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동료

깊거나 얕거나

by 검정고구마

또래 회사 동료들과 친해지는 여정은 어린 시절 친구를 사귈 때와 달리 복잡 미묘하다. 그들은 기대 쉴 수 있는 어깨를 내어주다가도, 때로는 누가 더 잘 하는지 경쟁 해야 하는 존재다. 관계의 섥힌 실타래 속에 내가 그를 믿는 만큼 그 역시 나를 믿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때도 있다.

가장 미묘한 점은 따로 있다. 친해질 수 없으리라는 결론에 이른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하루를 보내며 어렴풋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학창 시절의 우정은 비슷한 마음과 취향의 친구들 사이에 자연스레 형성된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는 자연스레 멀어졌던 것 같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그 얇은 관계를 동료애라는 포장지로 예쁘게 꾸며 꾸역꾸역 유지해야 할 때가 많다.

일주일 중 오일, 하루 중 절대다수의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 그들과의 관계가 때로는 힘에 부치도록 피곤하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상사와의 관계와 동료들과 맺은 얇은 우정의 관계를 같은 사회생활이라고 묶어버리기엔 다른 점이 많다.

특별히 마음이 통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비슷한 또래이기레 함께 커피를 마시고, 술을 마시고, 수다를 떤다. 그러다 문득 피로감에 자리를 끝내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 특히 부질없는 농담 따먹기로 가득했던 자리는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남지 않아 허무하기까지 하다. 박장대소하며 즐거운 듯 시간을 보내지만, 자리를 뜨고 일어설 때면 다 쌓은 모래성을 휘휘 허물어버리는 것만 같다. 다 같이 웃으며 발로 휘휘.

성향의 차이일 뿐이다. 누가 맞고 틀리고, 누가 수준이 높고 낮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그들과 나누는 시간이 나의 가슴을 적시거나 따뜻함을 안겨주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물론 잘 맞는 이들과의 시간에도 농담 따먹기는 존재한다. 하지만 오고 가는 농담 뒤로 전해지는 고민과 고백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교감의 차원은 다르다.

물론 누군가와의 대화가 농담 일변도로 흘러가는 것은 상대방 역시 교감을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내가 편견에 사로잡힌 채 지레 선을 그어 나의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농담만이 가득한 그 시간도 완벽히 무의미한 시간은 아닐 것이다. 그들과의 관계 역시 싫거나 멀리하고 싶은, 무의미해도 좋을 그런 관계는 아니다. 더 가까워지고 싶다가도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이상 발을 내딛지 않는 그런 관계랄까.

회사 친구, 선배, 후배, 동기 혹은 동료라는 단어에는 왠지 모를 관계의 한계가 느껴진다. 하지만 그 한계를 뛰어넘는 친분을 쌓게 되는 경우도 분명 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자연스레 형성되는 경우가 많겠지만, 아주 짧은 대화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퇴근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이와의 짧은 대화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고맙게도 나에게 쓴소리를 해주는 이라던가, 괴로운 나의 과거사를 털어놓게 만드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헤어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또 다른 교감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나누다 보면, 그 느낌이 맞았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더욱 깊은 관계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

그렇게 서로 신뢰의 블록을 쌓아 올리는 듯하다가도, 나만 혼자 열심히 쌓아 올린 것인가 하는 고민을 안겨주는 이도 있다. 불알친구들과의 관계와 비교해보면 우정을 우려낸 시간의 차이 때문인가 싶다가도, 회사라는 공간의 한계 때문인가 싶어 씁쓸해지기도 한다.

나에게 소중한 인연이 된 것 같은 이에게 쓴소리를 해주고 싶다가도 그 한계와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 관계를 망치는 건 아닌지 주저하는 마음에, 그 관계는 사실 그리 깊지 않았던 것 같아 또 허무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한계를 넘어서는 인연도 종종 만들어진다. 그들은 동기, 후배, 선배라는 회사 내 타이틀을 넘어 어느새 친구라는 존재로 마음속에 각인된다.

유치하지만 이들과의 인연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 이 회사를 때려치운다고 상상해보는 것이다. 그랬을 때 나는 이들을 만나기 위해 그 먼 곳까지 방문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

어떤 이는 그렇고 어떤 이는 아니다. 그리고 나 또한 어떤 이에게는 그렇고 어떤 이에게는 아닐 것이다.

서로의 상상의 결과가 일치한다면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테고,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그저 그런 인연이 될 것이다.

만약 어느 한 사람만이 그렇다면 아쉬움이 가득 남는 인연이 될 테고, 그것이 나 같은 부류의 인간이라면 가슴이 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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