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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말은 달라도 꿈은 닮았을지도

by 바다의별

낯선 언어를 새로 배울 때마다, 혹은 잠시 여행을 앞두고 몇 마디 인사말만 익힐 때조차, 내가 꼭 한 번 찾아보는 단어가 있다. 그건 바로 '꿈'이다.


영어로 '꿈'은 잘 알다시피 dream이다. 그런데 어떤 '꿈'인가? 우리말에서 꿈이라 하면 밤에 자면서 꾸는 꿈과, 마음속의 소망이 담긴 꿈,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I have a dream. (내게 꿈이 있다.)

I had a dream. (나는 꿈을 꿨다.)


"I had a dream"이라고 말하면 지난밤 꿨던 꿈 혹은 과거에 소망하던 꿈을 의미하고, "I have a dream"이라고 하면 현재 소망하고 있는 꿈을 의미한다.


그건 영어만이 아니다. 프랑스어 rêve, 스페인어 sueño, 이탈리아어 sogno, 독일어 traum, 일본어 夢, 심지어 아이슬란드어 draumur와 그리스어 όνειρο 까지도 '꿈'이라는 하나의 단어가 그 두 가지 뜻을 모두 지닌다.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다른 환경 속에서 다른 언어를 쓰며 살아가지만, 같은 단어가 이중의 뜻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자면서 꾸는 꿈은 비현실적이지만 내가 본 것이고, 소망으로서의 꿈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현실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나는 이미 지나간 허상, 다른 하나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가능성. 어쩌면 각각의 반쪽짜리 불완전성이 두 개의 개념을 연결 짓게 한 것은 아닐까.


물론 모든 말이 서로 일대일로 대응되지는 않는다. 분명 각자의 문화에는 고유한 차이들이 있기에, 쉽게 번역할 수 없는 단어들과 표현들이 훨씬 더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속에는 종종,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사고의 흐름이 숨어 있다.


give a hand (손을 건넨다)가 도움을 준다는 뜻이 되는 것처럼, point the finger (손가락질하다)가 누군가를 고발한다는 뜻이 되는 것처럼. 많은 언어에서 사랑은 불타고, 시간은 흐른다. '뿌린 대로 거둔다 (You reap what you sow)'와 같은 속담 역시 여러 언어 속에 유사한 형태로 존재하곤 한다.


영어는 한국어와 전혀 다른 뿌리에서 시작된 언어이기에 막연히 멀고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나 언어란 결국 사람이 사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도구이다. 그리고 세상 어디서든,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한 법이다.


겉모습은 서로 달라도, 우리는 모두 꿈을 꾸는 사람들이다. 잠이 들었을 때는 무의식적 꿈을, 깨어있을 때는 원하는 꿈을 꾼다. 어쩌면 우리가 꾸는 꿈들도 생각보다 많이 닮아있을지도 모른다.



영어와 한국어 간 몇 가지 비슷한 단어/속담/표현들

Dream & 꿈: 자면서 꾸는 꿈과 소망하는 꿈을 모두 의미

Voice & 목소리: 신체적 목소리와 의견/주장을 모두 의미

Cold/Warm & 차가움/따뜻함: 온도의 차가움/따뜻함과 심리적 차가움/따뜻함을 모두 의미

You reap what you sow: 뿌린 대로 거둔다

Where there's smoke there's fire: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Don't cry over spilt milk: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A big fish in a small pond: 우물 안 개구리

A piece of cake: 누워서 떡먹기

어느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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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