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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y

시도는 에세이가 되고

by 바다의별

새로운 음식을 맛볼 때, 영어에서는 직접적으로 eat이라는 동사를 쓰지 않는다. 대신 try를 쓴다.


I ate the pizza. (나는 그 피자를 먹었다.)

I tried the pizza. (나는 그 피자를 먹어보았다.)


먹었다는 그 행위 대신에 새로운 걸 해보았다는, 시도와 도전의 의미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다.


try는 경험의 가치를 강조한다. 진심이 담긴 호기심에 의한 것이든, 누군가가 대접 또는 추천해 줬으니 예의를 차린 것이든, 낯선 여행지에 왔으니 새로운 걸 해봐야 한다는 다소 강박감에 의한 선택이든, 어찌 되었든 익숙하지 않은 무언가를 시도해 본 것의 가치.


그 시도는 늘 성공적이지 않을 수 있다.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으므로, 시도에는 언제나 오류, 실수, 실패와 같은 단어가 뒤따라온다. trial and error(시행착오) 같은 말은 마치 하나의 단어처럼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시도해 본다면, 비로소 깨달을 수 있다. 다음에 시도할 때에는 어떤 부분을 바꾸어야 하는지, 내 취향에는 어떤 게 맞고 어떤 게 맞지 않는지. 해보지 않은 것들은 영영 모르는 채로 남지만, 해본 것은 좋았든 나빴든 경험이 되고 추억이 되어, 그 의미가 고스란히 남는다.


essay라는 말은 프랑스어의 essayer 및 essai에서 온 말이다. essayer는 시도하다는 뜻의 동사이고, essai는 시도 및 에세이를 동시에 뜻하는 명사이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작가 미셸 드 몽테뉴가 자신의 생각들을 글로 표현하기를 '시도'해보았다는 의미로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삶은 그 자체로 에세이이다. 시도를 한 내용들은 모두 경험이 되고, 각각 한 편의 글이자 이야기로 완성된다. 시도를 많이 할수록 이야깃거리가 많이 생길 것이고, 차곡차곡 쌓이는 추억들도 많아질 것이다.


I tried using English during this trip. (나는 이번 여행 중에 영어를 써보았다.)

I will try out for the soccer team. (나는 축구팀에 도전해 볼 것이다.)


어쩌면 인생의 의미는 완벽한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끊김 없이 계속 써 내려가는 데에서 찾을 수 있는 게 아닐까. 더 많이 시도하고, 더 자주 실패하고, 그 속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찾아내는 것.


그러니까 일단,

Give it a try!



관련 표현들

try: 시도하다, 노력하다

try out (for): (공식적인 선발 등을 위해) 도전하다

trial and error: 시행착오

lessons learned: 교훈

give something a shot/try: 시도해 보다

보츠와나의 밤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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