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시급의 반의 반의 반도 안 되는 보수로 10명도 올까 말까 한 시장에 천여 명의 사람을 너나 들게 했음에도
계약 조건 이행은 고사하고 짐짝처럼 쫓겨난 겨울부터였을까.
몇 시간 통화 끝에 '내용은 모르겠지만 나에게 영업하는 이 사람을 믿어보자'는 마음으로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 결제하자마자 연락은 고사하고 제대로 관리도 해주지 않는 광고대행사의 모습을 보면서부터였을까.
내 최선은 항상 모자라기에 따뜻함보다 질타와 손가락질로 마무리되었던 창업 1년 차의 경험은 -
타인이 지옥이기 때문이라는 말로 내 고통을 정당화하고 싶게 만들었나 보다.
그래서 마음을 닫았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것보다 끊었던 술을 들이켜는 것이, 하소연하거나 징징대는 것보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삐질삐질 눈물을 닦는 것이 낫다고. 그렇게 혼자 믿었다.
1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나는 좋든 싫든 사람의 파도 위를 떠다녔지만 닻도 돛도 없이 그저 발버둥을 쳤다. 때로 좋았고 물론 웃기도 했지만 요즘 들어 왜 이리 마음이 공허한 지 모르겠다고, 밤 11시가 넘어갈 때쯤이면 씁쓸히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갑자기 커피 한 잔 생각이 나서 집을 나서는데 카카오톡 선물함에 쌓인 기프티콘을 보게 됐다.
하나는 대학교 동기 언니에게 갑자기 온 스타벅스 커피 쿠폰이었고 다른 두 개는 공방을 쉐어하던 선생님들이 고맙다며 주신 쿠폰이었다. 나는 고마운 일을 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따뜻한 바닐라 라떼 아래 쓰여있는 메시지들은 하나같이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들이다. 어찌 보면 참 쉽게 할 수 있는 말인데 차가운 금요일 아침 보도블록 위에서 새삼 울컥해졌다.
손가락 끝을 덥히는 라떼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니 만들어 놓고 어찌할 바를 모르던 글쓰기 노트 200여 권이 현관에서 나를 맞는다. 불쑥 제 주인을 찾아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쓰는 수요일 단체방에 노트 소개와 사진을 올리면서 필요한 분들께 배송해드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또 무슨 일인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개인 카톡으로 주소를 보내주신다. 좋은 노트 만들어주어서 고맙다고, 이런 이벤트 참 좋다고.
혼자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것 하나 혼자서 된 것이 없다. 다시는 사람을 믿는 멍청한 일은 하지 않겠다고, 철저히 나만 나 하나만 생각하자고 악다구니를 해봐도 그 딱딱한 마음을 녹이는 것은 언제나, 언제나 사람이다. 나의 쓸모를 나 스스로 만들어 낸다는 생각은 얼마나 이기적인가. 역할은 늘, 타인을 돕는 일에서 생겨난다.
지옥 같은 관계도 있겠지만 불구덩이에 소나기를 내리는 사람들 덕에 세상은 아직 살만한 것 아닌지.
반성하는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해야겠다.
PS. 혹시 글쓰기 노트가 필요하신 분이 계시다면 feys0514 카카오톡으로 성함 주소 연락처를 보내주세요, 배송비만 받고 노트는 몇 권이고 무료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글쓰기를 사랑하는 분들과 연결되어 있음에 감사한 아침이에요.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