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07 - 보츠와나 초베(Chobe) 국립공원
2017.05.19
아프리카 여행을 계획할 때, 꼭 가야겠다고 점으로 찍어둔 곳들이 있다. 그곳들을 이어서 계획을 세우다 보니 이 트럭킹 투어가 딱 맞아서 예약하게 되었는데, 초베 역시 그곳들 중 하나다. 특히 초베는 오래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던 곳이다. 초베는 밀도가 높아서 동물들을 보기 쉽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출발하자마자 바분(Baboon, 개코원숭이)들 무리가 보였다. 일부는 길가의 코끼리 똥을 뒤지며 씨앗 같은 걸 찾고 있었는데, 실제로 코끼리 똥은 모기퇴치제 등의 역할을 한다고 했다. 아무리 내가 코끼리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독수리도 보고 전날 보았던 하마들도 먼발치에서 보았지만,
이날 본 동물들 중 가장 신났던 건 바로 이 와일드독(Wild dog)! 하이에나처럼 무리를 지어 사냥을 하는 동물인데, 보기 쉬운 동물은 아니라고 했다. 마침 근처에 임팔라(영양 종류) 무리가 있어서 혹 사냥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살짝 했다.
그렇지만 바로 반대편에는 암사자 무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보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가이드는 와일드독 무리가 사자를 보고 물러섰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실제로 그런 장면을 보면 잔인해서 제대로 못 봤을지도 모르지만, 또 궁금하기도 했다.
이날 특히 많이 본 건 기린이었다. 우리가 세었던 것만 14마리였다. 기린을 이렇게 무리로 본 것은 이날 전에도, 후에도 없었다.
처음에는 3마리가 있는 것 같았고, 그다음에는 8마리 같았지만, 보면 볼수록 뒤에 숨어있는 기린들도 많이 있었다.
긴 목을 자랑하며 우아하게 걷는 것도, 오물오물 입을 씰룩이며 풀을 씹는 것도, 굉장히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물론 기린도 덩치가 커서 너무 가까이하면 위험할 수 있는 동물 중 하나다.
버펄로도 기린만큼이나 많이 본 날이다.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물 웅덩이에서 물 마시고 있는 버펄로들.
그런데 그 앞에 새 한 마리가 지나간다.
이 새들이 바로 어글리 5 중 하나인 아프리카 대머리황새, Marabou stork이다. 구부정한 노인 같이 생겼다는데, 사실 예쁘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또 못생겼다고도 하지 못할 생김새였다.
그러던 찰나, 또 하나의 어글리 5를 보게 되었다. 품바! 원래 이름은 아프리카 흑멧돼지(Warthog)이지만 여행이 끝나도록 원래 이름보다는 품바로 더 많이 불렸다. '라이언킹'의 위력은 대단하다. 이 동물은 기억력이 엄청 안 좋아서 사자한테 쫓기다가도 금방 그걸 까먹어서 잡아먹힌다고 한다. 불쌍한데 웃겼다.
'라이언킹'에서 '심바'는 스와힐리어로 사자를 뜻하고, '무파사'는 왕을 뜻하며, '라피키'는 친구를 뜻하고, '품바'는 바보 같고 천방지축인 걸 뜻한다고 했다. 이름을 짓는 것에도 공을 들였나 보다. 남아프리카에서만 서식하는 미어캣(Meerkat, 영화 속 '티몬')은 결국 보지 못했지만, 나중에 초베에 다시 왔을 때 미어캣과 약간 비슷한 모습이기도 한 몽구스를 보았으니 그걸로 되었다.
그리고 초베의 마무리도 역시. 코끼리.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코끼리!
초베를 떠나, 우리는 보츠와나-짐바브웨 국경에 도착했다.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이때 우리말고도 같은 노선의 여행 트럭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알았다. 예약 당시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알게 되었던 회사가 다 여기 있었다. 심지어는 요하네스버그가 아닌 케이프타운에서 21일 일정으로 온 팀들도 같은 날 짐바브웨 이동이어서 굉장히 붐볐다.
도착 비자를 받아야 해서 여권을 맡겨놓고 밖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러는 동안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원숭이들을 보았다.
우리는 출입국 사무소 밖에 앉아 우리가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빅토리아 폭포에서 여정을 마치는 친구들은 다음날 오후 또는 그다음 날 오전에 떠나는 것이었다. 32일 중 고작 11일이 지난 것이었지만, 딱 중간지점으로 기억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 사소한 메모 #
* 어김없이 찾아오는 마지막 날.
* 오늘 본 것: 빅 5(사자, 코끼리, 버펄로), 어글리 5(대머리황새, 흑맷돼지), 기린, 원숭이, 와일드독, 하마 등
* 표범은 대체 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