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사막 가는 길

Day 78, 79 - 모로코

by 바다의별

2017.04.20, 21


마라케시에 온 이유는 마라케시 자체를 보기 위함도 있지만, 사하라 사막을 조금이라도 맛보기 위함이 가장 컸다. 모로코 사하라에 가려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라케시에서 출발하는 2박 3일짜리 투어에 참여한다. 하지만 실제로 사막에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마라케시에서 메르주가 (Merzouga, 사막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는 600km 가까이 달려야 하는데, 도로 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아 거의 하루가 꼬박 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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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20분경, 숙소 체크아웃 후 픽업장소로 가기 위해 방에서 나왔다. 그런데 숙소 직원이 나가려는 나를 붙잡고 아침식사를 차려두었다며, 시간이 없으면 빵은 싸주겠다고 했다. 아침식사는 원래 8시부터인데, 주인이 내가 아침 일찍 사하라 투어에 가는 것을 미리 알고 준비해준 것 같다. 나는 얼른 오렌지 주스 한 잔과 민트 티 한잔을 마시고 빵은 싸서 나갔다. 생각지도 못했던 아침식사에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덕분에 예정보다 늦게 온 픽업차량을 기다리며 요기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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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투어는 필리핀 남매와 오스트리아 여자 둘, 그리고 영국인 하나와 함께 온 모로코인 하나까지, 나 포함 7명이었다. 작은 밴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1~2시간 뒤 우리가 내린 곳은 하이 아틀라스 (High Atlas) 산맥의 전망이 잘 보이는 곳이었다. 사실 이미 캐년을 여럿 보고 남미에서도 구름진 산들을 많이 본 터라 크게 감흥이 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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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달려 도착한 곳은 바로 아잇 벤하두 (Ait benhaddou). 유네스코에 등재된 오래된 마을이자 성으로 '글래디에이터', '왕좌의 게임' 등 유명 영화 및 드라마의 촬영지이기도 하고, 내가 나름대로 기대를 많이 했던 곳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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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역시 모래 빛깔 그대로, 장밋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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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반 정도 걸어 올라가니, 꼭대기에 이르렀다. 밑에서는 날이 흐리기는 해도 따뜻했는데, 올라오니 바람이 많이 불었다. 물론 다음날 맞을 바람에 비하면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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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 마을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다고 한다. 가을에는 우기인데, 그때 집이 무너지게 되면 보수공사도 꽤 크게 해야 하는 모양이다. 가정집보다는 가게들이 더 많아 보였다.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대부분은 건너편에 있는 조금 더 현대적인 건물들에서 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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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투어에는 모로코인이 있었다. 영국인 친구가 여행을 오게 되어 함께 따라온 것이라고 했다. 그 친구는 20년 전 부모님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었다고 하는데, 그때 찍은 사진들을 우리에게 몇 장 보여주었다. 얼굴이 동그란 작은 꼬마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뿐, 모든 배경이 그대로였다.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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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 후 다시 차를 타고 달려, 오늘 밤을 보낼 와르자자트 (Ouarzazate)에 도착했다. 영화 촬영이 한창이었다. 폭발 소리도 나고, 버스가 불에 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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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일행과 친해졌다. 특히 우리 가이드는 가이드라기보다는 운전기사에 가까워서 하루 종일 차에 타도 우리와 거의 대화가 없어서, 모로코인 친구가 오히려 가이드 같았다. 모로코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어 재미있게 들었다. 모로코 전통음식인 따진(타진, Tajine / 고기와 야채 등을 넣고 끓인 요리)에 워낙 야채가 많이 들어가고 고기도 기름기가 없어 모로코 사람들은 건강할 것 같다고 했더니, 실제로는 튀김 요리를 굉장히 먹어서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당뇨병이 문제가 된 국가라고 했다. 게다가 이슬람 국가이지만 우유보다 맥주를 더 많이 마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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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는 이상하게도 아침 식사에 빵 밖에 없다. 야채나 과일이라도 조금 주면 좋으련만, 모로코의 모든 숙소에서 제공받은 아침식사에는 굉장히 다양한 빵과 오렌지 주스, 커피나 차 정도였다. 어쨌든 이 날도 빵 가득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토드라 협곡 (Todgha)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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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흐리기도 했지만 이곳은 원래 조금 쌀쌀한 편이라고 했다. 안개가 살짝 껴서 더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판타지 영화에 나올 법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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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이곳에 레스토랑이 하나 있었는데 몇 년 전 큰 돌이 떨어지면서 지금은 더 이상 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안전한 곳이 아니라고 판단되어 그런가 보다. 그런 얘기를 듣고 나니 다들 수시로 위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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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걸어가 보니, 도로 옆에 밭들과 야자수, 올리브나무들이 있었다. 예상치 못하게 푸른 땅이 있으니 그것 또한 멋졌고, 이곳에서 바라보는 협곡의 풍경도 굉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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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점심식사 후 사막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드디어 그토록 가보고 싶던 사하라 사막에 입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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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메모 #

* 밤에도 밝게 빛나는 도시들에서, 해가 지면 어두워지는 곳으로.
* 현지인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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