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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Oct 22. 2023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캄보디아 여행 1 - 드디어 캄보디아, 드디어 앙코르와트

"아직도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어?"

"그럼, 당연하지!"


내가 여태까지 가본 나라들을 세어보니 무려 57곳이었다. 그 나라의 도시 한 곳만 가봤더라도 모두 포함시켰으니, 꽤 많은 숫자가 나왔다. 이 숫자를 들은 사람들은 57개국에 가고도 여전히 가보고 싶은 곳이 있냐고 물어보곤 하는데, 정말로 여전히 많다.


시기에 따라 계절에 따라 1등으로 꼽히는 나라는 달라지곤 했지만, 그럼에도 항상 최상단에 위치했던 나라는 바로 캄보디아였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몰라도, 늘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 가고 싶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 시설로 인정받는 고대 사원의 신비로움만큼이나 그곳 일출의 웅장함을 나 또한 직접 마주하고 싶었다. 사원이 실루엣만 남은 시각, 그 뒤로 올라오는 태양. 나의 첫 책에도 적어둘 정도로 앙코르와트에서의 일출은 내 버킷리스트 최상단에 자리했다.


내 책, <그렇게 풍경이고 싶었다>에도 넣었을 정도의 소망이었다.


"나는 일출을 잘 볼 수 있을 때 갈 거야."


가고 싶은 마음의 정도와는 다르게, 캄보디아는 몇 년째 버킷리스트에만 있었다. 막연하게 일출을 잘 볼 수 있을 때 가겠노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언제지?


춘분과 추분에는 앙코르와트 정중앙에서 태양이 올라온다고 해 장관이라고 했다. 캄보디아인들도 그때 많이들 일출을 보러 시엠립으로 모인다고 했다. 하지만 추분은 우기에 속하고 춘분 때는 함께 쓸 휴가가 잘 없다. (우기는 5~10월)


정중앙은 포기하고, 맑은 날의 일출을 볼 확률을 높이려면 일단 건기에 가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건기 때는 습도도 50% 수준으로 떨어져 좀 덜 더울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12, 1, 2월은 성수기라 여러모로 비쌌다. 비싸더라도 '내년엔 꼭 가야지' 매년 다짐했건만, 한 해는 이직을 하게 되었고, 그다음 해에는 코로나 팬데믹까지 터져버렸다.


그렇게 '꼭 가야지' 하던 다짐은 올해까지 왔다. 그리고 올해 연말을 고민하던 내가 최종적으로 다녀온 건... 웃기게도 10월이다. 추분은 진작 지나고, 우기도 아직 끝나지 않았고, 평균 습도는 80% 이상을 웃도는, 더위 한가운데의 10월.


11, 12월에 출장이라든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또 튀어나올까 봐 불안했고, 10월의 공휴일을 이용해 다녀온다면 여유가 조금 더 있을 것 같았다. 결국 캄보디아의 날씨는 상관없이, 내 일정을 최우선으로 여행을 계획한 셈이 되었다.


그러나 운 좋게도 나는 원했던 캄보디아의 일출도 보고 왔고, 머무는 내내 우산 한 번 펼쳐볼 일 없이 비를 잘 피하고 왔다. 국지성 호우는 신기할 정도로 어마어마했지만 내 머리 위에 빗방울이 떨어진 적은 없었고, 새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실컷 보고 왔다. 이럴 거면 진작 아무 때나 다녀올 걸 싶기도 했다.


(좌) 일출 직전의 모습, (우) 10월에도 대체로 맑았던 평소의 날씨


캄보디아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일까? 건기에 갔으면 습도가 낮아서 좀 덜 힘들긴 했을 텐데, 그때가 여행하기 훨씬 더 좋았으려나? 몰리는 인파를 생각하고 물가를 생각하면 또 반드시 그렇진 않았을 수도 있다. 건기에도 요즘은 이상기후로 비가 내리기도 한다고 들었다.


통계는 참고용일 뿐, 막상 가서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국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떠나는 사람의 입장이 아닐까. 그러니 나에게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란, 내가 가장 마음 편히 여행할 수 있는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 여행하든 내 결정이다. 여행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기 마련이고, 그때마다 후회하며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날씨가 어떻든, 현지 상황이 어떻든, 불평하지 않고 그곳에 왔음에 기뻐하며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시기. 어떤 곳이든 그때가 가장 여행하기 좋은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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