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10, 111 - 보츠와나 초베(Chobe) 국립공원
2017.05.22, 23
다시 보츠와나로 돌아왔다. 다시 초베로 돌아왔다. 빅토리아 폭포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였을지도 모르고, 워낙 초베가 동물을 많이 볼 수 있는 훌륭한 곳이라 한번 더 들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초베 국립공원 내에서 사자 울음소리를 자며 잘 수 있는 건 또 다른 경험이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출발하자마자 코끼리를 보았다. 우리는 여전히 신났고, 이게 첫 사파리 투어인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신났다. 이번에는 인원이 13명이라 한 차를 타고 다녔다.
어미 코끼리가 새끼 코끼리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자세를 취하고 있는 듯해서 서둘러 지나갔다. 우리 뒤차는 코끼리의 진로를 방해할 뻔했는지, 코끼리들이 크게 울음소리를 내 잠시 무섭기도 했다.
임팔라보다 좀 더 크고 늘씬한 구두도 몇 마리 보았다.
하지만 이날은 코끼리를 굉장히 많이 보았다.
저 멀리 코끼리 가족이 물을 마시고 있었다. 새끼는 뒤에서 코로 땅을 파면서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다음에 본 코끼리는 조금 무서웠늗네, 이번에도 어미가 새끼를 보호하고 있었다. 우리 쪽을 향하는 모습이 왠지 공격적이어서 조금 겁이 났는데, 우리 사파리 트럭 드라이버가 시동을 꺼서 무서웠다. 얼른 출발했으면 했는데.
그다음에는 암사자를 보았는데, 근처에 있는 임팔라를 사냥하려고 했던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사파리 트럭 대여섯 대가 주변을 둘러싸고 서 있는 바람에 사냥을 방해해버리고 말았다. 굉장히 화가 나 보였다.
이날도 역시 버펄로도 보고 기린도 보았다. 기린은 나무가 없는 초원 쪽에 홀로 서 있어 무엇을 먹으려는 것인지 궁금했다.
반대편에는 해가 슬슬 지고 있었다. 강물이 하늘을 반사해 완벽한 반사가 되었고, 그게 아니라도 하늘의 구름들이 워낙 예뻐서 카메라 셔터를 끊임없이 눌렀다.
그리고 슬슬 오늘 밤을 보낼 캠핑장으로 가는 길, 순식간에 하이에나와 와일드독, 재칼들을 보았다. 하이에나와 재칼은 너무 빠른 속도로 지나가서 못 봤고 와일드독 사진만 겨우 찍었다. 와일드독이 입에 피 묻은 무언가를 물고 있었다는데, 아마도 사냥 직후였나 보다.
캠핑장으로 향하는 길, 바분 원숭이들을 보았다.
강가에서 세 가족이 쪼르르 앉아 해가 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들 중 하나다.
우리의 캠핑장은 국립공원 어딘가에 마련되어 있었다. 텐트도 미리 쳐있었고 요리사 피터도 미리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렬로 세워진 텐트 뒤에는 변기가 있었는데, 바닥을 깊이 뚫어놓고 변기커버 같이 앉을자리를 위에 얹어둔 것이었다. 이제 이런 건 괜찮다.
저녁 식사 중 가이드들이 몇 가지 안전수칙을 설명해주었다. 밤에 화장실에 갈 때에는 반드시 친구 한 명 데려가고 손전등을 들고 갈 것. 무언가 움직임이 느껴져서 손전등을 비추었을 때 그 눈이 초록색이면 임팔라 등의 영양 종류, 빨간/주황색이면 사자 등의 고양이과, 흰색이면 하마나 버펄로 등이라고 했다. 그러니 초록색이면 안전하고, 붉은색이나 흰색이면 등을 돌리지 말고 조심조심 천천히 뒷걸음질 치라고.
