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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서 봄으로

Day 57, 58 -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Seattle)

by 바다의별

2017.03.30, 31


흔히 시애틀은 일 년 중 9달의 기간 동안 비가 내린다고 하지만, 내 기억 속 시애틀은 푸르른 색이다. 내가 있는 동안 비는 내리지 않았다. 게다가 한동안 하얀 눈만 보다 시애틀에서 활짝 핀 꽃도 보고 초록색이 가득한 공원들을 걸으니 반가웠다. 사실 시애틀이라는 도시에 별히 가고 싶었다기보다는 친구를 만나기 위함이었지만, 금세 한번 더 가고 싶은 도시가 되었다. 생각보다 볼거리도 많고 분위기도 마음에 들어 며칠 더 있을걸 싶었다.

겨울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오랜만에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숙소가 외곽이라 첫날은 가볍게 숙소 근처를 산책해보았다.

초록색 공원에 있으니 기분이 산뜻해졌다. 지긋지긋한 패딩을 벗어던질 수 있는 것만으로 편안해졌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호숫가까지 걸어나가 보았는데 비행청소년들이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꽤 위험한 동네였다. 앞으로 숙소를 정할 때 동네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음날, 시애틀 시내로 나가 본격적으로 구경해보기 시작했다. 벚꽃이 만개해 너무나도 예뻤다.

한적한 동네 길가에 이렇게 많은 벚꽃나무들이 심어져 있었을 줄이야.

조금 더 걸어 올라가 보니 케리 파크(Kerry Park)가 나왔다. 이곳에서는 시내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시애틀의 랜드마크인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도 보였다. 올라가 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보통 저런 곳에는 잘 올라가지 않는다. 파리를 그렇게 여러 번 갔음에도 에펠탑에 올라간 적은 딱 한 번밖에 없는 것은 에펠탑에 올라가면 정작 에펠탑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언덕에 위치한 케리 파크에서 천천히 바닷가로 내려갔다. 바닷가에는 여러 공원들이 이어져 있어 평화로웠다. 날도 따뜻하고, 걷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독특한 조형물들도 있어 지루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이날은 벚꽃들이 내 마음을 한가득 설레게 해주었다. 거리 곳곳에 있어 기분이 좋았다.

벽돌 건물들이 예뻤던 파이오니어 스퀘어(Pioneer square) 근처 거리를 지나,

저녁에 친구를 만나기로 한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 쪽으로 향했다.

시장 내에는 어디든 그렇듯 기념품부터 식료품까지 다양한 것들을 볼 수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화려한 색깔의 꽃들이 눈에 띄었다. 집에 있었다면 프리지어 한 다발 사다돌 시기였을 텐데.

커피를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스타벅스 1호점에도 들어가 보았다. 커피 맛은 다르지 않겠지만 1912년 그때의 로고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친구는 4시에 퇴근해 나를 만나러 왔다. 9년 전 베트남 워크캠프(국제 봉사활동)에 참석했을 때 만났던 베트남인 친구다.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다 약 2년 전에는 이 친구가 한국에 잠시 들러 만났고, 이번에는 내가 이 친구가 살고 있는 시애틀에 간 것이었다. 9년간 3번 만났을 뿐인데도 만나면 수다가 끊이질 않는 것이 참 신기하다. 우리는 같이 클램 차우더도 사 먹고, 아이스크림도 사 먹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친구의 남편도 와서 함께 베트남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정말 친구를 만나러 간 여행이었지만, 내 기대보다 시애틀은 훨씬 예쁜 도시였다. 여름에 다시 한번 가서 시애틀뿐 아니라 자연이 아름답다는 워싱턴 주를 다시 제대로 여행해보고 싶다.


# 사소한 메모 #

* "운명은 사람이 만들어낸 거예요. 모든 일들이 어쩌다 생기는 일들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Destiny is something we've invented because we can't stand the fact that everything that happens is accidental.)" -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Sleepless in Seattle) 중
* ♬ Owl City - Hello Sea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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