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undbreaking

좋은 단어도, 나쁜 단어도

Oct 24. 2025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같은 사건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반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리하고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단어들도 마찬가지다. 동시에 여러 의미를 지니다 보니, 어떤 때는 긍정적인 의미가 되는데 어떤 때는 부정적인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앞뒤로 어떤 말들과 붙여 쓰느냐에 따라 아 다르고 어 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break라는 단어는 '깨지다', '부서지다'처럼 다소 부정적인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쉬다'라는 뜻도 가진다.

"Take a break", "Have a break"는 잠시 쉬라는 뜻인데, 특히 "Have a break"라고 하면 유명 초콜릿 과자의 광고문구가 떠오른다. 반으로 잘라먹도록 되어있는 킷캣은, 뚝 잘린 단면 이미지 옆에 늘 이 문구를 붙여놓는다. break의 이중적 의미를 영리하게 활용한 셈이다.

break는 '쉼' 외에도, 인생의 전환점이나 기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Her big break came when she landed the main role in that film. (그녀는 그 영화의 주연을 맡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It’s my lucky break! (드디어 나에게 행운의 기회가 찾아왔어!)

오랫동안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이렇다 할 성과가 없던 중에, 특별히 좋은 기회를 맞이할 경우 쓰는 말이다.

조금 다른 말로 종종 연극, 공연계에서는 잘하고 오라는 응원의 말로 "Break a leg!"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직역하면 다리를 부러뜨리라는 꽤나 잔인한 말 같지만, 행운을 빈다는 뜻이다. (그 어원은 명확하지 않으나, 오히려 악담을 하여 액운을 내쫓을 수 있다고 믿었다는 것과, 과거에 공연이 좋으면 관객들이 의자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내리쳤기 때문이라는 등의 추측이 있다.) '부러지다'는 뜻은 그대로이지만, 문맥에 따라 긍정적인 의미가 되는 것이다.

ground라는 단어 역시 break처럼 문맥과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기본적으로는 '땅', '기반', '근거'라는 물리적인 의미(주로 명사형)가 있는 동시에, '현실적이다',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정신적인 의미(주로 동사형)도 가지고 있다.

On what grounds? (무슨 근거로요?)

He is a grounded person. (그는 현실감 있고 안정된 사람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그리고 공항에서는, grounded가 또 다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You are grounded. (너는 외출 금지야.)

The plane is grounded. (그 비행기는 뜨지 못하고 공항에 묶여 있다.)

아이가 무언가 잘못을 해서 처벌로 당분간 집에만 있어야 한다고 말할 때, 또는 하늘을 날아올라야 할 비행기가 뜨지 못하고 공항에 발이 묶여 있을 때에도 grounded라는 말을 쓴다.

그렇다면 break와 ground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땅을 부수는 일이 일어날까?

groundbreaking은 '기존 틀을 부순다'는 뜻으로, 혁신적이고 독창적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겉보기에 break와 ground의 조합은 그다지 어울려 보이지 않지만, 함께 붙으면 강렬한 의미로 재탄생된다.

단어들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그 의미와 뉘앙스가 달라진다. 숨겨진 다른 뜻이 나타날 수도 있고, 다른 단어와의 조합에 따라 의외의 뜻이 생겨날 수도 있다. 언어는 늘 그렇게 변주된다.

그건 어쩌면 우리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언제나, 보이는 것보다 더 큰 가능성이 숨어 있다. 제한을 두지 않고 여지를 열어둘 때, 새롭고 특별한 의미를 발견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면, 우리가 가진 생각과 바람과 상상도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