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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you mind

문법보다는 마음

by 바다의별

"Do you mind if I sit here?" (여기 앉아도 괜찮을까요?)


누군가 내 옆자리를 가리키며 이렇게 묻는다. 이때, 상대방이 앉아도 상관없다면 내 대답은 YesNo 중에 무엇이어야 할까?


문법상으로는 No가 맞다. 질문을 직역하자면 '내가 여기 앉으면 당신이 불편할까요?' 이므로, 불편하지 않다면 No라고 답을 해야 한다. 만일 Yes라고 답한다면 '네, 불편합니다'라고 답하는 꼴이 된다.


하지만 실제 대화에서는 Yes 또는 Sure라고 답을 해도 문제없이 의미가 통한다. 우리도 한국어로 대화할 때 종종 문법을 어기듯이 (일부러 어기는 건 아니어도 굳이 엄격히 지키지는 않듯이), 영어 원어민들 역시 대화할 때만큼은 문법을 정확히 지키지 않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No, not at all! Go ahead." (전혀요, 어서 앉으세요.)

"Sure! Please take a seat." (물론이죠, 어서 앉으세요.)


NoSure은 전혀 반대되는 말 같지만, 앉으리는 손짓이나 제스처, 아무렇지 않다는 듯 편안하게 웃는 표정이라면, 그건 거절의 의사가 아니다.


"No, sorry, I’m saving this seat for a friend." (아뇨, 죄송해요, 친구를 위해 맡아둔 자리예요.)


반대로 No라고 말했지만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면 그건 '미안하지만 이 자리는 이미 주인이 있다'라는 의미다.

문법이 지켜지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정황상 혹은 문맥상 충분히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대화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온몸으로 내뿜는 에너지까지도 언어의 일부이다.


"Do you mind?"


이것 역시 문법적으로는 불완전한 문장이지만, 일상에서는 충분히 소통이 가능한 말이다. 창문을 열려는 시늉과 함께 물어보면 '창문 열어도 될까요?'라는 뜻이 되고, 누군가의 가방을 가리키며 옆으로 옮기려는 듯 손짓하며 물어보면 '가방을 좀 옮겨도 될까요?'라고 묻는 것이 된다. 문장 안에 창문이나 가방이라는 말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몸짓과 상황이 부연설명을 해주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큰 소리로 떠들고 있는데 근처에서 다른 사람이 저렇게 외쳤다면, '조용히 좀 해달라'는 뜻도 된다. 공손하게 "Do you mind lowering your voice?" (목소리 좀 낮춰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요청할 수도 있겠지만, 참다 참다 짜증이 났다면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으리라. 이럴 때 역시 말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말한 사람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mind라는 단어는 본래 마음, 정신을 뜻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겉으로 드러나는 법이다. 말에는 표정, 몸짓, 눈빛과 같은 수많은 부차적인 표현들이 뒤따라와 그 마음을 풍부한 방법으로 전달한다. 몸짓에 따라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달라지고, 말투와 상황에 따라 질문이 요청이 될 수도 있고, 같은 문장과 단어도 표정과 태도에 따라 긍정이 될 수도, 부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문법이 잘 기억나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말을 완전히 알아듣지 못했더라도, 대화는 어떻게든 이루어질 것이다. 언어는 결국 소통의 도구 중 하나일 뿐이고, 문법보다는 겉으로 드러내는 마음이 더 중요한 법이다.



Do you mind if I open the window?: 창문을 열어도 될까요?

Do you mind if I move this bag?: 이 가방을 옮겨도 될까요?

Do you mind me sitting here?: 제가 여기 앉아도 될까요? (구어에서는 Do you mind if~ 가 더 자주 쓰이긴 한다)

Do you mind?: 공손한 질문이 될 수도 있고, 상대의 행동을 멈춰달라는 (조용히 해달라거나 뒷자리에서 발로 그만 차 달라거나) 요청이 될 수도 있다. 요청일 때도 정중하게 말하면 정중중한 요청이 되지만, 표정과 어투에 따라 불쾌감이 표현될 수 있으니 조심해서 쓸 것.

태안 천리포 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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