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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oon Oct 24. 2021

나의 도시여행의 시작  

여행과 배움의 욕구를 충족시켰던 여행 

여행자 이경민 

여행을 그리 자주 다녀온 편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나의 여행에 대한 인식과 여행방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여행은 무엇이었나를 생각해보면 시기와 계기는 달랐지만 모두 일본여행이었다. 생애 첫 여행지도 일본이었고 마지막 여행지도 일본이었다. 여러 번 반복해서 가다보니 도시마다의 특성과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 이 지점에서 한국과 무엇이 비슷하고 다른지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분명 여행이긴 하지만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피성을 가진 것도 아니었고, 현실과 동 떨어진 별개의 여행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현재 서울에서 하는 여행을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서 해보기도 하고 일상을 보내듯이 걷고 관찰하고 또 걷고를 반복했던 행위들이 여행에 대한 인식을 바뀌게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에게 여행은 더 이상 현실 도피가 아니라 현실에 젖어들어 일상에서 행해지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그런 덕분에 여행에 대한 강렬한 욕망과 욕구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이미 일상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생애 첫 해외여행, 2005년 5월 일본 나고야


나의 첫 해외여행은 대학교 재학 중 다녀왔던 일본여행이다.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가 온전히 나에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학교 행사 중 하나였으므로) 어렸을 때부터 문화적으로 접했던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궁금증이 여행에 대한 간절함으로 바뀌었고, 꼭 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또 외국어를 좋아 했고, 그 언어를 이해하려면 그 나라 문화를 경험해봐야 알 수 있다고 평소에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간절함은 더 커졌다. 자매결연을 맺는 학교에 방문하여 수업도 참여해보고, 학생들과도 관계를 맺고, 학교 문화를 접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유 시간에는 여행도 해 볼 수 있는 꿈같은 시간들이었다. 당시 신청자 한 해 면접을 보고 합격한 사람들만 갈 수 있었다. 면접 시 꼭 체크 하는 필수 사항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일본어로 대화가 가능한지에 대한 여부’였다.      

고등학교 때  제 2외국어가 일본어이긴 했지만 기본적인 인사말 정도밖에 모르던 나였다. 처음엔 걱정이 되었지만 일단 면접을 보았다. 면접을 본 인원이 많아서 일본으로 떠나기 하루인가? 이틀 전까지만 해도 대기자 명단에 있었으나, 누군가 개인 사정으로 합격을 취소하면서 나는 운이 좋게 갈 수 있었다. 그렇게 다녀온 일본 여행은 그 어느 때 보다 좋은 경험과 기억을 안겨주었고, 깊은 인상을 주었다.      


일본식 건축 방식으로 지어진 숙소에서 함께 동행 했던 친구들과 한국어가 가능한 일본인친구들 몇 명이 모여 담소를 나누었다. 숙소는 복도가 있는 다다미방, 벽장, 화장실 구조가 특이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 당시 함께 갔었던 한국 학생들도 같은 과가 아니라서 서로 대면 대면했었지만 워낙 소수인원으로 참여했었기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일본인친구들은 한국어가 가능하고, 평소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일본인 친구의 가이드로 나고야 시내를 돌아보고,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4박 5일이라는 다소 짧은 여행 기간 동안 같은 아시아권이지만 문화적으로 너무나도 다른 나라임을 절실히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      


또 다시, 2005년 8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긴자 그 외 


이 시기의 여행 경험은 너무나도 강렬해서 한 동안 잊지 못하다가 두 달 뒤쯤 친구들과 또 다시 일본여행을 다녀왔다. 첫 일본여행은 비행기를 타고 갔지만, 이번엔 배를 타고 떠났다.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다른 도시, 다른 동행인들과 함께 했던 여행이다. 상황, 목적, 계기, 장소가 모두 달랐기 때문에 새롭게 느껴졌던 순간이기도 했다.      

패키지여행이었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지점들을 안내하는 코스였다. 화산이 폭발하여 사라진 마을을 그대로 유지시켜 역사현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을 방문하고, 지금 당장에 터지지 않는 휴식기의 화산 상태를 보기도 했다.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화산에서 나오는 연기와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특유의 유황냄새가 나기도 했는데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것들이라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또, 원자폭탄이 투하 되었던 히로시마를 가서 그 현장을 보고, 그 당시 상황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지형적 특성과 화산이 터지고 난 뒤 일어난 상황을 기억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원자폭탄을 투하해서 많은 피해를 입었던 히로시마라는 지역을 좀 더 관심 있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엄청 무더운 날씨에 엄청 빡빡한 스케줄이었지만, 일정의 마무리엔 온천 체험이 있었는데 이것 또한 색다른 느낌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온천체험이 되어 버렸는데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아직도 부족하다, 2008년 8월 도쿄오다이바지유가오카


강렬하게 2번 연속 일본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는 눈코 뜰 새 없이 곧장 취업을 하게 되었다. 사실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집안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아서 부모님께 부탁하긴 어려웠고, 여행 경비를  

직접 마련해야 했다.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방법을 생각하다가 사장님께 특별히 부탁을 드려서 아르바이트 비를 미리 당겨 받았다. 사장님에게는 직원도 아니고 아르바이트생에게 선불을 해줬다가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간단한 안전장치 정도의 서류만 작성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선뜻 아르바이트 비를 선불해주셨다. 그 덕에 나는 좋은 경험과 기억 그리고 여행을 할 수 있었다.      


2008년 여행이 좀 특이했던 건 그 당시에 여행일정을 짜다가 겹치는 동선이 있으면 동행을 구해 함께 여행하는 방식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용기가 나서 낯선 사람들과 여행을 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공항에서 처음 만난 이들과 여행을 했다. 숙소는 한 곳으로 정하고, 인원도 5명이었기 때문에 숙박비를 절약할 수 있었고, 각자가 짜 놓은 일정 안에서 따로 또 같이 여행을 했다.     


13년이 지난 지금도 이때 여행 중 잊혀 지지 않는 일화가 하나 있다. 일행 중 한 친구는 대기업에서 비서직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여행 일정 중에 거래처 사장님과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혹시 시간이 되면 함께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업무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고 순수하게 식사 자리라고 하니 큰 부담이 되지 않아서 함께 가게 되었는데, 그 때 저녁식사로 먹었던 회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도쿄타워를 정면으로 바라 볼 수 있는 건물이 있었는데 원래는 출입 시간이 지나서 들어가 볼 수 없었지만 약간의 도움으로 밤의 도쿄타워를, 도쿄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또 오다이바에서는 건물 사이사이를 지나는 지상철을 처음 타보았는데 이 경험은 말로 할 것 없이 신기하고도 짜릿했다. 지하철도 타 본 적이 별로 없는데 지상철이라니. 눈앞에 손을 내밀면 닿을 듯한 거리에 건물이 보이고, 그 사이를 지나가는 것을 보고 느끼고 있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이러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서울에서 지상철을 타 보았으니 어떻게 보면 지하철, 지상철에 대한 경험은 서울에서 보다 일본에서 경험이 더 많은 것 같다.     



by 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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