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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지바르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시, 스톤타운

Day 120 - 탄자니아 잔지바르 스톤타운 (Zanzibar)

by 바다의별

2017.06.01


잔지바르 제도는 탄자니아의 자치령이다. 각각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탕가니카(Tanganyika)와 잔지바르(Zanzibar)가 합쳐져 탄자니아(Tanzania)가 되었는데, 연합국의 형태여서 잔지바르에 들어갈 때에는 입국심사 같은 것을 해야 한다. 잔지바르는 오랫동안 동아프리카 무역의 중심으로서 그 역사가 매우 깊다.


잔지바르에 가기 위해 우리는 아침부터 페리를 타기까지 굉장히 힘들었다. 일단은 10여 분 타는 출퇴근 페리를 타고 잔지바르행 페리를 탈 수 있는 항구로 이동해야 했다. 출퇴근용 페리여서 그런지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좁은 터널 같은 길을 줄을 서서 들어가야 했는데, 출근길 2호선의 모습 같았다. 줄도 엉망이고, 여기저기 밀쳐서 내 몸 가누는 것도 힘들었다. 겨우겨우 탑승한 페리는 바지선에 가까웠다. 차 사이에 껴서 서 있다가 겨우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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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뱃멀미를 꽤 하는 편이기도 하고 이날 상태가 썩 좋지 않아서 마이크한테서 좋은 멀미약을 얻었다. 다행히 이날은 파도가 심하지는 않았는데, 약기운 때문인지 페리에 올라 푹 잘 잤다. 자느라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콩: 스컬 아일랜드' 영화를 틀어주었는데 한글 자막이 나왔다. 처음에는 인도영화를 무자막으로 힌디어로 보여주더니, 이번에는 영어로 된 영화를 한글 자막으로. 대체 어디서 구한 건지 궁금하다. 소리가 잘 안 나와서 내가 자막을 보고 영어권 친구들에게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인지 설명해주었다.


페리에서는 페리 내부도, 밖에서의 풍경도 모두 사진 촬영이 자유롭지 않다. 그 기준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왠지 영화 화면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서 기념으로 찍었는데 다행히 아무도 뭐라 하지는 않았다. 자막이 흔들려서 아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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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탄자니아에 와서 한 일이라고는 트럭에서 잔 것 밖에는 없어서, 잔지바르에 가니 비로소 아랍풍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필 라마단 기간에 가게 되어 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잔지바르는 특히 관광지라 그런지 잔지바르는 자유 일정이라 따로 숙소를 잡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되었는데, 자넬과 크리스(호주)는 신혼여행으로 온 것인 만큼 잔지바르에서 좋은 숙소를 독채로 빌려 진짜 신혼여행을 즐기겠다고 했다. 그래서 3박 4일간은 나, 이모진(영국), 폼(호주), 아만다(호주) 이렇게 네 명이서 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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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점심을 먹다가 비가 후드득 떨어져 실내로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아직 우기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역사가 있는 도시인만큼 우리는 시내 워킹 투어를 하기로 했는데, 투어 내내 비가 엄청 쏟아져서 애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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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지바르는 조각된 대문들이 참 예뻤다. 옆에 조각된 것을 토대로 집주인의 직업 등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식물이나 꽃 그림이 조각되어있으면 향신료를 사고파는 사람이었을 수 있고, 사슬 무늬가 있으면 노예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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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영국 대사관으로 사용되던 이곳은 영국의 탐험가 데이비드 리빙스턴(Livingstone)이 머물기도 했고 숨을 거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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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스톤타운의 분위기는 어둡고 무거웠다. 사실 잔지바르 하면 해변 사진들만 봐와서 그런지 이렇게 깊고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인 줄은 잘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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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왔더라면 아마도 곧장 해변으로 갔을 텐데, 이렇게 스톤타운에도 들르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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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지바르는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오만의 식민지이기도 했었는데, 다양한 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었다. 대부분 이슬람 신자이므로 종교적인 마찰이 아예 없을 수는 없겠으나, 위 사진에도 나타나듯 나름대로 서로 다른 종교를 인정해주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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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들렀다가 비를 또 흠뻑 맞았다. 우산이 있기는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웃으면서 빗속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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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가게에서 파는 그림들은 그 화려한 색채가 매력적이었다. 가지고 싶은 그림들이 많았고 우리 팀 몇몇은 하나둘씩 구입하기도 했지만, 역시나 나는 몇 달을 더 배낭을 메고 다녀야 하는 사람이니 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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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폭우가 쏟아져 지붕이 있는 곳에서 머물면서 큰 비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비가 조금 잦아들면 서둘러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다음에 들른 곳은 '경이의 집(House of Wonders)'으로 불리는 '베이트 엘 아자이브(Beit El-Ajaib)', 오래전 술탄의 궁전이었다. 동아프리카에서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고 잔지바르에서 최초로 전기가 들어왔던 건물이라 '경이의 집'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스톤타운에서 가장 크고 높은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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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는 아주 오래되어 색도 많이 바랜 오만 통치 시대의 요새도 남아있었다. 그 외에 노예시장도 있었으나 비도 많이 오고 이미 다들 지쳐있어서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그때는 너무 피곤했고 빗물이 발목까지 차 올라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후회가 많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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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여자 넷이서 남아공 와인 한 잔씩 하며 스페인 요리를 먹었다. 트럭에서는 소고기를 워낙 많이 먹어서 우리는 잔지바르에 있는 동안에는 소고기가 아닌 다른 음식을 먹기 위해 찾아다녔다. 물론 피터는 훌륭한 요리사이고 그가 구워주는 스테이크, 아침에 해주는 오믈렛, 볼로네즈 스파게티 모두 그립다. 하지만 하루에 한 끼는 소고기가 나와서 조금 지겨워지던 찰나였다. 이슬람 국가여서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었고, 닭고기 요리는 소고기를 먹지 않는 인도계 캐나다인 가족만을 위한 메뉴였다.


우리는 오랜만에 해산물로 이루어진 요리를 주로 먹었고, 후식으로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특히 나와 아만다는 아이스크림을 굉장히 좋아해서 적극적으로 후식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색해서 찾아간 아이스크림 맛집은 땅콩버터 아이스크림이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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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메모 #

* 항상 가이드와 함께, 트럭을 타며 단체로 이동하다 이렇게 넷이서만 따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으니 따로 여행 온 기분이었다. 나중에 다 같이 다른 곳을 함께 여행해도 재밌을 것 같다.
* 다음날 아침에는 아프리카 스타일 랩스커트를 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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