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21, 122-탄자니아 잔지바르 켄드와 해변(Zanzibar)
2017.06.02,03
비 오는 스톤타운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오전 10시에 출발해 켄드와 해변(Kendwa beach)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우리는 그전에 얼른 스커트를 사기 위해 나갔다. 오전이라 연 가게가 많지는 않았지만, 예쁘고 종류도 많은 가게를 찾아냈다. 아프리카에서는 원색의 화려한 패턴 스커트를 즐겨 입는다. 검은 피부에 화사한 스커트를 입고 있는 아프리카 여성들이 굉장히 매력적이어서, 그리고 말라위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그런 스커트를 여럿 구입한 이모진(영국)을 보면서, 우리도 잔지바르에서 자유시간 동안 반드시 스커트를 사겠노라 다짐했다. 하나만 사려고 했는데 두 개를 가지고 고민하다 친구들이 자꾸 둘 다 사라고 부추겨서 둘 다 사버렸다. 그래 봤자 하나에 7~8천 원이었으니.
드디어 도착한 해변. 따로 숙소를 알아서 예약한 사람들 외에는 가이드와 함께 투어사에서 추천해주는 숙소에서 묵는다. 스톤타운의 숙소는 생각보다 별로여서 아쉬웠지만 이곳 숙소는 정말 좋았다. 방 사진이라도 찍어둘 걸 아쉬웠다. 나는 이모진이랑 같은 방을 썼다.
전날은 비가 쏟아지더니, 이렇게 금방 맑아졌다. 물론 우리가 있는 동안 날씨가 계속 오락가락했다. 해변에 누워있다가 비 때문에 지붕이 있는 곳으로 피해야 하는 일들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도 대체적으로는 날씨가 좋았고, 무엇보다 완벽한 휴양이어서 더 좋았다.
옥색의 바다가 너무나 예뻤고, 구름도 그림 같았다. 게다가 이곳 해변은 우리 숙소에서만 사용하는 것이라서 붐비지도 않아서 더 좋았다. 방에서 해변까지 걸어서 3분! 그 사이에는 식당도 있고 바도 있었다.
지붕 있는 곳 아래 선베드에 누워서 낮잠도 자고, 맥주도 마시고, 책도 읽었다가 수영하러 물에 들어가기도 하고. 추우면 선베드를 밖으로 꺼내 햇빛을 받기도 하고. 덕분에 엄청 탔다.
파도가 꽤 높아서 바다에서는 수영을 하기보다는 물속에서 까치발을 들고 파도타기를 하며 지칠 때까지 놀았다.
저녁은 해변에서 로맨틱하게 준비해준다기에 오전에 구입한 스커트를 입고 갔다. 왼쪽이 나, 오른쪽은 폼이다. 스커트 기념촬영! 앉아서 살짝 짧아 보이는데 실제로는 무릎을 완벽히 덮는 롱 스커트이다.
해변에서의 저녁식사. 식사는 바비큐였는데 소고기, 새우, 오징어, 닭고기와 다양한 종류의 채소들이 있었다. 생각보다 맛있어서 즐겁게 먹었다. 우리는 저녁식사를 하면서도 굉장히 들떠 있었는데, 내일도 이렇게 꿈같은 휴식을 또 한 번 즐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10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꿀 같은 잠이었다. 아쉽게도 다음날은 하루 종일 대체로 흐렸다. 중간중간 비가 많이 와서 당황시키기도 하고. 이날도 바닷속에서 놀기는 했지만, 자꾸 비가 와서 대체로 실내에서 와이파이를 하면서 술을 마시거나 피자, 새우, 파스타 등의 간식 아닌 간식을 끊임없이 사 먹었던 것 같다.
스노클링 등 액티비티도 많이 있었는데,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빈둥빈둥 쉬기 위해서. 이모진은 하고 왔는데, 이모진 말로는 별로 특별한 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오후 내내 소파에 반쯤 누워 각자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밀린 세상 이야기를 보다 보니 어느새 구름이 다 걷히고 해도 슬슬 내려가고 있었다.
바에 있는 그네에 앉아 여러 종류의 칵테일을 주문해서 맛을 보았다. 마침 사람이 우리밖에는 없어서 그네를 실컷 탈 수 있었다. 위 사진 속 스커트는 전날 저녁에 입었던 초록&노랑 스커트와 함께 구입했던 스커트인데, 상대적으로 무난한 갈색이라서 나중에 유럽에서도 자주 입고 다녔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는 해변. 생선 조각이 함께 들어간 해산물 파스타(생선이 들어간 해산물 파스타는 처음이었는데 의외로 맛있었다)를 먹으며 잔지바르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다음날 다르에스살람으로 돌아가는 페리는 고역이었다. 분명 잔지바르로 갈 때는 파도도 잔잔하고 좋았는데, 이날은 출발하자마자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롤러코스터 마냥,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것이 놀이기구 수준이었다. 나는 심장이 벌렁거리면서 뚝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싫어 놀이기구를 타지 않는데, 이날 계속 그런 기분을 느껴야 했다. 2시간이 12시간 같았다. 결국 이날도 다르에스살람에 가서 나보다 상태가 안 좋았던 폼과 함께 방으로 업그레이드를 했다. 게다가 잔지바르에서 너무 좋은 방에서 묵어서 그런지, 더 이상 캠핑이 하기 싫기도 했다.
# 사소한 메모 #
* 혼자서는 이런 곳에 왔어도 이렇게까지 즐겁지 않았겠지. 친구들 보고 싶다.
* 아프리카 여행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캠핑이 끝나는 건 좋지만 여행이 끝나는 건 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