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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그리고 새로운 시작

Day 109 - 짐바브웨 빅토리아 폭포 (Victoria Falls)

by 바다의별

2017.05.21


이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 액티비티도 하지 않고, 식사를 할 때 말고는 텐트에서 낮잠을 자거나 일기를 쓰고 쉬었다. 다음날부터 또다시 바쁜 트럭킹 투어가 시작될 것이기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전 8시에 케냐 나이로비까지 함께 할 가이드와 운전사, 요리사, 그리고 새로운 팀원들까지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함께 아침식사를 하며 서로와 인사를 나누었다. 저번 가이드는 요하네스버그 출신 백인 남자였는데, 이번 가이드는 케냐 출신 흑인 여자였다. 정반대 되는 프로필이라 재미있었다. 우리의 새 가이드 베시는 20년 가까이 일을 했는데, 이 회사(Africa Travel Co.)에서 가이드를 하다가 다른 모 회사에서 요리사로 일을 하다 다시 이 회사로 돌아왔다고 한다. 왜 다른 회사에서는 요리사로 일을 했는지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회사는 흑인에게는 가이드 일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아프리카에서 여행사업을 하면서 흑인 가이드를 두지 않는다니. 고민했던 여행사였는데 예약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드는 호탕한 베시, 운전사는 영어가 서툴어 쑥스러움이 많은 사이러스, 그리고 요리사는 조용한 줄 알았지만 은근히 웃겼던 멋쟁이 피터였다. 그리고 나와 함께 요하네스버그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나 포함 8명(자넬과 크리스, 캐롤과 마이크, 네덜란드 부부, 네덜란드에서 혼자 온 안드레)이어서 과반수였다. 여기다가 케이프타운에서 출발해 여기서 만나게 된 아만다(호주), 그리고 이곳에서 시작하는 포모리(인도계 호주), 그리고 인도계 캐나다인 가족 3명이 참여하게 되었고, 말라위에서 한 명을 더 태우게 될 것이라 했다. 말라위에서 만난 이모진(영국)은 내 텐트 메이트가 되었다. 포모리, 아만다, 이모진은 나와 자넬, 크리스와 함께 굉장히 친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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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미팅이 끝나고 기념으로 제작한 내 후드티를 전 가이드인 윌이 대신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윌을 찾아갔다. 둘 다 아직 점심을 먹지 않아서 같이 현지 식당에 가 늦은 점심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다. 그전에 자신의 새로운 팀(윌은 이곳에서 새로 사람들을 태워 다시 요하네스버그로 간다)을 빅토리아 폭포로 안내해주어야 한다고 해서 함께 가게 되었다. 새로운 사람들이 나에게 투어가 어땠냐고 이것저것 물어봐서 열심히 답변해주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문득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만을 많이 아쉬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DSC00870001.JPG 왼쪽부터 운전사 프란스, 요리사 무냐, 가이드 윌

가이드 윌은 자신이 하는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평소 80%가 헛소리 농담이라서 늘 우리의 지탄을 받았지만 그만큼 재미있었고, 대신 진지할 때에는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우리가 방문하는 나라들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선에서 동식물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 자신의 나라와 문화에 대해 자랑스러워해서 우리도 늘 에너지를 얻고 함께 즐거웠다.


요리사 무냐는 유행어가 있다. 우리는 식사 때마다 무냐에게 "Thank you for cooking(요리해줘서 고마워요)."라고 외쳤고, 그때마다 무냐는 "Thank you for eating(먹어줘서 고마워요)."라고 답했다. 무냐는 영어가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우리와 어울리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늘 우리에게 도움을 주려고 애를 쓰는 사람이어서 정말 고마웠다. 요하네스버그 호스텔에서 출발 전 가장 먼저 만났던 스태프이기도 해서 더 정이 간다.


마지막으로 운전사 프란스는 처음에 굉장히 낯을 많이 가리는 듯했는데, 나중에 갈수록 식사시간에 셋 중 가장 말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특히 오카방고 델타에는 윌만 같이 가고 무냐와 프란스는 캠핑장에 남아있게 되어 우리가 없는 사이에 무얼 할 거냐고 물어보니 Nando's에 갈 거라면서 신나게 대화를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에 아빠가 되어 우리 모두 페이스북을 통해 축하해주었다.


세 사람 모두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고 우리의 투어를 재미있게 이끌어준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이제 곧 못 보게 될 거라는 생각에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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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과 함께 점심 겸 저녁식사를 하러 현지 식당에 갔다. 전에 윌이 어디선가 사 먹는 것을 보고 내가 궁금해했던 음식이다. 사짜(sadza)라고 불리는 현지식인데, 보츠와나와 짐바브웨를 비롯하여 남/동아프리카 많은 국가에서 주식으로 먹는 음식이다. 하얀 건 옥수수로 만든 것인데, 죽 같기도 하고 떡 같기도 하다. 그걸 손으로 조금 뜯어 동그랗게 만들고, 채소(내가 엄청 좋아하는 것!)를 조금 집고 고기도 조금 집어 소스에 살짝 굴려준 뒤 입에 쏙 넣으면 된다.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처음에는 좀 뜨겁기도 했지만, 굉장히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텐트에서 또 쉬다가, 저녁에는 가이드 베시와 폼(포모리를 줄인 이름)과 함께 텐트 앞에서 수다를 떨며 친해졌다. 폼은 24살로 나보다 한참 어려 우리 막내가 되었다. 벌레를 굉장히 싫어해서 나중에 우리가 짓궂게 놀리기도 했다.


20170522_064455001.jpg 캠핑장에서 폭포에서 올라오는 수증기가 보였다.

빅토리아 폭포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이른 아침이 되었다. 또 한 번 캠핑 투어가 시작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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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폭포 안녕, 첫 번째 투어 안녕!


# 사소한 메모 #

* 또 한 번의 긴장, 또 한 번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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