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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고롱고로, 세렝게티보다 멋진

Day 127 - 탄자니아 응고롱고로 분화구(Ngorongoro)

by 바다의별

2017.06.08


전날 마사이 빌리지를 구경하고 응고롱고로(Ngorongoro) 분화구 국립공원의 입구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카라투(Karatu)에서 잤다. 다음날 아침 일찍 어둠을 헤치며 응고롱고로 분화구로 향했다. 입구에서부터 또 1시간은 더 달려야 비로소 분화구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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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상징적인 곳으로 세렝게티(Serengeti)가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들어보면 세렝게티보다 응고롱고로를 더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가기 전의 기대감 차이도 있겠지만, 실제로도 세렝게티보다는 응고롱고로의 풍경이 더 예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세렝게티는 남아공 크루거 국립공원만큼이나 동물들이 멀찍이 떨어져 있어 차로 열심히 달려야 하는 한편 응고롱고로에서는 고개만 돌리면 수많은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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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이 중단된 사화산 분화구 중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응고롱고로 분화구. 우리는 언덕을 넘어 분화구로 내려갔다. 아직 아침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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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으로 들어가 보니 윌더비스트(Wildebeest) 몇 마리가 안갯속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윌더비스트가 아니라 매우 공격적인 동물이었다면 꽤 위협적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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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역시나, 우리에게는 어마어마한 사자의 행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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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자 두 마리가 안개가 걷히는 풍경을 즐기고 있는지, 그 속에 있는 초식동물들을 주시하고 있는지, 편안히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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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는 점점 걷혀, 분화구 가장자리의 산들에 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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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는 동물 이동(migration) 시즌이 시작되었데, 응고롱고로에 사는 동물들은 이동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항상 풍족해 웬만해서는 동물들이 이동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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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과 윌더비스트를 보던 중, 우리 앞으로 하이에나 무리가 지나갔다. 하이에나들은 굉장히 빨라서 그동안 사진에 제대로 담지 못했던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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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들은 순식간에 저 멀리 달려갔다. 자세히 보니, 입에 얇은 다리 같은 것을 물고 있었다. 하이에나들은 사냥을 매우 잘 하지만, 다른 동물들이 먹다 남은 고기를 가져다 먹기도 해 비열한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것이, 하이에나 관련 협회에서 영화 '라이언킹'이 하이에나의 이미지를 훼손시켰다며 소송을 낸 적도 있다고 한다. 물론 기각되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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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도 제 말 하면 오는 것일까. '라이언킹' 이야기를 실컷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암사자 두 마리가 보였다. 저 멀리 홀로 지나가는 윌더비스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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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냥은 하지 않고 한 마리는 천천히 일어나 유유히 걸어갔다. 홀로 남은 사자가 왠지 외로워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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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정말 실컷 보았던 건 윌더비스트와 얼룩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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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초식 동물은 함께 다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둘 다 숨기 좋은 수풀보다는 탁 트인 곳에 사는 것을 선호해 위험에 노출되기가 쉬운데, 얼룩말은 시력이 좋고 윌더비스트는 청력이 좋아서 함께 하면 잠재적 위협으로부터 더 쉽고 빨리 도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좋게 지내는가 했더니 자기들끼리 싸우는 윌더비스트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대개 뿔이 있는 동물들은 힘겨루기를 종종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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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고롱고로에는 모든 게 다 있다는데 물은 어디에 있을까,라고 생각할 무렵, 하마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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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물속에만 사는 하마들. 그 위에 새 한 마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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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아프리카 살쾡이로 불리는 와일드캣(African wild cat)인데, 귀 뒤쪽이 푸른색이다. 노란 꽃들 사이에 삐죽 올라온 푸른 귀를 보고 가이드가 신나서 알려주었다. 희귀해서 가이드들도 잘 못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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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은 차 두 대로 나누어 탔는데, 우리를 뒤따라오던 다른 차는 와일드캣을 보지 못했다. 대신 그 차에서는 희귀한 새를 보았다고 했다. 간발의 차로 보는 풍경이나 동물이 달라지는 것도 이런 사파리 드라이브의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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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려 가이드가 갑자기 차를 세웠다. 저 멀리 크루거 이후로 볼 수 없었던 코뿔소가 있었다. 아주 멀리 있어서 쌍안경을 쓰고 보아야지만 그 형체를 제대로 알 수 있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코뿔소가 정말 반가웠다. 얼마 안 남은 코뿔소들이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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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을 취하던 사자 가족도 보았다. 위엄 있는 사자의 모습만 계속 보다, 이 사자 가족을 보면서 한 가지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바로 사자도 '고양이'라는 것. 자다 깨서 자기 꼬리를 가지고 놀고 있는 사자들을 보고 있으니 영락없는 고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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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고롱고로에서는 그동안 했던 사파리 게임 드라이브들 중 가장 많은 동물을 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수많은 동물들을 보는 것 외에도, 이 멋진 풍경을 바라보는 것 또한 응고롱고로의 매력이다. 특히 저 위에 남아있는 안개가 풍경을 더 아름답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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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곳은 뒤에는 화장실이, 앞에는 호수가 있어 경관이 멋졌다. 점심으로는 치킨, 샌드위치 등이 들어있는 푸짐한 도시락을 받았는데, 가이드가 밖에서 먹다가는 새가 낚아채갈 수도 있으니 차에서 식사를 한 후 밖으로 나가라고 주의를 주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어기는 사람은 꼭 있다. 우리 팀의 안드레(네덜란드)는 모든 것에 불만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가끔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여행을 뭐 하러 왔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그는 이번에도 역시 가이드의 말을 무시하고 나갔다가 큰 독수리가 시원하게 그의 치킨을 낚아채갔다.

