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넘은 아이

by 검정고구마

일곱 살 아이는 오늘도 엄마, 아빠 사이에 누워 자겠다고 투정을 부린다. 자기 방에 보내봐야 오늘도 새벽에 깼다는 핑계로 살며시 들어와 이불을 비집고 들어오겠지. 그러면 나는 또 엄마를 껴안은 아이의 웅크린 몸을 뒤에서 꼭 끌어안고, 달콤한 머리 냄새를 맡으며 남은 잠을 청할 거야.


아침 햇살에 모두 같이 눈을 뜨고, 게으른 주말 아침을 만끽해. 아이에게 “언제까지 엄마, 아빠와 자고 싶어?“라고 물었더니, 평생이라고 답하는 아이에게 따져보고 싶었어. “나중에 너도 결혼해서 아내가 생길 텐데, 아내랑 살아야 하지 않겠어?“라고 묻자, 곰곰이 생각하던 아이는 붙어 있는 아파트 두 채를 사서 가운데 벽을 헐고 문을 내서 살겠데. “그래도 잠은 아내와 자야지” 라고 하자, 살며시 웃던 아이는 그래도 주말에는 엄마, 아빠 방에 와서 같이 자겠다는 말을 해. 아내가 화를 내면 어떻게 할지 물었더니, 방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을 거래. 어이가 없었지만, 그 마음이 너무 귀여워 한참을 웃었지.


그러다 밤에 술 한 잔을 하고 생각해 보니, 나도 마음은 일곱 살 천진난만한 아이의 마음 그대로인데, 어른 흉내를 내며 사느라 참 고생이 많았구나 싶어.


나도 마냥 놀고만 싶고, 단 것만 먹고, 장난감도 잔뜩 사고, 할 일은 미루고, 만화만 보고, 게임만 하고, 친구들과 지칠 때까지 놀다가 상상에 빠져서 우주도 가고, 전쟁도 하고, 연예인도 되어 보고… 그러다 엄마 무릎에 그냥 가만히 누워서…


햇살 가득한 방 안에 떠다니는 뽀얀 먼지들 그저 멍하니 바라보면서, 귀지 파주는 사각거리는 소리에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다, 큰 거 나왔디며 엄마가 손가락에 묻혀주면 엄지와 검지로 사부작 비벼서 날려 버리는 일곱 살 나의 마음 그대로인데…


엄마 손 꼭 잡고, 폭신한 엄마 팔 꼭 껴안고 잠들고 싶은데, 걷다가 힘들면 아빠 품에 달려가 안아 달라고 하고 싶은데.


어쩌다 이렇게 커버렸고, 어른 흉내 내면서 사느라 참 고생 많았구나 싶어.


정말 고생 많았어. 어린 나의 마음아. 어른이 되어버린 내가 너를 위해 속삭여. 정말 고생 많았어.


그리고 너무나 그리운 젊은 시절 꽃다웠던 엄마와 든든했던 아빠에게. 분명 나처럼 아이 같은 마음이었을 텐데. 가진 것도 없어서 더 힘들었을 텐데. 꾹 참고 나를 이렇게 키워줘서 정말 고마워.


빛바랜 촌스러운 가족사진이 오늘 무척이나 보고 싶어. 카메라 앞 엄마의 무릎에 앉아 아빠의 손을 잡고 있는 일곱 살의 내가. 마흔 살의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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