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같은 호수 그리고 사람들

Day 115~117 - 말라위 호수 (Lake Malawi)

by 바다의별

2017.05.27~29


아침 일찍 말라위 국경을 넘었다. 다들 화장실이 급했는데 국경 사무소 화장실을 쓰려면 돈을 받고, 잠비아 화폐도 거의 다 쓰고 말라위 화폐는 아직 환전하지 못해서 가이드한테서 동전을 얻어 썼던 기억이 난다. 또한 말라위와 탄자니아에서 함께 쓸 수 있는 심카드가 있다고 해, 탄자니아에서는 10일 정도 머물 예정이라 하나 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혀 데이터가 되지 않았다. 왜 안 됐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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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 이제는 익숙해진 이런 풍경들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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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밤을 보낼 칸디 비치(Kande Beach)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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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디 비치는 굉장히 평화로운 곳이었다. 구름 한 점 없고 바람도 없었던 날씨 덕이기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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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니까 해변은 아니지만, 모래사장도 있고 끝도 없는 바다 같은 호수가 펼쳐져 있어 바다에 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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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탄자니아 잔지바르에서 제대로 된 휴양을 느끼게 되긴 하였으나, 우리에겐 이것도 충분한 휴식이고 휴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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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들 맥주 한 병씩 들고 모래사장에 둘러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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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3282_10155305298953898_4150878738334126011_o001.jpg 왼쪽부터 리타&아들 로노(캐나다), 폼(호주), 나, 자넬&크리스(호주)

우리에게 정말로 오랜만에 주어진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간'이었다. 아무런 액티비티도 없었고, 저녁식사까지는 시간이 한참 남았고, 리셉션 와이파이가 너무나 좋아서(미국보다 좋았다) 꽤 멀리 떨어진 이곳 호숫가에서도 되어 우리는 수다를 떨다, 페이스북을 하다, 그러면서 각자의 휴식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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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물 때쯤, 가이드 베시가 나를 불러 이모진(영국)을 소개해주었다. 이모진은 우리보다 2주 전에 출발한 트럭을 타고 와, 말라위에서 2주간 봉사활동을 하고, 이제는 우리 트럭에 합류하는 것이었다. 이모진은 초등학교 선생님이라 말라위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였다. 이날 만나 인사를 하고, 다음날부터 텐트를 함께 쓰기로 했다. 나와 캐나다 사람들에게는 이모진이라는 이름은 굉장히 생소했는데, 호주 애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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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어둑해지고, 캠핑장 밖에서 음악소리가 들렸다. 바로 옆에 술집이 새로 열렸다고 했다. 우리는 호기심에(사실 나는 크게 관심 없었지만 반강제로 끌려갔다) 가이드 베시에게 다녀와도 되냐고 물으니, 우리끼리는 위험할 수 있다며 같이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캠핑장을 나서기 위해서는 보안직원의 허락이 필요했다. 그는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으나, 결국 자신도 함께 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왠지 더 긴장. 하지만 막상 가보니 별건 없었다. 음악만 시끄럽고 사람들은 조용히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고, 다양한 인종이 섞여있는 우리 무리를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결국 우린 맥주 한잔씩 하고 캠핑장으로 돌아와, 밤의 호숫가를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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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대를 두고 나와 다리 사이에 카메라를 끼워두고 찍어서 흔들렸지만, 말라위 호수의 별은 어마어마했다. 주변에 불빛도 없었고 사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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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두운 김에 손전등을 들고 놀기로 했다. 크리스는 자넬을 향한 사랑을 표현한 걸까, 열심히 하트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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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폼, 크리스, 그리고 로노(캐나다)가 앞에 나가 'TIA'를 썼다. TIA는 'This is Africa'를 줄인 말로, 아프리카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이면서 우리 또한 트럭킹 투어 내내 잘 쓰던 말이다. 아무래도 미주, 유럽 등과는 확연히 다른 문화를 가진 아프리카를 이해하고, 또 이해시키기 위한 문구가 아닐까. 도로 사정이 안 좋아 차를 탈 때면 엉덩이가 들썩들썩거리는 건 아프리칸 마사지라고 표현하고, 황당한 일을 겪을 때면 TIA를 외치고. 언젠가 TIA에 긍정적인 의미가 더 많이 담기게 되기를 바란다.


DSC01319001.JPG 가정집 부엌. 이 집은 잘 사는 편이다.

