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의 deal이 먼저니까
deal이라는 말은 기본적으로 거래, 합의 등을 뜻한다. 누군가 어떤 제안을 던졌을 때 상대가 간단하게 "Deal!"이라고 답한다면 동의의 의미가 된다. 동사형으로 쓰일 때는 거래하다 (차 딜러), 혹은 카드를 돌리다 (카지노 딜러)의 의미도 있다. 그런데 실제 일상에서의 쓰임새는 그보다 더 다양하다.
"What's your deal?"이라고 할 때는 상태나 문제에 대해 묻는 뜻이 되고, "It's a big deal."이라고 말하면 대단히 중요한 일, 엄청난 일을 뜻하기도 하다. 물론 문맥이나 억양, 말하는 사람의 말투나 표정에 따라 긍정적인 말일 수도 있고 부정적인 말일 수도 있다.
여기저기 다 갖다 붙여도 다양하게 말이 되는 deal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본래의 의미를 완전히 잃지 않은 선에서 많이 쓰인다. 공식적인 거래가 아니라, 비유적인 의미의 거래로도 종종 쓰인다.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 언제 약속했는지도 모를 거래를 뜻하는 상황들에서 말이다.
"That’s part of the deal." (그건 거래의 일부야. / 그건 합의된 사항이야.)
무언가를 누리고 싶다면 무언가는 감수해야 한다. 즐거운 여행 뒤에는 언제나 짐정리나 빨래와 같은 귀찮은 것들이 남기 마련이고, 연인과의 안정적인 관계에는 언제나 양보와 타협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나마 여행과 연애는 최소한 우리가 선택한 일이라면, 인생은 딱히 우리가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deal이라는 말로 설명되기도 한다. 삶에는 기쁨만큼 슬픔도 반드시 온다는 것, 만남 뒤에는 늘 이별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 또한 우리가 살면서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때로 우리가 목표한 것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참고 견디라는 의미로 "You have to deal with it." (그 문제/일을 처리해야 해./다뤄야 해.)이라는 말이 종종 등장한다. 원치 않아도 결국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물론 이 세상에 좋은 것만 쏙쏙 뽑아먹을 방법은 없다. 산의 정상에서 멋진 풍경을 보기 위해서는 험한 돌길을 올라가야 하고, 어떤 스포츠든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혹독한 연습과 훈련을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나에게 deal breaker로 작용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직역하면 계약파기 요건, 혹은 거래 성사 장애요인이라는 매우 공식적이고 법률적으로 느껴지는 말이지만, 쉽게 말해 어떤 상황이나 관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결정적인 이유를 뜻하는 말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할 친구나 연인 관계에서 상대방이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한다면 그 관계는 지속해 나가기 어렵다. 회사에서 승진을 하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부당한 것들을 눈감고 참아야 한다면 그것 또한 잠시 멈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
"This is a deal breaker." (이건 계약위반이나 다름없어. / 이건 넘을 수 없는 장애물이야.)
그럴 때는 때로 끝까지 감수하는 대신, 이 말이 필요하다. '이렇게까지 참고 싶지는 않았는데' 혹은 '이렇게까지 원한 건 아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멈출 수 있는 용기.
삶은 끊임없는 거래의 연속이고, 거래를 체결하고 선택을 내릴 때마다 우리는 무언가를 얻는 동시에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한다. 나는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참아낼 수 있는지, 그 경계를 알아가는 건 중요한 일이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나 스스로를 지키는 deal이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deal breaker는 단순한 거절이나 포기를 넘어,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누군가는 내게 그게 뭔 대수냐고 (It's not a big deal), 넌 대체 뭐가 문제냐고 (What's your deal?)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분명한 deal breaker가 있다면, 나의 선택에 좀 더 힘을 실어주어야겠다. 내가 어떤 계약에 발을 들이든, 어떤 걸 선택하고 시작하든,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나 자신과 맺은 약속이어야 하니까.
나 스스로를 무한정으로 참고 견디게 만들 필요는 없다. 타인과의 계약은, 얼마든지 파기할 수 있다.
deal: 계약, 거래, 합의
deal breaker: 계약파기 요건, 성사장애 요인, 계약/거래의 장애물
'big deal': '큰 거래'라는 의미도 성립하지만, '대단히 중요한 일', '엄청난 일'을 뜻한다. 예를 들면 친구가 원했던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지만 별거 아니라는 듯 쑥스럽게 이야기할 때, '그거 정말 대단한 일이야!'라고 호들갑을 떨어줄 수 있는 말. (다만 'Big deal!'이라고 비꼬듯이 말한다면 '그것 참 대단한 일이네'라고 비꼬는 뜻.)
'What's your deal?': 상대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에 대한 질문. 까칠하게 물어봤다면 '뭐가 문제인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고, 차분하게 물어봤다면 '네게 어떤 사연이 숨어 있는지', '비결이 뭔지' 묻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싱글인 사람이 물어본다면 연애 상태 여부를 묻는 것도 된다. 맥락에 따라 뜻이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