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사막에서의 하룻밤

Day 79, 80 - 모로코 사하라 (Sahara)

by 바다의별

2017.04.21, 22


드디어 사하라 사막 문전, 메르주가 (Merzouga)에 도착했다. 날은 오전보다 더 흐려졌다. 사하라 사막에서 밤을 보낼 캠핑장까지는 낙타를 타고 갔다가 다음날 아침에 또다시 낙타를 타고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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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 아주 어렸을 때 동물원 같은 데서 타본 기억만이 있다. 낙타 위에 올라앉아 낙타가 뒷다리 앞다리를 차례로 펼쳐 설 때 그 높이가 꽤 높아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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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모두들 스카프를 머리에 둘둘 감고, 선글라스도 쓰고 그야말로 완전무장을 하고 낙타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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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사진으로 보았을 때에는 굉장히 평화롭고 더워 보이기만 했는데, 실제로는 상상했던 것과 정반대였다. 모래바람이 이토록 엄청난 것인 줄 처음 알았다. 스카프로 꽁꽁 싸매고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었는데도 모래가 여기저기 침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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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팔을 입고 있었는데, 맨 살이 드러난 팔을 모래알들이 사정없이 때려서 너무 아팠다. 아파도 얼마큼 아팠겠냐 싶을 수 있지만, 정말 많이 아팠다. 다들 모래바람을 피하기 위해 자세를 낮추고 얼굴을 팔로 감싸고, 그렇게 불쌍한 자세로 갔다. 모래는 옷 속과 가방 속 여기저기에 침투해 나중에 사후 처리 작업도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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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1시간 반 가량 낙타를 타고 가니 엉덩이랑 허벅지도 어찌나 쑤시던지. 하지만 캠핑장에 도착을 했어도 해방이 아니었다.


"근데 우리 내일 아침에도 또 낙타 타야 하는 거지?"

"응..."


서로 울상. 아마도 낙타도 울상. 그래도 일단은 잊고 모래언덕에서 놀았다. 물론 운동화에 모래가 가득 담기고 모래바람에 또 한 번 휘청거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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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 전기는 낮동안 태양열을 충전해 사용한다는데, 이날은 너무 흐려 햇빛이 없어 충전이 별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식당 불만 켜고, 밖에 모여 앉는 장소에 전등 하나만 켜서 그 외 화장실이나 텐트 쪽은 깜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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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에는 이렇게 둘러앉았다. 원래는 사막이니 다 같이 별을 보러 나가기도 한다는데, 이날은 워낙 흐려서 별도 달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우리의 낙타를 이끌어주며 도와준 가이드들은 요리도 하고 이렇게 공연도 준비해주었다. 이들은 모두 베르베르인이었는데, 베르베르족은 아프리카 북부 지중해 연안 및 사하라 사막에 사는 종족이다. 원래는 프랑스어와 아랍어만이 모로코의 공용어였는데, 몇 년 전 베르베르어도 공용어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이들의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정치적인 이유였고, 그리하여 표지판 등등 모든 것에 언어를 하나씩 더 추가해야 해서 비용이 많이 들어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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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다양한 전통악기들을 신나게 연주하며 노래도 부르고, 그렇게 신났던 밤. 낮에 낙타 위에서 고생했던 것들은 다 잊고 그들이 연주하는 그들의 음악을 듣고 함께 춤도 추면서, 별이 없는 사하라의 밤을 나름대로 즐겼다.


텐트에는 침대가 있어 자리가 편했지만 샤워시설이 없어 그냥 모래 뒤집어쓴 옷 그대로, 갈아입지도 않고 잤다. 땅에는 딱정벌레가 많았는데 우리는 영화 '미라'를 떠올리며 밤새 손전등을 바닥에 비추어보았다. 잠을 설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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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을 보기 위해 오전 5시 반 기상. 밤에는 안 보이더니 새벽이 되어서야 하늘에 달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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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낙타를 타고 되돌아가며 일출을 보는 것이 계획이었는데, 역시나 날이 흐려서 전날 밤의 별처럼 일출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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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새벽에 이런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정말 사하라 사막에서 하룻밤을 보낸 것이 실감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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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맨 앞에 탔는데 맨 앞에 타니 우두머리가 된 기분이었다. 유목민 부족장이라도 된 기분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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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보단 재밌었던 것 같다. 이미 근육이 단련되었는지 엉덩이도 상대적으로 전날보다 덜 아팠고, 아침이라 추워서 긴팔을 입고 타니 모래바람의 아픔도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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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이랄 것도 없이, 어느새 해가 떠 있었다. 구름이 워낙 많이 껴서 달 같아 보였다. 기대했던 별은 보지 못했지만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고,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강렬한 모래바람을 느끼고 온 1박 2일이었다.


# 사소한 메모 #

* 낙타가 불쌍하다고 하니, 원래부터 사람을 태우고 짐을 싣던 동물이라고 했다. 원래부터 그랬던 동물은 없다.
* 사막에 대한 환상이라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대해 환상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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