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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씨 Aug 16. 2017

감사한 분들께 감사를 담아 띄우는 편지

소설이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빨리 많이 쓸게요


누군가 '직업이 뭐에요?'라고 물으면 '옷을 팔아요'라고 답하면서도, 저 깊은 곳에서는 '작가에요' 라고 답하고 싶은 욕심이 꿈틀 거리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 일까요.


욕망을 자각하는 것은 발전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끝없이 채찍질하게 되는 씨앗입니다. 글을 쓰는 일, 상상의 꽁무니를 쫓아 바쁘게 단어와 문장으로 세상을 짜내려가는 일이, 나의 업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마음에서 자꾸만 솟아나서 숨이 찹니다.


전화를 하고, 웃으며 대답을 하고, 기획서를 짜는 '일 하는 낮시간' 동안에는 글쓰는 제가 생각나지 않았었는데, 요즘들어 머리가 먼저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사랑할까. 그래서 그녀는 그를 잃어 홀가분할까, 정말 홀가분 하기만 할까. 그냥 보통의 사랑이야기,에서 끝이고 싶지 않아서 그럼 어떤 에피소드를 넣어야 더, 오늘 같을까. 작년도 내년도 아닌 딱 올해의 여름 같을까를 생각합니다, 숫자를 적어 넣어야 하는 엑셀판 앞에서 그와 그녀의 연애를 생각하는 것은, 영원한 사랑을 믿고 있는 것 따위는 전혀 프로페셔널하지 않잖아요, 이 모순이 저를 너무나 힘들게 합니다. 네, 어제가 힘든 하루였어서 그렇습니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글을 쓰는 매일이, 그 단순한 삶의 패턴이 행복이었었는데. 그렇게 1년의 75%를 살아내고 나니, 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 그렇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나의 업이 싫어서가 아니라, 글을 쓴다는 이 행위가 좋아서. 그렇습니다.


어제는 정말 힘든 하루였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매장을 찾아가서 웃으며 일을 했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의 고민을 해결해 주었고, 달라질 하반기의 마케팅 계획을 공유했고, 부족함을 절감하긴 했지만 나아질 수 있을거야라고 다짐을 했고, 괜찮아 잘 하고 있어 라는 리더의 격려를 들은 하루였습니다. 아주 평범한 직장인의 하루였고, 나의 스물일곱 여름이 아주 평범한 하루로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자각했다는 점에서 아주 힘든 하루 였습니다. 꿈의 존재를 믿으시나요? 꿈을 이루기에 늦은 때는 없다는 것도, 믿으시나요? 저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피어나는 '하고 싶어'들의 소리에 귀가 멀어버릴 것 같습니다. 글을 쓰고 싶고, 노래를 하고 싶고,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당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고, 아픔에 위로를 주고 싶고, 절망에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지금 그 일들을 해내기 위해 어디쯤 와 있는걸까, 를 생각해보면 전년과 다를 것 없고 내년도 이 것과 그닥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이 제 발 아래를 쉴새없이 간질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쩌면 좋을까요.


생각없이 글만 쓰고 싶어서 제주도행 티켓을 끊어 아주 한적한 곳을 찾아왔습니다. 아점을 먹고 기억이 나는 오늘의 첫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 글을 쓰고 있습니다. 머리가 복잡해서 두서 없이 브런치를 열었습니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공기를 울리는 타닥타닥 소리 사이로 파도소리가 추임새를 넣습니다. 눈 앞에는 끝없는 바다가 펼쳐져 있고, 저에게는 펼쳐갈 그와 그녀의 세계가 있습니다.  이제는 이 공간이 저의 비상구이고, 저의 피난처이고, 저의 집인가 봅니다. 잡아 먹을 듯 달려드는 "해주세요, 해주세요" 들을 off해 버리고 하얀 화면 앞에 나눔고딕체로 한 자 한 자를 써내려가노라니 안정이 됩니다. 브런치를 열자 마자 파란색 동그라미가 석 삼자로 누운 까만 작대기 옆에 붙어있는 것을 볼 때면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내가 치열하게 생활에 물어뜯기는 동안, 밤의 내가 적어내린 글을 읽어 주신 분이 계시다는 것. 누군가 나라는 사람의 글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져 주신다는 것, 그리하여 구독하기를 누르는 수고를 감내해 주신다는 것, 또 아주 가끔은 그 예쁜 마음을 댓글로 달아주신다는 것에 무한한 감사와 생의 의미마저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어제는 아주 힘든 날이었지만, 오늘도 글을 쓸 수 있기에 내일은 힘이 조금 덜 들 것 같아요. 그 내일은 조금 더, 그리고 그 다음 날은 조금씩 더. 들이는 힘이 줄어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더 많이 쓰고 싶고, 더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지금처럼 제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게  소설을 읽어 주시겠어요?




그 곳에 계신 감사한 모든 분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제주에서의 까만 밤에 한 자 한 자를 적었습니다. 글을 올리자마자 댓글을 달아주시는 감사한 분들,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하실 거에요. 여러분이 응원해주시는 것은 소설 속 주인공들 뿐 아니라 제 자신이기도 해요, 붙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할게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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