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84 - 모로코 페스 (Fes)
2017.04.26
페스에서도 시내투어를 신청했다. 원래는 4시간 동안 진행되는 투어고 옵션으로 박물관 등을 방문하는 것이 있었는데, 투어 신청을 나 혼자 했나 보다. 나는 옵션도 안 했고 혼자 다니다 보니 2시간 반 밖에 걸리지 않았다. 나도 걸음이 빠른 편인데 가이드는 더 빨라서 시너지 효과가 났는지도 모르겠다.
1 대 1 투어는 숙소 근처 블루게이트에서 시작했다. 프랑스 식민지 때에 만들어진 문이라고 했다.
그다음에 들른 곳은 오래된 부잣집을 고급 숙소로 개조한 리야드. 객실까지 들어가 본 것은 아니지만, 정원만 보아도 내가 마라케시나 페스에서 묵었던 리야드와는 굉장히 달랐다.
페스는 우리나라의 경주처럼 모로코의 옛 수도인데, 지금은 굉장히 낡은 모습들만 많이 보였다. 건물이 쓰러질 듯해서 양쪽 건물 사이에 나무를 박아 지지대를 만들어둔 곳도 있고, 어떤 건물들은 어떻게 지은 건지 건물 두 개가 맞닿아있고. 마라케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마라케시는 건물들의 그 붉은 빛깔만큼이나 화려한 도시였는데, 페스는 옛 수도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얌전한 도시였다.
자연스러운 아이보리 빛깔에 은은한 푸른색이 섞여 있는, 오랜 역사를 그렇게 평범하게 간직하고 있는 느낌.
가이드와 함께 골목길들을 다니며 서민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당나귀와 함께 쉬고 계신 할아버지에서부터,
구리로 주방기구 등을 세공해내는 아저씨들까지. 그런 가게들이 모여있는 작은 광장도 예뻤고 두들기는 소리가 시원하고 듣기 좋았다.
안으로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곳곳에 학교들도 많이 있었다. 골목길들은 굉장히 좁고 건물들의 문도 그리 크지 않은데, 안을 들여다보면 꽤나 넓은 규모를 자랑하는 곳들이다.
하지만 역시 페스에서 가장 핵짐적인 관광지는 바로 이곳이 아닐까. 바로 무두질 공장이다.
가죽제품을 파는 가게 위쪽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데, 가게 입구에서 냄새가 역할 수 있다며 민트를 주었다. 나는 약한 감기로 이미 코가 막혀 있어 냄새를 크게 느끼지는 못했다. 대신 민트햐으로 코를 뚫어보았다.
옆에는 무두질한 가죽을 말리고 있기도 했다. 더 가까이에서 보면 조금 거부감이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멀리에서 내려다본 나는 난생처음 보는 무두질 공정이 신기하기만 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 신발을 놓고 파는 곳에서 색을 감탄하다 왔다. 모로코는 색감이 참 예쁜 것 같다. 건물들의 색들도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고, 카펫, 스카프, 신발 등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물건들의 색은 촌스럽지 않은 원색들이라 알록달록 인상적이었다. 아쉬운 점은 사고 싶은 건 많지만 나는 배낭 안에 더 이상 짐을 늘릴 공간이 없어 살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 사소한 메모 #
*북적북적한 마라케시와 은은한 페스. 나는 역시 페스에 한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