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를 위한 이재용부회장의 말, 멈추면 미래가 없다

by 윤성씨

이재용 부회장이 천안 현장을 찾았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겠지만 언론에는 네 마디가 공개됐다.


불확실성의 끝을 알 수 없다.
갈 길이 멀다.
지치면 안 된다.
멈추면 미래가 없다.



사장님의 귀찮은 잔소리로 들려야 하는데
벼랑 끝에 선 다급한 호소로 들리는 이유는 뭘까.

코로나가 시작되면서부터 나는 많은 것을 멈추었다.
어떤 것은 멈출 수밖에 없어서 그랬고
어떤 것은 하려면야 어떻게든 하겠지만 그래 봤자,
불확실해서 안 했다. 애써 마음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시도했는데 안되면. 다시 그 실패를 하나하나 피. 드. 백해서 다음 버전에 반영하고, 그 버전도 실패하면 또다시 피. 드. 백 해서 그다음 버전에 반영하 고를 될 때까지 반복하는 대환 장파 티가 신물 나서. 안 했다.
내 고생의 대가가 확실하지 않으니까.

불확실해서 하지 않은 것인데 이부회장은 불확실성의 끝을 알 수 없다고 한다. 불쑥 직장인 시절 어쩌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상무님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안전지대를 벗어나야 한다."

멈춘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

밥도 먹고 기지개도 켜고 산책도 하고 할 텐데,
그 모든 행위를,
내가 지금껏 해오던 방식대로 하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멈추고,
시도로부터 비롯된 실패를 피해서,
나만의 안전지대에 정착한 상태가, 멈춘 것이다.
상무님의 요지는 안전지대에 정착하는 순간

목적지에 다다른 것 같아 보이지만, 오히려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는 말이었다. 그 말 덕분에 그 당시 나는 소극적으로 생활하는 것은 매우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되는대로 살게 되는데
왜, 그렇게 위험을 두려워하는 거야, 젊은 사람이?'

이런 멋모르는 생각으로 퇴사가 뭔지 창업이 뭔지 법인이 뭔지도 모르고 덜컥 만들어버렸으니 인생이 참 피곤해진 것이다.
도전의 결과로 실패라는 잔을 연거푸 들이켜보니,

안전망을 추구하는 이유를 뼈속 깊이 알겠다.
경제적, 관계적, 정신적 안정은, 생존이기 때문이다.

고로 안전지대를 벗어나라는 말은
매우 위험하다.
한 번도 실패를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오만한 말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삼성에게 실패는 없었나.
규모가 크다는 것은 책임져야 하는 무게가 크다는 뜻도 된다. 삼성이 내놓았던 모든 서비스와 제품이 다 잘되었나, 모두 호평을 받았나, 손해를 본 게 하나도 없나. 결코 그렇지 않다. 게다가 안 살림은 뭐 대단히 편안한가.
이재용 부회장은 수사심의위원회로부터 불기소 권고를 받은 직후에 이 말을 했다. 제도를 보완해라, 기소해야 한다, 비판이 잇따른다. 그의 잘잘못을 떠나 온 국민의 입에 맞네 그르네 판단이 오르내리는 것은 당사자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일 것이다. 한 반에서 나를 두고 몇몇이 귓속말만 해도 속이 불편한데 그 수가 몇천만이라면 훈련이 되었다한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한들,

아무렇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묻고 싶다.
불확실성이 두렵지 않냐고. 잠깐의 오판으로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될 수도 있는데. 갈 길이 멀다는 것이, 그 머나먼 길을 그리는 것만으로 숨이 턱턱 막히지는 않느냐고. 지치지 말라고 말하는 당신은, 정말 지치지 않아서 그런 말을 하는 거냐고.

대답을 듣지 못하겠지만 한참 생각하노라니 문득 언젠가 들었던 좋은 목동 이야기가 떠오른다.
목동들이 양에게 풀을 뜯길 때 이 목초지의 풀을 다 먹이면 어디로든 간다. 어디가 맞고 틀리고는 모르겠고 일단 여기는 다 먹었으니까 이동하는 것이다.

그대로 있다가는 굶어 죽으니까.


그래서 앞으로 가야 한다.

앞날은 어차피 아무도 모르고 미래는 느긋하지 않다.

이 길의 끝에 뭐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걸어야 할 길이 매우 길다는 것과

숨이 턱턱 막히고 발바닥이 따가워도

걷기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만, 알겠다.


7월의 첫날. 하반기가 시작된 오늘에.

힘내기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지금까지처럼 잘 걸어가 보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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