19055926_10155305295768898_6023447492994303132_o001.jpg 왼쪽부터 이모진, 나, 폼, 자넬, 아만다, 크리스

우리는 차 안에서 안전하게 식사를 마친 후, 하마들이 놀고 있는 호수 앞에서 나름대로 기념촬영을 했다. 헤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사진을 자주 찍었다.

19248084_10154924738449387_6478722625982959250_n001.jpg 친구가 정말 좋은 카메라로 찍어준 사진

센스 있게 이런 사진을 찍어준 친구도 있었고! (내 뒤에 서 있는 아이는 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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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우리는 남은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나미비아에서 실컷 본 뒤 거의 본 일이 없었던 타조들이 길을 건너고 있었다. 타조가 빨리 달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시속 80km까지도 달릴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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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쪽에 모여있는 품바 가족(흑멧돼지)을 보며 귀여워할 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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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쪽에서는 암사자 한 마디를 또 보게 되었다. 더워서 옆에 서 있던 사파리 트럭 차량 그늘 아래 누워있었는데, 그 차가 다시 출발하면서 그늘이 없어지자 화가 난 것 같았다. 뒤에 매달려있는 스페어타이어를 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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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난 동시에 더위에 지쳐 보이는 암사자는 계속해서 그늘을 찾기 위해 차 사이사이를 걷고 있었다. 우리는 암사자가 우리 차 옆을 지나간 뒤, 조심스레 다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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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분화구 밖으로 나갈 시간. 이곳에서 코끼리를 못 봐 아쉬운 마음을 알았는지, 분화구를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본 건 이 코끼리들이었다. 아기 코끼리들이 물웅덩이에서 장난을 치며 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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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풍경을 두고 떠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세렝게티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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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메모 #

* 정말 아름다운 곳. 고생을 해서라도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
* 오늘 본 것: 빅 5 중 사자, 코끼리, 코뿔소, 버펄로 / 어글리 5 중 대머리독수리, 흑맷돼지, 하이에나, 윌더비스트 / 얼룩말, 하마, 타조, 와일드캣
* ♬ Lion King OST - Circle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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