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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으로 매듭 반박하기

가끔 세상은, 무한 차수의 큐브보다, 백과사전에 더 가깝단 생각이 들어. 우리가 모아 놓은 지식의 집합체 말이야. 개미를 예로 들자면, 개미 안에 큐브나 사전 따위는 들어있지 않지만, 개미에 대해 안 것을 전부 기록해 놓은 사전이, 우리의 도서관 안에 꽂혀서, 빨리 수정, 보안, 추가되길 바라는 모습이 더 적절할 때가 있단 거지.


세상이 복잡하다고 생각되는 증거들은 세상에 있거나, 세상이 만든 게 아니라, 우리가 집약한 자료들로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단 거야. 진짜로 우릴 복잡하게 하는 건 복잡한 세상이 아니라, 애초에 큐브도 사전도 없이, 그냥 단순히 존재하는 세상을 알기 위해 덧붙인, 우리들의 해석과 그 조합들이라는 거지. 그렇게 생각한다면, 백과사전의 비유가 더 적당하지 않을까? 도서관 바깥세상은 사실 전혀 복잡하지 않지만, 좋게 말하면 세심하고 나쁘게 말하면 고지식한, 인류의 예외적인 도서관에만 복잡한 세상이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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