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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Apr 17. 2017

화려한 색의 항구 도시

Day 25, 26 -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RiodeJaneiro)

이제 남미 여행이 끝나감을 실감했다. 브라질 다음에도 에콰도르가 남아있지만, 그동안 함께 했던 다른 일행분들과는 여기서 인사를 해야 했다. 꽤 오랜 시간 함께 하며 정이 많이 들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 다행히, 리우 데 자네이루는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되어주었다. 카니발 경연을 볼 수 있어 더욱 좋았지만, 리우라는 도시 자체가 기대했던 것보다 예뻐서 그 풍경에 바로 매료되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6년 리우 올림픽 당시에 언론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것은 리우의 각종 소매치기 행태들이었다. 버스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그걸 툭 쳐서 가져가려고 한다거나, 사람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굳이 잡아당겨서 가져간다거나 하는 것들. 그런 영상들이 반복해서 전파를 타다 보니 브라질의 치안에 대해 두려움이 컸던 것 같다.


물론 고작 이틀 지낸 것으로 제대로 알 수는 없지만, 남미 여행을 통해 느낀 것은 브라질뿐 아니라 남미 어디든 모두 사람 사는 곳이고, 사람 사는 곳은 결국 다 똑같다는 것이었다. 가지 말라는 곳에 가지 않고,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고, 밤늦게 혼자 돌아다니지만 않는다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나는 남미에 있었던 약 5주간의 시간 동안 한 번도 위험한 상황에 놓였던 적이 없다. 늘 엄마와 함께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최대한 밝은 시간에만 다녀서이기도 할 것이다. 내 막연한 상상 속의 리우는 상당히 어둡고 무서운 곳이었는데 막상 도착하니 활기차고 예쁜 도시였다.

리우에 도착하자마자 보러 간 것은 빵산(Pão de Açúcar)이었다. 설탕을 묻힌 빵같이 생겼다고 해서 이름이 설탕빵산, 짧게는 빵산이라니. 발상이 너무나 귀여웠다. 실제로 바게트 빵 같기도 하고 표면이 오돌토돌해 보이기도 했다. 빵산 꼭대기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케이블카를 두 번 타야 하는데, 최초에 케이블카를 만들었을 당시 한 번에 올라가는 것을 만들 기술력이 없어서 그랬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에 사용하던 케이블카

빵산에 올라가면 리우의 전경을 볼 수 있다. 멀리 희미하지만 예수상도 보인다. 안개 때문에 전망이 훤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신비로운 느낌을 줘서 풍경이 더 멋져 보였다. 마추픽추에서 보지 못해서 아쉬웠던 안개를 이곳에서 보았다.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라는 리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곳이었다.



둘째 날은 조금 더 바쁘게 돌아다녔다.

성 세바스찬 성당 (Catedral Metropolitana de São Sebastião)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성 세바스찬 성당. 겉에서만 보았을 때에는 도무지 성당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와플 형태의 외관과 그에 못지않게 독특한 종탑. 내부의 스테인글라스가 예쁘기로 유명한데, 안타깝게도 카니발 기간이라고 닫아놓아 들어가 보지 못했다. 왜 성당까지 닫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날 이파네마 해변을 보고 나니 어쩌면 축제 분위기에 동요된 이상한 사람들이 들이닥칠까 봐 닫아놓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Escadaria Selaron

그리하여 곧바로 이동한 곳은 셀라론의 계단(Escadaria Selaron). 이곳은 색색의 타일 조각들로 유명하다. 예술가 셀라론이 시작하여 나중에는 전 세계로부터 기부를 받아 현재는 약 2000개의 타일이 있다고 한다. 

계단만 타일인 줄 알았는데, 온 벽면이 다 예쁜 타일들로 꾸며져 있었다. 지나가다 보니 한국과 관련된 타일도 있었는데, 타일 위에 태극기 등을 그려 넣은 것이었다.

맨 위까지 올라가 볼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시간도 없었을뿐더러 맨 위쪽은 빈민가라 우범지역이라고 해서 가보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화려한 색감이 참 예쁜 곳이었다. 전날 보았던 카니발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브라질에 왔으니 당연히 들러야 할 축구 경기장, 마라카낭 구장(Estadio do Maracana)이었다. 전력 공급도 되지 않고 유령 경기장이 되어가고 있다고 하던데, 경기장도 굳게 닫혀 있었고 사람도 하나도 없었다. 펠레 동상만이 우리를 반겨줄 뿐이었다.

다시 중심가로 나가서 코파카바나(Copacabana) 해변에 가보았다. 전날 삼바 경연을 보러 가던 중 지나쳤던 이파네마 해변이 젊은 사람들이 친구들과 많이 가는 해변이라면 코파카바나는 가족 단위로 많이 가는 해변이라고 한다. 물이 꽤 찬데도 해수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해수욕할 시간은 없어서 그냥 물에 발만 담그는 것으로 만족했다. 물이 차가웠지만 모래가 워낙 부드럽고 햇살이 따뜻해서 즐거웠다. 코파카바나 해변에 오면 꼭 찍어야 하는 사진이 있는데, 앞에 있는 물결무늬의 타일이다. 검은색과 흰색의 타일은 코파카바나의 파도를 의미하기도 하고 흑과 백의 조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리우 관광의 마지막 종착지는 바로 예수상이었다. 가장 중요한 걸 마지막으로 남겨둔 것이 좋았다. 리우 어디든 탁 트여있는 곳이면 예수상이 늘 조그맣게 보인다. 높이 38m, 가로 30m의 어마어마한 크기다. 언덕 위를 올라가 보면 예수상 자체보다는 전망이 더 멋졌다. 재미난 사진 찍기에도 좋았고. 예수상을 계속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묘해졌다. 침략자들의 종교를 믿고, 이렇게 거대한 예수상을 세우고. 정작 예수님은 이런 걸 원치 않으셨으리라.

예수상 앞에는 바닥에 누워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매트가 있는데, 두 팔을 벌려 예수상과 나란히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기 위함이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찍는 사람이 얼마나 힘든 자세를 취해야 하던지. 저러고 있으면 목이 상당히 많이 아파온다.

빵산 위에서 전경을 보며 시작한 리우 여행을, 다시 한번 예수상 아래에서 전경을 보며 마무리했다.



다른 사람들은 밤 10시 출발하는 비행기였고, 우리는 새벽 1시 반에 출발하는 비행기였다. 7시쯤 공항에 도착해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모두들 아직 여행이 끝나지 않은 나와 엄마에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특히 아직 여행 초반에 불과했던 나에게는 더 깊은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 참 다행이었고, 행운이었다.


인사를 나눈 뒤 나와 엄마는 라운지에 앉아서 간식을 먹으며 쉬다가 체크인을 했다. 과야킬까지 가는 길은 파나마시티를 거쳤다 가는 머나먼 여정이었다.



# 사소한 메모 #

* 여행 중에 피곤할 때 먹으라며 직접 말린 홍삼을 챙겨주신 분, 여행 후 밥 사주시겠다는 분들, 그리고 많은 좋은 말로 지금까지도 격려해주시는 분들. 새로 만난 인연뿐 아니라 잊고 있을 때 문득 연락이 와 어디인지, 잘 다니고 있는지 걱정하고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 나에게 이렇게 좋은 인연이 많다는 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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