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람들의 많은 부분이, 이해되지 않아. 그중에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심심함이라는 감정이야.
정말 이상한 소리란 건 알고 있지만, 난 심심하다는 감정이 잘 이해되지 않아. 분명 슴슴한 맛과 비슷한 느낌일 텐데,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내가 공감할 수 있는 한계는, 지루하다 정도일까? 누군간 그게 심심한 거라고 할 거지만, 지루한 건, 전혀 심심한 상태가 아니야. 왜냐면, 무언가 지루해지면, 금방 다른 걸 찾아내면 되는 거잖아. 그 사이의 시간에 심심한 거라면, 열심히 다음 흥밋거리를 찾는 게 어떻게 심심할 수 있지? 그거 자체도, 이미 흥미로운 주제인데?
꽤나 강압적으로 주장을 펼치고 말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런 거야. 도대체 삶에서 흥미롭지 않거나, 무언가에 관심을 두지 않는 시간이 어디 있지? 바꿔 말하면, 그렇게 낭비할 시간이란 건, 어디에 있지?
이건 인생을 열심히 살란 말도, 나태함에 타락하지 말란 말도 아니야. 존재가 시간의 유한함 속에서, 진정으로 비어있는 무를 느낄 겨를이 있냐는 의문이지. 쉽게 말해 내 경우에, 단 한순간도 흥미의 끈을 놓을 수 없을 만큼, 세상이 흥밋거리로 가득 차있다는 거야.
어릴 때부터 몇 가지 의문이 있었어. 누군가 날 한참 기다리게 할 때마다, 따듯하게 다가오는 사과의 질문.
‘나 땜에 미안해, 심심했지.’
이 친절에 뭔가 거리낌을 느낀다고 한다면, 분명 당신은 내가, 기다림에 화를 내고 싶어 하는 거라고 하겠지. 하지만 내 경우, 너무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어.
‘전혀. 혼자서 나름, 좋은 시간을 보냈는걸. 하지만, 오히려 의문이야. 심심하다는 건, 도대체 뭐지?’
물론 공감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나라도, 처음 ‘심심함’이라는 개념을 배웠을 때, 아마 지겨움이나 멍 때리는 시간을 얘기하는 건지 알았어. 하지만 점점 정확하게,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걸 알았지. 한 때는 곧잘 멍해지는 친구랑,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어.
“너 자주 멍 때리지. 그때 무슨 생각해?”
“? 무슨 소리야. 멍 때리는 건, 그냥 멍 때리는 거지.”
“? 그러니까, 그때 무슨 생각을 하냐고.”
“야, 멍 때린다는 건,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는 거야.”
???
뭔가 배신감을 느껴버렸지. 그 친구에게 두 단어의 뜻은, 나와 전혀 다른 무언가야. 멍 때린다는 건, 딴생각도 않는 상태를 의미할 수 있는 거고(내가 알고 있던 ‘멍 때림’은 ‘사색’에 더 가까운 거였지),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는 ‘지루함’이란 게, 존재할 수 있다는 거야.
그제야 난, 심심함에 대한 사과를 이해할 수 있었어. 물론 누군가의 시간을 빼앗은 것에 대한, 유감을 표현하는 용도도 있지만, 어떤 의미도 가지지 않는 시간일 수도 있음을 우려하는 거야!
물론 내가 지금, 정말 쓸데없는 말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어. 하지만 내게 이건, 큰 차이를 만드는 깨달음이야. 내가 이 부분에서 남들과 명확하게 다르다는 거 말이야.
내가 혼자 생각에 빠지는 시간이나 책을 읽고 있을 때, 어떤 친구가 다가와서, “넌 심심하지도 않니?”하고 물어본다면, 난 불쾌한 의문을 피할 수가 없다는 거니까. 아무 의미 없이 한 순간도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니까, 그런 질문 자체에 짜증이 나버리고, 그게 미묘하게라도 표가 나는 순간, 딱 이상한 녀석이 되기 좋은 거지.
어느 순간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를 ‘과의식증’이라고 이름 지었어. 난 자는 순간을 제외하면, 내면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인간이야. 그래서 산만하고, 쓸데없는 것에 고집을 부리고, 불만이 많은 사람이 되었지.
계속 과하게 신경을 써버리는 것에 주의하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그러고 있는 자신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지. 난 이런 녀석인 걸? 어떻게 의식적으로 노력하든, 인생이 심심해질 틈이란, 있을 수 없는 걸? 이 쏟아지는 잡념 덩어리를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아무것도 없는 인생의 심심함이 나를 채워버린다면, 난 차라리 죽어버릴 거 같아. 그래서 이 물이 범람하지 않게, 연륜의 댐을 강화하는 게 나의 과제이자, 한계인 거겠지.
나름 명상의 시간을 좋아하지만, ‘무념무상’이라는 영적 상태엔 전혀 연이 없을 거 같아. 내가 명상을 좋아하는 방식은, 집중하고 싶은 한 주제만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비움이야. 다만 난, 그 마지막 주제를 끝내 놓아 버릴 수 없는 인간인 거지. 그건 불가능한 거라고, 믿고 있는 거야. 부디 나에게 심심하냐고 물어보지 않길. 나의 삶은, 세상에게 끊임없이 채워지는 운명이란 것을 명심하길. 이게 진리의 한 측면이란 걸, 깨닫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