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93번인 <‘나’ LV1>에서 이어지는 내용이야.
그렇게 난, 내 방식으로 ‘자유’를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어. 이건 내게 ‘자유’가 뭔지 알려준 친구의 방식과는 많이 다른 것이었지. 내가 녀석처럼 자유를 누릴 순 없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었거든.
쉽게 말해서 이건, 성향의 차이야. 친구에게 자유란 ‘자연스레 그러한 것’이지만, 내게 자유란 ‘평생 고민하고 추구해 볼 만한 가치’이기 때문이지. 내 다음 단계는, 내게 ‘자유’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었어.
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정리했지. 내가 계속 숨기고 있는 감정과 사고를 표현하고 싶었어. 분명히 세상은 어딘가 이상하고 끝없는 모순 속에 있다는 확신을 보이는 형태로 만들고 싶었지. 이건 내가 상상하는 세계를 표현하는 것과는 조금 달라. 나만의 세상을 완성하는 것엔 관심이 없으니까. 이미 이 세상의 모습 자체를 분석하고 규명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힘겨워하고 있었고, 동시에 그것에만 흥미를 가지고 있었지.
남들이 보기에 내 행실은, 소설가나 작가가 되고 싶다 정도로 해석될 걸 알고 있어. 내가 항상 글을 쓰려하고, 특이한 사고방식을 설파하려고 하니까. 하지만 난, 아주 오래전부터 내 소망이 그런 것과는 동떨어진 무언가란 걸 알고 있었어.
내가 원한 건, 잘 만든 세상을 치밀한 이야기로 꾸리는 게 아니라, 이 세상의 희한하고 재밌는 부분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장면이나 영감일 뿐이라는 거야. 때로는 아이디어를 날것 그대로 적어 내려가도 좋고, 어떤 건 소설의 한 장면 속에 녹아 있는 것이 좋지. 시나 짧은 글로 끝내는 것도 좋아. 어떤 건 두 가지 이상의 방식으로 표현해 볼 때도 있어.
그 과정에서 난, ‘자유’가 내게 단계적인 관념이란 걸 알았어. 물론 친구의 세상처럼 ‘자유’란, 그 자체로 자유로운 것이지만, 동시에 나의 이 복잡한 염원처럼, 조금씩 풀어 헤치는 퍼즐과도 같다는 걸 말이야. 물론 내 입맛대로 ‘자유’를 개조해 버린 것일 수도 있지만, 이건 내게 흥미롭고 좋은 사고방식이 되었어. 내가 얼마나 자유로운 경지에 이르렀느냐에 따라, 내가 원하는 ‘나’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에 대한 지표가 되었으니까.
이렇게 ‘자유’가 단계적인 관념이란 걸 온전히 이해하는 게, 나의 LV2라고 정의했어. 대학 시절엔, 이 깨달음이 인류의 역사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 거대한 행운이야. 난 전혀 역사적인 진리에 관심이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아주 정확한 추론을 해나가고 있었으니 말이지.
음, 정확한 전달을 위해 설명을 덧붙이도록 할게. 역사 속에서 ‘자유’란, 단계적인 관념이 맞아. ‘그리스 로마’ 시절에 잘 포장된, 인류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신분사회’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 ‘시민’으로 규정되지 않은 존재는 ‘인간’이 아니었고, ‘자유’와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주체가 아니었어.
‘자유’, ‘평등’, ‘박애’를 내세웠던, 프랑스혁명도 마찬가지야. 조금은 ‘인간’의 범위를 늘렸을지 몰라도, 그건 모든 ‘인간’을 위한 사상은 아니었지. 프랑스는 철저하게 다른 나라와 전쟁(경쟁)을 치러야 하고, 피부색이 다른 노예가 필요했으니까.
여성의 참정권을 쟁취하는 투쟁도 마찬가지야.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되는 수많은 ‘자유’란, 약자의 입장에 선 ‘인간’이 끝없이 피를 흘리며 쟁취한, 역사적 성과야. 그리고 이건 단계적으로 진행되었지. 처음엔 신분과 노예상태였고, 아주 긴 시간이 필요했어. 나중엔 당연하다는 듯이 착취된 노동자였어. 다음은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타민족과 인종, 역사적 패배자였지. 이렇듯 명확하게 ‘자유’는 단계적으로 쟁취하고 발전하는 관념으로써, 우리의 역사 속에 녹아들어 있어.
자유와 역사의 관계는 이쯤에서 끝내야겠네. 다른 장에서 설명하면 좋을 거야. 아무튼 내가 하려던 말은,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이 단계적으로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란 걸 깨닫는 것이, LV2의 경지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