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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에서 투표를 하다

Day 85-모로코 라바트(Rabat), 카사블랑카(Casablanca)

by 바다의별

2017.04.27


원래는 오전에 페스에서 카사블랑카로 이동해, 오랜만에 호텔방에서 푹 쉴 계획이었다. 그다음 날 나미비아로 이동을 하는데 카타르에서 환승하는 비행 편이라 꽤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유지가 생겼다. 페스에서 출발해 라바트에 잠시 내렸다가, 다시 기차에 올라 카사블랑카로 향하는 일정으로.

20170427_102102001.jpg 페스 기차역

지난 3월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5월에 대통령 선거가 생겼고, 나는 19대 대통령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투표는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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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사전 신고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투표 참여가 편리해졌지만, 그럼에도 국외 거주자도 아닌 그저 여행자가 투표에 참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국외부재자의 조건을 알아보았다. 다행히 나도 참여할 자격이 되었다. 그저 '선거일에 국내에 없는 사람'이면 되는 것이었다.


그다음에 알아보아야 할 것은 사전투표 기간. 전체 기간은 4월 마지막 주 약 일주일 간이었지만, 투표소에 따라 전체 기간 동안 운영하는 곳도 있었고 기간 내 3~4일만 실시하는 곳도 있었다. 사전투표 신청을 할 당시에는 각 투표소 일정까지 나오지는 않아서, 그저 내가 라바트에 갈 수 있는 날 투표소가 여전히 운영하고 있기를 바라는 수밖에는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마침 4월 말에 모로코에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고, 그래서 사전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내가 투표소가 마련되지 않는 나라에 있었다면 참여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모로코 세부 일정도 반대로 잡아서 그 기간에 사하라 사막에 있었다면 못했을 것이다.


이것도 운이다 싶어서, 원래 계획한 일정에 라바트가 없었음에도 나는 조금 힘들더라도 꼭 참여하기로 했다.

20170427_135520001.jpg 라바트 기차역

페스에서 라밧까지는 기차로 약 3시간. 택시에 올라 별생각 없이 한국 대사관으로 가달라고 하니 남한이냐고 되물었다. 북한 대사관도 있나 보다.


대사관에 내리니 경비원이 손짓으로 투표소의 위치를 일러주었다. 모로코 교민은 약 4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하루에 투표하러 오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투표소 안에는 직원이 8~10명 정도 있었고, 투표를 하러 온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사람이 얼마나 드문드문 왔으면 '왔어 왔어' 하면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다 들렸다. 앞뒤로 배낭을 메고 있으니 수군거림이 더 커졌다. 왠지 민망해져서 빨리 투표를 끝내고 싶어 나는 배낭도 내려놓지 못하고 서둘러 기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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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후 대사관에서 일하시는 직원분께서 차 한잔 하라고 불러주셔서 잠시 앉아 쉬면서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깨끗한 화장실도 쓰고. 대사관에는 NGO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와 계셨는데, 이분들께서 나중에 나를 다시 기차역에 데려다주셔서 덕분에 너무나도 편하게 갈 수 있었다. 투표했다는 뿌듯함과 더불어 따뜻하게 맞아주신 분들 덕분에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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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라바트에서 카사블랑카까지는 약 1시간. 숙소에 도착하니 5시가 넘었다. 피곤했지만 서둘러 숙소 근처에 있는 하산 2 모스크만 구경하고 돌아오기로 했다. 모로코에서 가장 큰 모스크라는 이곳은 예전에 출장 왔을 때 먼발치에서 꼭대기의 모습만 얼추 보았던 곳이다. 그때가 2014년이었는데 이렇게 금방 모로코에 다시 와 이 모스크 앞을 걷게 될 줄은 그때는 상상도 못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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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모스크에 들어갈 수는 없으니 밖에서 천천히 걸으며 맑은 하늘을 구경했고, 라바트 역에서 점심 겸 저녁을 먹은 덕에 배도 고프지 않아서 숙소에 일찍 돌아가 쉬었다. 그동안 묵었던 리야드들도 좋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호텔 방에 있으니 너무나 편안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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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메모 #

* 여행 중에 투표를 했다! 피곤하기는 했지만 뿌듯했다.
* ♬ Carla Bruni - You belong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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