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99 - 남아공 크루거 국립공원(Kruger)
2017.05.11
전날 밤에 사자를 보았던 크루거 국립공원. 둘째 날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무려 약 6~7시간 이어질 게임 드라이브를 하러 나섰다. 대부분의 게임 드라이브가 오전 중에 2~3시간 정도 이루어지는데, 이날만 엄청 하루 종일이었다.
어두울 때 캠핑장에서 출발해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안개가 자욱이 깔려있었고, 그 뒤에서 해가 떠오르려고 했다.
아프리카에서의 일출이란 이런 거구나, 나무들 사이에서 솟아오르는 해를 보며 내가 지금 아프리카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그 이후 많은 일출을 보았지만 이날의 일출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이날 가장 먼저 본 것은 숲 속 깊은 곳에서 나뭇잎을 뜯어먹는 코끼리였는데, 너무 멀고 안개가 짙어 사진으로 찍지는 못했다. 그다음에 해가 뜨는 걸 본 뒤에 발견한 건, 우리를 쳐다보는 쿠두 몇 마리였다. 우리가 떠날 때까지 뚫어져라 쳐다보는 게 귀엽기도 했고, 경계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
동물들은 어릴 때부터 이렇게 사파리 차 소리를 들으면서 자라왔기 때문에, 차에 타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한데, 먹이사슬 제일 밑에 있는 초식동물들은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멀리서부터 경계하는 것이 보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 코끼리! (빅 5 중 하나)
코끼리는 길을 막고 있는 것이 있으면 발로 차거나 밟을 위험이 있기에 찻길로 나오는 것이 보이면 무조건 피해있어야 한다. 정글의 왕이 사자라지만, 그 사자보다 힘이 센 동물이 바로 코끼리다.
화장실도 가고 간식도 먹기 위해 잠시 들른 곳에는 원숭이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다.
원숭이들은 사람이 흘린 사과를, 바나나를 (스테레오타입 원숭이) 잽싸게 뺏어가서 먹고 있었다. 원숭이들을 구경하고 있으니, 다른 트럭에 탔던 친구들이 도착했다. 사파리 트럭에는 약 10명 정도 탈 수 있어서 우리는 차 두 대로 나누어 탔는데, 이곳에 다 같이 모여서 서로 뭘 봤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다른 차는 코뿔소도 보고 사자도 봤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우리 차 무전기가 고장 나서 가이드가 이야기를 못 들은 것이다. 그래서 다른 가이드가 중요한 걸 보게 되면 전화를 해주기로 하고, 그들이 사자를 보았다는 곳으로 향해 달렸다.
가는 길에 임팔라 무리도 보고
윌더비스트 무리도 보았다. (어글리 5 중 하나!)
그리고 저 멀리 누워 있는 암사자 한 마리. 주변에 사자들이 대여섯 마리 정도 더 누워 있었지만, 풀숲 여기저기 숨어있어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또 달리니 코뿔소가 보였다. 코뿔소는 혼자서 풀을 뜯어먹는 것 같아 보였다. 벌써 빅 5 (사자, 버펄로, 코끼리, 코뿔소, 표범) 중 표범을 제외하고 4가지 동물을 보았다.
우리 차는 보지 못했지만, 다른 차는 죽어있는 코뿔소도 멀리서 보았다고 했다. 코뿔소는 불법 사냥에 의해 죽는 경우가 많아 멸종위기에 처해졌다. 불법 사냥을 하는 이유는 바로 뿔 때문인데, 그래서 관리직원들은 코뿔소의 뿔을 아예 잘라버리거나 뿔에 약물을 주입해 변색시켜버린다고 한다. 코뿔소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죽임 당하는 원인인 뿔을 손상시키는 것이다.
근처에는 혼빌(Hornbill, 코뿔새)도 있었다. 사실 여행하면서 우리는 이 새를 실제 이름보다는 '자주'라고 불렀다. 영화 '라이언킹'에 나오는 새인 자주(Zazu)가 바로 이 종이기 때문이다.
하마를 보지는 못했지만, 물가에 누워있는 악어는 보았다. 악어는 한 바퀴 돌아보더니, 부드럽게 물속으로 쓱- 하고 들어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가족 단위로 마주친 코끼리들.
새끼 코끼리가 너무나 귀여웠다. 다가가서 안아주고 싶을 정도였지만, 다가가기도 전에 나는 어미 코끼리에게 밟히겠지?
나는 코끼리도 좋지만 기린도 좋아한다. 아프리카에서 처음 본 동물은 나미비아 빈트후크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길에 보았던 원숭이들이었지만, 그래도 왠지 제대로 본 건 기린들이 처음인 것 같아서 괜히 더 애착이 간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또 한번 쉬어갔다. 푸른찌르레기(Greater blue-eared starling)는 처음 보았을 때 신기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굉장히 많이 보게 된 새 종류이다. 임팔라 같다고 할까.
캠핑장으로 되돌아가기 전, 크루거 국립공원의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에 잠시 멈추었다. 나무가 꽤나 빼곡한 땅이었다. 저기 어딘가엔 코끼리도 있고, 코뿔소도 있고, 표범도 있고, 전날 밤 텐트에서 울음소리가 들리던 하이에나도 있겠지. 우리는 빅 5 중에 표범을 제외하고 다 봤다. 이때부터 우리는 표범을 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기 시작했다.
오픈된 사파리 트럭을 타고 시원하게 다시 캠핑장을 돌아갔다. 빅토리아 폭포에 도착하기까지는 일정이 전반적으로 여유로웠다. 이날도 오후에 돌아가 각자 쉬다가, 저녁식사를 하고 잤다. 물론, 동물 사진들을 한국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랑한 후에.
# 사소한 메모 #
* 동물원은 사람이 만든 것이고, 사람을 위한 것이다. 사파리는 동물들의 터전에 우리가 잠시 방문하는 것이다.
* 오늘 본 것: 빅 5 (사자, 코끼리, 코뿔소) 어글리 5 (윌더비스트), 얼룩말, 기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