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5 -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Rio de Janeiro)
리오 카니발 경연은 일 년에 4일 밤동안 진행된다. 총 24팀이 하루에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6팀씩 경연을 하고, 여기서 가장 좋은 점수를 얻은 1~5위까지의 팀만 나중에 따로 퍼레이드를 한다. 그래서 당연히 우승팀들만 참가하는 퍼레이드가 가장 멋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심사를 하는 경연이 더 치열해서 이때 더 열심히 하기 때문에 더 멋진 공연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어두워지자 리우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숙소에서 단체 버스를 타고 경연장으로 향하는 길, 이파네마(Ipanema) 해변을 지나는데 상당히 무서웠다. 주로 10-20대 아이들이 많이 오는 해변이라고 하는데, 가로등도 없는 해변에 인파가 가득했다. 길이 막혀서 버스가 오랫동안 해변 옆 길가에 정차해 있었는데, 바깥을 바라보니 문란한 행동들(?)을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이 시기에 미혼모가 많이 생겨서 한때는 거리에서 콘돔을 나누어주기도 했다고 한다. 카니발 기간에는 다들 '미쳤다'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겨우겨우 도착한 경연장은 규모가 엄청났다. 심사를 받기 때문에 춤을 더 열심히 춘다고 들었는데, 맨 앞줄이 심사위원 자리라서 뒤로 갈수록 점차 춤 동작이 느슨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 자리는 열심히 추는 구간과 느슨해지는 구간의 경계 근처였다. 그런데 춤이 성의 없어질 수밖에 없는 게, 의상 무게가 대부분 10킬로가 넘는 데다 춤을 추는 사람들 중에는 일반인들도 많고, 한 팀의 경연시간은 무려 1시간 반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삼바 스쿨들이 있어 그 스쿨 별로 참가를 하는데, 한 팀당 인원이 약 5천 명이라고 한다. 각 팀별로 메인 무희인 퀸이 있고, 그 외 전문 무희들이 각 파트들을 주도하고, 뒤따라오는 건 거의 다 일반인들 같았다.
일반인들의 경우 직접 돈을 내고 시간을 들여서 참가하는 것인데, 참가 자체를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심지어 우승해서 상금을 받더라도 개인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년 카니발 준비 비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니 브라질에서 카니발 축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일 년 내내 다음 카니발을 준비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놀랐던 사실은 춤을 추는 일반인들 중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많았다는 것이다. 숙소로 돌아갈 때 경연을 마친 참가자들과 마주쳤는데, 의상을 반쯤 벗어 들고 있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니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럼에도 에너지를 잃지 않고 웃으면서 우리와 함께 사진 찍어주는 것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각 팀별로 콘셉트도 다양했는데, 난해해서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노래의 경우 대개 같은 멜로디가 여러 번 무한 반복되다 보니 가사는 모르지만 계속 들으니 나도 외워졌다. 대부분 각 삼바 스쿨의 주제가라고 한다. 밤 10시부터 6시까지 서서 볼 체력은 되지 않아, 우리는 약 10시 반부터 새벽 1시까지 보았다. 첫 번째 팀의 후반부와 두 번째 팀의 전체 경연을 볼 수 있었다.
'브라질 사람들은 일 년 내내 카니발을 준비한다'는 말이 그냥 하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직접 보고 나니 그 말이 이해가 되었다. 매년 전혀 다른 콘셉트로 준비를 한다는 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신나게 춤을 추는 것도 전부 다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그걸 매년 함께 즐기는 모든 관객들, 국민들까지도.
우리나라에도 이런 축제가 있으면 다 같이 즐길 수 있을까? 일상 속에 자리 잡은 축제 문화가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우면서 브라질 사람들이 부러워지는 시간이었다.
# 사소한 메모 #
* 세상에는 직접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 낮에 시내 관광할 때 비가 내려 급히 우비를 샀더니 입는 순간 비가 그쳤다. 저녁에 삼바 경연장에 도착했을 때에도 비가 내렸는데 금방 그치겠지 하고 우비를 안 샀더니 2시간 동안 비를 맞았다. 한국에서 가져온 우비는 필요할 때마다 내 손에 없다. 언젠간 쓸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