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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 가는 길, 마사이 마을

Day 125, 126 - 탄자니아 마사이 빌리지 (Maasai)

by 바다의별

2017.06.06, 07


다르에스살람에서 이틀을 이동해 아루샤(Arusha)까지 이동했다. 아루샤 전날 묵었던 캠핑장은 말 그대로 잠을 자기 위해 머물렀을 뿐이었다. 누군가 내 루트대로 아프리카에서 트럭킹 투어를 한다고 하면 나는 요하네스버그에서 빅토리아 폭포까지는 트럭킹을 하고, 빅토리아 폭포에서부터 나이로비까지는 그냥 중간중간 비행기로 이동하는 걸 추천하고 싶다. 힘든 만큼 재미있기는 했지만, 그 힘든 것이 정말 힘들다. 10시간 넘게 이동해야 하는 날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지명도 기억나지 않는 아루샤 전날 묵었던 캠핑장은 시설도 별로였던 데다 밤새 비가 와서 아침에 텐트 걷는 것이 정말 불편했다. 설상가상으로 깜빡하고 바깥 창문을 돌돌 말아 올린 걸 안 내리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 텐트를 걷으며 양쪽 창문을 내려보니까 밤새 개미 떼가 그 사이로 들어가 집을 지어놓은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소름 끼친다. 아마 비가 오니까 따뜻하고 빗물이 안 들어오는 곳으로 들어온 모양인데, 수백, 수천 마리가 하얀 알까지 까놓았다. 말라위에서도 개미 떼가 텐트 안에 우글우글 들어와서 죽이고 내쫓느라 고생했는데, 이곳에서는 아예 밤새 개미 떼가 진을 쳐놓은 걸 보니 정말 징그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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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개미 떼로부터 정신적 공격을 당하고, 아루샤로 이동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길지 않은 드라이브였고 이날 향하는 캠핑장은 화장실/샤워실이 신식이라고 하여 오전의 충격에서는 생각보다 쉽게 벗어날 수 있었다. 다만 날이 맑은 날에는 킬리만자로 산을 볼 수 있다는데 날이 너무 흐려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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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다는 이 투어가 끝난 후 킬리만자로를 트레킹 했다. 나 역시 여행을 처음 계획할 때에는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오래전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했을 때 2500m에서부터 고산병 때문에 괴로웠던 기억이 있어 가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그때 좀 단련이 되었는지 해발 3000~4000m의 페루와 볼리비아에서는 그래도 덜했는데, 우유니 사막에서도 약 4500m 지대에서 잠을 잘 때 숨이 계속 막히기도 했고 무엇보다 기나긴 캠핑 투어 이후에 등반하려면 체력도 준비가 안 될 것 같아서 포기했다. 아쉽기도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또 있으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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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샤의 캠핑장은 독특했다. 일단 스네이크 파크가 캠핑장 안에 잇는데, 온갖 종류의 뱀들이 다 있었다. 이곳에는 뱀 전문 클리닉도 있어서 뱀에 물린 사람들이 다 이곳에 와서 치료를 받는다고 했다. 매달 100~200명 정도 온다고 한다. 뱀 외에도 야생에서 다친 동물들을 구조해 치료 및 다시 훈련을 시켜준 후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일도 한다. 그래서 새들을 비롯한 다른 동물들도 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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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블랙 맘바(Black Mamba)라는 얇고 검은 뱀인데, 물리면 담배 한 대 피우지도 못하고 7초 안에 죽는다고 한다. 무시무시한 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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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집어삼킬 수 있는 파이톤도 있었다. 이런 곳에 올 때면 해리포터 첫 장면이 생각난다. 뚫어지게 보고 있으면 유리창이 사라질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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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와 거북이도 구경하고, 친구들이 뱀을 만져보고 싶다 해서 직원이 뱀도 한 마리 가져다주었다. 나는 뱀 싫지만 굉장히 작은 뱀을 들고 와서 나도 한번 들어보았다.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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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 바로 옆에는 마사이(Maasai) 박물관도 있었다. 굉장히 높이 뛰는 마사이족들이 이곳에 산다. 다음날 마사이 마을에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이런 곳도 있기에 한번 방문해보았다. 설명해준 사람이 친절하기는 했지만 언어의 장벽 때문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아쉽다. 전통적으로 여자들이 집을 짓고 남자들이 사냥을 했다는 것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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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충격적이었던 건 여성 할례인데, 지금은 나라에서 금지했지만 여전히 몰래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10~14세 사이의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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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오후 우리는 2박 3일 세렝게티 투어를 시작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였다. 마사이(Maasai) 빌리지, 응고롱고로 분화구(Ngorongoro Crater), 그리고 대망의 세렝게티(Serengeti) 국립공원까지 가는 것인데, 응고롱고로와 세렝게티는 1.5일 정도 머문다. 세렝게티에는 24시간 이상 머물 경우 추가 요금이 붙어 딱 24시간만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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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서 점심식사 후 마사이 마을을 향해 출발했다. 마사이 마을이 그곳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간 곳은 관광객들이 보러 오게끔 조성해둔 마을이다. 가는 길에도 전통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어느 마을 부족장은 부인이 약 30명 정도 되는데, 정부에서 그 마을에 지어준 학교에 모두 이 남자 자녀들만 다닌다는 사실이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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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환영 노래를 불러주면서 뜀박질하는 춤을 보여주었다.

한 바퀴 빙 돌더니 이내 대열을 갖추고 남자들은 번갈아가면서 뛰고, 여자들은 노래를 불렀다. 여자들의 춤은 어깨의 힘으로 목에 걸린 비즈 목걸이를 통통 들썩이게 만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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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에게 빨간 망토를 둘러주고, 여자들에게는 마사이족들이 하는 화려한 비즈 목걸이를 걸어주기도 했는데, 여자들의 어깨춤이 중독성 있어서 계속 함께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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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피우는 방법도 보여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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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호주)와 피터(네덜란드)가 이를 따라 하기도 했다. 오래 걸렸지만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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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숫자와 알파벳을 배우고 있었다. 아이들은 우리를 위해 노래도 불러주었다. 아무래도 보츠와나 오카방고 델타나 말라위 호수에서 갔던 진짜 사람 냄새나는 마을과는 달라서 아쉬웠지만, 조금이나마 이들의 문화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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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고롱고로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카라투(Karatu)에서 묵기 위해 다시 차에 올랐다. 차를 타고 가는 중에 계속 하얀 솜 덩어리 같은 것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이게 뭘까 했더니 나무 위에 새들이 엄청나게 많이 앉아있었다. 깃털들이 어마어마하게 날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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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어느 순간 좀 더 높은 곳에 올라가서 보니, 그 동네 나무들에 새들이 징그럽게 많이 앉아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사소한 메모 #

* 여행의 정점을 향해서.
*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던 캠핑도 이제 몇 번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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