다음날에는 느지막이 일어나, 말라위 마을 투어를 했다. 투어는 좋았지만 투어를 할 때 20달러(미국)를 지불하는데 모두들 그게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마을의 발전을 위해 사용되면 좋겠지만 물어봐도 답변이 시원찮아서 다들 찝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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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을 출발하자마자, 엄청난 인파가 몰려왔다. 동네 청년들이었는데, 90%는 그림이나 조각품 등을 파는 사람들로서 투어가 끝날 때쯤 자신이 파는 물건들을 보여주며 살 수밖에 없게 만든다. 다 좋은 사람들이고 순박하지만, 처음에 그렇게 달려들었을 땐 조금 무섭기도 했다. 한 명당 서너 명의 친구들이 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어떤 친구는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그만두고 삼촌에게 조각 기술을 배워 조각품을 만든다고 했고, 어떤 친구는 부모님이 어렸을 때 이혼을 했는데 아버지의 새 아내가 자신들을 싫어해 아버지도 2년에 한 번 정도 겨우 얼굴을 본다고 했다. 그래서 자기가 3명의 동생들을 부양해야 한다면서, 결혼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한다고 했다. 말라위에서는 결혼하려면 남자가 여자 집에 소를 보내야 하는데, 적게는 3마리 많게는 10마리까지도 보내야 한다고 했다. 소 한 마리는 약 20~30만 원 정도 된다. 참고로 맥주 한 병은 1천 원 남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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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떠가는 곳이 있어 크리스가 직접 해보았다. 생각보다 굉장히 힘이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나름 우리 팀에서 가장 힘이 센 아이가 하기에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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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금 후에 몸집이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와서 손쉽게 해갔다. 어렸을 때부터(지금도 충분히 어린데!) 얼마나 많이 해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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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에는 학교에 갔고, 아이들은 우리를 반겨주며 우리를 위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곳 아이들은 레몬을 오렌지처럼 먹는데, 한 조각 달라고 해서 먹어보았는데 생각보다 아주 시지는 않았다. 내가 워낙 신 것을 좋아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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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선생님이 부족하다고 했고, 이는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의사 1명, 간호사 1명, 병실은 허접한 침대 몇 개가 전부. 말라리아 때문에 산모를 위한 모기장이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는 며칠 전 마트에서 샀던 물건들을 학교에도 병원에도 기부했다. 그런데 후에 이모진 말을 들으니 자신이 병원 봉사자들과도 친했는데, 그 누구도 기부금이 어디로 가는지 행방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우리처럼 투어를 오면 한 번씩 들르며 기부금이 꽤 모이기는 하는데, 그 기부금으로 무언가 달라지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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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아이들은 먼저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보통 돈을 요구하는데, 이곳 아이들은 순수하게 자기 사진이 가지고 싶은 것이다. 사진을 찍어주면 어떻게 나왔는지 확인하고, 나중에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가이드가 우리 사진들을 모아 전달해주기로 했는데,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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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가 끝나고는 이곳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자신들의 그림과 작품들을 들고 오고, 또 바오 게임(Bao Game)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바오 게임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저 게임 겉의 조각도 예쁘고 의미 있어서 사 오고 싶기도 했지만, 부피상으로나 무게상으로나 배낭 속에 넣어 몇 달을 더 가지고 다닐 자신이 없었다. 결국 그림 하나 구입해서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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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해먹에서 쉬면서 낮잠을 자고, 자넬과 함께 호수에서 수영을 했다. 남자들은 배 타고 스노클링을 다녀왔는데, 민물 스노클링이라 기대를 많이 안 했다는데 생각보다 물고기도 많이 보고 오고 재밌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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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칸디 비치에서 하루를 더 보내기를 바랐지만, 다음날 탄자니아 국경을 조금 더 수월하게 건너기 위해 호수의 다른 쪽으로 캠핑장을 옮겨야 했다. 가는 길에 마트에서 장을 보기도 했다. 이곳에서 아프리카의 폭우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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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산이 있었지만 쓸 일이 없을 줄 알고 깊숙이 넣어두어 꺼낼 수도 없었고, 아프리카만 여행하는 친구들은 아예 챙겨 오지 않기도 했다. 우기 끝무렵이니 비가 충분히 올 수 있음에도 다들 '아프리카=가뭄' 이렇게만 생각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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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캠핑장에 도착할 때쯤에는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환하게 개어있었다. 그런데 이날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편두통이 심하게 느껴졌다. 나는 가끔씩 편두통이 오기는 하는데, 여행하면서는 이렇게 심했던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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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들어하니까 친구들이 자기 가방에서 센 약들도 찾아주고, 텐트도 대신 쳐주고(텐트 메이트가 생겨서 그나마 다행이었던), 배낭도 텐트에 넣어주고(매일 아침 트럭 짐칸에 넣어 싣고, 캠핑장에 도착하면 텐트에 옮겨놓는다), 이날 내 당번활동인 요리 보조도 점심과 저녁에 서로 번갈아가며 도와주었다. 그런 천사 같은 아이들 덕분에 나는 점심식사를 조금만 하고 텐트에 들어가 푹 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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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이런 날을 위해 아껴두었던 고추장을 뜯었다. 저녁 메뉴는 스테이크와 구운 채소였는데, 나는 고기도 채소도 다 고추장에 찍어먹었다. 진짜 살 것 같았다. 고추장을 한 번도 안 먹어본 친구들이 한 숟갈씩 떠 갔는데, 매운 걸 좋아하는 친구들만 가져가서인지 맛있다며 먹어서 기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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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빗속을 뚫고 마트에 갔던 건 마이크의 생일 케이크와 마시멜로를 사기 위해서였다. 저녁식사 후에는 트럭에서 생일파티를 하고 케이크를 한 조각씩 나누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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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시멜로를 구워 먹는 것으로 밤을 마무리.

말라위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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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메모 #

* 여행은 늘 사람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현지인들도, 나와 같은 관광객들도, 그리고 그곳에서 떠올렸던 소중한 사람들도.
* 원래 휴양지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렇게 장기 여행을 하니까 이런 시간도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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