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유로운 암스테르담

Day 167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Amsterdam)

by 바다의별

2017.07.18


암스테르담에서 머물렀던 민박집은 규모도 작고 숙박인원도 별로 없어서 자연스레 동행이 자주 생겼다. 이날은 점심 식사 동행이 생겼다. 내가 꼭 가보고 싶던 아보카도 전문점이 있었는데, 아침식사 중 이야기를 하다 그분이 흥미를 느끼신 것이다. 사실 그런 곳에 가서 요리를 하나밖에 시킬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는데, 함께 갈 사람이 생겨 기뻤다.

DSC04421001.JPG

그분은 오전에 잔세스칸스에 다녀온다고 해서 나는 암스테르담 시내를 천천히 걸었다. 오후에는 고흐 미술관을 예약해두었다.

DSC04434001.JPG

운하가 있는 암스테르담은 물이 흐르는 대부분의 작은 도시들이 그렇듯 굉장히 낭만적이다.

DSC04436001.JPG

그리고 그 주변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들은 더욱 동화 같은 느낌을 더한다.

DSC04440001.JPG

그 속에 위치한 담 광장(Dam Square)은 상대적으로 묵직하게 다가왔다. 가운데 위치한 큰 건물은 네덜란드 왕궁으로서 본래 암스테르담 시청으로 사용된 목적으로 17세기에 지어졌으나, 19세기 이후로는 왕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DSC04438001.JPG

트램 노선을 기준으로 반대편에는 제2차 세계 대전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국가 기념비도 서 있다.

DSC04441001.JPG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등에 붙는 '담(dam)'은 영어에서와 같이 댐을 의미한다. 담 광장 역시 암스텔 강의 댐으로 (암스텔 강+댐=암스테르담) 지어진 것이 지금의 크기로 점차 확장되었다고 한다.

DSC04451001.JPG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안녕, 헤이즐(원작: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속에는 암스테르담의 이런 아기자기한 풍경들이 많이 등장한다. 유럽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었을 때에는 별 관심이 안 생기던 네덜란드에 꼭 가보아야겠다고 처음 생각한 계기가 바로 그 영화였다. 비행기 안에서 보면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다 승무원이 저녁 식사를 뭘로 하겠느냐고 물어봐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DSC04459001.JPG

암스테르담은 모든 곳들이 영화에서처럼, 아니 영화에서보다도 예뻤다. 나는 한참을 걷다 어딘가에 있을 헤이즐과 거스의 흔적들을 뒤로한 채, 약속시간에 맞추어 식당 앞으로 갔다.

DSC04480001.JPG

워낙 유명한 아보카도 식당은 피크 타임에는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데, 운이 좋았는지 30여 분만을 기다렸다. 우리는 베이컨, 소시지, 토마토, 양파 등이 들어간 아보카도 햄버거(빵 대신 아보카도)와 꽃잎과 새싹 야채, 허무스가 들어가는 '아보로즈'라는 메뉴를 주문했다. 사진에서 보았던 것처럼 플레이팅도 너무나 예뻤고 음식도 정말 독특하고 맛있었다. 아보카도 요리가 익힐 필요가 없어서 그런지 대기 인원에 비해 음식도 빨리 나왔다.

DSC04514001.JPG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반 고흐 미술관 근처의 국립 미술관 앞으로 걸어갔다. 아직 반 고흐 미술관 예약시간이 조금 남아서 그 근처를 산책했다. 관광객들을 위한 '아이 암스테르담' 조형물 앞에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바로 앞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DSC04498001.JPG

대신 그 앞에 있는 공원에서 현지인들처럼 잔디밭에 앉아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칫솔 모양의 구름과 주변에 소풍을 나온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고흐 미술관 입장 시간이 다가왔다.

DSC04505001.JPG

평소 오디오 가이드를 잘 쓰지 않는데 이곳에서는 사람들의 추천으로 써 보았다. 생각보다 너무 잘 되어있어서 놀랐다. 집중하다 보니 고흐의 작품들에, 그리고 그의 인생에 점차 빠져들게 되었다. 그림만 전시된 것이 아니라 동생 테오에게 보냈던 절절한 편지들도 있어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DSC04503001.JPG

일본의 영향을 받은 그림들이 생각보다 많아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후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을 통해 일본의 도자기 수출로 인해 유럽 전반에 일본풍이 유행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자기 포장지에 그려진 일본 민화 등을 보고 고흐를 포함한 수많은 작가들이 영감을 얻었을 테다.

DSC04497001.JPG

37세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반 고흐. 37세라는 나이는 지금이야 굉장히 젊은 나이로 여겨지지만, 당시 평균 수명은 50세도 채 안 되었으니 고흐는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자신의 작가 인생에서 더 이상 희망을 보지 못했던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이렇게 후대에 세계적인 사랑을 받게 될 줄을 그는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DSC04518001.JPG

암스테르담 이야기는 암스테르담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으로 마무리한다. 마약과 성매매가 합법화되어있는 네덜란드에서는 저녁이 되면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다. 마약을 판매하는 가게들의 간판이 반짝반짝 빛나고, 분명 낮에는 아무것도 없던 텅 빈 가게 쇼윈도에 속옷만 입은 여자들이 기대어 서 있다. 예쁜 풍경들을 보면 참 살고 싶다가도, 밤이 되면 망설여지는 곳이다.


DSC04442001.JPG
# 사소한 메모 #

* "Some tourists think Amsterdam is a city of sin, but in truth it is a city of freedom. And in freedom, most people find sin. (어떤 관광객들은 암스테르담이 죄악의 도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암스테르담은 자유의 도시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유 속에서 죄악을 찾죠.)"- 존 그린,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중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들이 누리지 못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