식사 후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데 저 멀리 사자 울음소리가 들렸다. 밤에는 하이에나 소리도 나고 그랬다. 멋지고 신기했지만 나는 텐트 메이트가 없어 무서운 밤이었다. 그래도 가이드들은 사람이 있는 곳은 불빛이 있고 하여 동물들이 알아서 피한다며 우리를 안심시켰다.
다음날 아침, 깜깜한 새벽에 일어나 텐트를 걷고 비몽사몽으로 아침식사를 한 후 다시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저 멀리 해가 뜨고 있었다. 겨울이라 아프리카도 아침과 밤에는 춥다. 아만다는 현명하게도 침낭으로 몸을 감싸고 사파리 트럭에 올라탔다. 사파리 트럭은 다 뚫려있어 이른 아침에는 정말 상상 이상으로 춥다.
아쉽게도 둘째 날에는 그다지 흥미로운 것을 보지 못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바분 원숭이들이 짝짓기를 하던 것. 우리는 부끄럽다며 웃으면서도 다들 카메라를 열심히 들이댔다. 암컷은 짝짓기 시즌이 되면 엉덩이 쪽에 빨갛게 무언가가 부풀어 오르는데, 그게 너무 고통스러워 보였다.
몇 차례의 짝짓기를 본 후에는 어미 등에 올라 꼭 안고 있는 새끼 원숭이로 안구정화.
저 멀리 강에는 여전히 하마 무리가 있었다.
하마는 아들이면 아비가 훗날 자기한테 위협이 될까 봐 죽이려고 해서 어미가 약 2주 동안 숨겨둔다고 한다. 그 정도 기간 동안 숨겨뒀다 보여주면 받아들이는데, 그래도 자라면서 너무 강해지면 죽이려고 든다고 한다.
오늘도 역시 코끼리들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단체로 물을 마시러 나왔나 보다. 코끼리는 어디서 몇 마리를 보았든 언제 봐도 보면 기쁘다. 특히 이날은 정말 큰 무리를 보았던 것 같다.
어글리 5 중 하나인 대머리황새도 무리로 또 보았다. 이렇게 여러 마리 함께 모여있으니 더욱 구부정한 노인 같아 보이기는 했다.
임팔라의 경우 수컷 한 마리가 암컷 100 여 마리를 거느린다고. 신기한 건 임신을 하면 보통 6개월 정도 새끼를 품고 있는데, 먹을 게 없거나 환경이 좋지 않으면 더 오래 데리고 있으면서 출산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도 새끼를 낳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라는 판단이 들면 독이 든 풀(어미에게는 해롭지 않은)을 먹고 낙태를 한다고 한다.
임팔라를 보고 있는데, 앞에 처음 보는 생명체들이 달려 지나갔다.
몽구스(Mongoose)라고 했다. 단체로 순식간에 가볍게 뛰어 지나갔다. 비록 '라이언킹'의 티몬, 즉 미어캣은 보지 못했지만 미어캣과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몽구스를 봐서 우리 모두 위안을 얻었다. 미어캣은 동부 아프리카에는 서식하지 않아서 앞으로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마침 또 멀리, '라이언킹'의 품바, 흑맷돼지 가족도 보았다. 좋은 타이밍이었다.
초베에서의 하룻밤이 지나고, 다시 우리 트럭에 올라타 잠비아까지 갔다. 도착해서는 다들 언제나처럼 바(bar)로 향했다. 맥주도 한 잔 마시고, 와이파이도 하고.
그러던 중, 위를 올려다보니 옆 나무 위에 원숭이 한 마리가 앉아있었다. 한국어로는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벨벳 원숭이의 일종으로 'Blue ball monkey'라고 불리는 원숭이이다. 왜 이름이 그런지는 사진을 잘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 사소한 메모 #
* 이미 친한 사람들이 있어서인지, 새 친구들과도 더 쉽게 어울릴 수 있는 것 같다. 사람들 다 좋다.
* 오늘 본 것: 빅 5(사자, 코끼리, 버펄로), 어글리 5(아프리카 독수리, 흑멧돼지, 대머리황새, 하이에나)
* 표범은 대체 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