 보아도 좋았겠지만, 피곤했던 터라 숙소로 돌아갔다.
겨울이라서 더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몬트리올은 조용한 도시로 기억되었다. 둘째 날 오전에 들렀던 장 딸롱 마켓(Marche Jean-Talon)을 제외하고는, 대도시 치고 전반적으로 고요하고 얌전하게 느껴졌다.
물론, 관광객이 몰리는 곳들은 어쩔 수 없었다. 전날 오후에 갔던 성요셉 성당과는 대비되는 노트르담 성당. 캐나다 달러로 6달러를 내고 들어가는데, 표를 구입해야 해서인지 줄이 꽤 길게 서 있었다. 성당까지 줄 서서 들어가야 하나 잠시 고민하기는 했지만, 들어가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들어가 보기 전, 사진으로만 봤을 때에는 파란 불빛이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실제 들어가 보니 굉장히 우아한 모습이었다.
음악까지 연주되고 있어 더욱 아름다웠겠지만, 내가 여태껏 들어가 본 성당들 중에서 가장 멋진 성당 3위 안에 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몬트리올에 대해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음식이다. 점심으로는 퀘벡 주의 음식인 푸틴을 먹었고, 저녁으로는 몬트리올 식 스모크 미트 샌드위치를 먹었다. 푸틴은 감자튀김 위에 그레이비소스와 치즈를 얹어 먹는 음식인데, 토핑 종류가 굉장히 많다. 가장 기본인 푸틴도 맛있지만 다양한 토핑을 얹어 먹는 것도 묘미다. 내가 퀘벡 주에서 먹었던 가장 맛있는 푸틴은 몬트리올 푸틴 전문점에서 먹은 과카몰리 푸틴이다. 그레이비소스와 치즈가 많이 먹다 보면 살짝 느끼해지는데, 과카몰리가 그 느끼함을 산뜻하게 잡아주었다.
스모크 미트 샌드위치의 경우 우리나라 블로그에서는 대부분 별로라는 평을 많이 봐서 먹을까 말까 고민을 했었는데, 나는 이 메뉴를 지금까지도 북미에서 먹은 음식들 중 최고로 꼽는다. 훈제 고기를 잔뜩 넣고, 빵을 위아래 하나씩 얹은 음식. 장조림과 비슷한 맛이 나기도 하는데, 고기가 굉장히 부드럽고 맛있었다.
몬트리올만의 분위기를 조금 더 느낄 수 있는 곳은 역시 올드 몬트리올이었다. 이곳은 광장도, 건물들도, 유럽의 것들과 비슷하다. 이쪽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현대식 건물들 또는 북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택가들이 있지만, 올드 몬트리올에서만큼은 프랑스의 잔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왜인지는 모르지만 프랑스보다는 벨기에가 더 많이 떠올랐다.
그러나 단순히 '유럽이네'라고 할 수는 없었다. 분명 토론토와 달랐고 미국에서 가보았던 그 어떤 도시들과도 달랐지만, 이런 다름 속에서도 이곳이 여전히 캐나다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북미 문화와 잘 어우러진 그들만의 분위기가 있었다. 유럽이라고, 또는 북미라고 딱 잘라 정의할 수 없을 만큼.
올드 몬트리올의 거리를 걸으며, 이곳이 간직하고 있는 그 고유한 어떤 것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졌지만, 다음날 떠나야 해서 아쉬웠다. 아이의 키만큼 쌓인 눈은 이 도시를 더욱 로맨틱하게 만들었고, 나는 더 걷고 싶어 졌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올드 포트를 향해 걸어가 보았다.
푸른 세인트 로렌스 강과 푸른 하늘, 그리고 하얀 눈의 조화가 따뜻하고 예뻤다. 눈이 쌓인 몬트리올 여행을 마무리짓는 최적의 장소였던 것 같다.
# 사소한 메모 #
* 풍경 자체보다는 음식이 더 그리운 몬트리올. 이때부터였을까, 한국에 가서 요리해보고 싶은 음식들 목록을 만들고 있다.
* 남미에서는 프랑스어가 튀어나오더니, 여기서는 스페인어가 튀어나왔다. 참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