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배구모임에 나가게 된 지도 한 달이 되었다. 일단 꾸준히 해보자는 생각에 인내심을 갖고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월요일마다 네 번을 참석했더니 그곳의 사람들과 어느 정도 친분이 생기고, 배구의 재미도 느껴져 월요일이 항상 기대되고 설레었는데 어제는 시작부터 기운이 없었다.
똑같은 상황에도 기분이 더 울적하고 예민해지는 걸 보니 딱 감이 왔다.
'아.. 또 그날이 다가오는구나.'
여자들에게 한 달에 한 번 생리 전 일주일간 찾아오는 지옥 같은 시기, 월경 전 증후군이다.
어플로 확인해보니 역시나 딱 일주일 정도 남았다.
이 시기에는 갑자기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고 짜증이 나고 우울해져서 이게 진짜 내 감정이 맞는지, 아니면 월경 전 증후군으로 인한 호르몬 때문이지 스스로 판단하기가 어려워진다.
나만 이렇게 월경 전 증후군을 힘들게 겪는 걸까... 고민이 되어 이전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던 아일랜드 출신 원어민 친구에게 영어로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친구는 "Same here!" 하고 대답하며 자신도 똑같은 감정을 겪는다고 공감해 주었다.
그리고 자신만의 극복 방법으로 우울하고 짜증이 날 때마다 "This is not real, this is not real emotion!(이건 내 진짜 감정이 아니야)"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이듯 말한다고 했다.
친구가 이야기해 준 이 방법은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되어 그 친구가 이 얘기를 해준 3년 전부터 나도 똑같이 주문처럼 "This is not real, I'm gonna be okay.(이건 진짜가 아니야, 난 괜찮을 거야.)" 하고 스스로에게 되내고 있다.
하지만 나의 노력과는 별개로 월경 전 증후군은 때때로 평소보다 나를 더 소심하고 생각이 깊어지게 만든다. 특히 밤이 되면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작아지는 듯한 기분이 느껴지게 한다. 타인의 말과 행동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자꾸 눈치를 보게 된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잠을 푹 자고 일어나면 어느 정도 해소가 되는 편이다. 하지만 오늘은(글을 쓰고 있는 지금 새벽 1시가 다 되어가니 어제가 되었다.) 9시가 조금 넘어 잠들었는데 12시가 되기 전에 잠에서 깨어버렸다.
이것은 월경 전 증후군 때문일까.
아니면 내 안에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감정 때문일까.
마음을 다잡자고 스스로 결심한 것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었는데 아직도 가슴이 이렇게 답답하다니... 나도 이유를 잘 모르겠는 이 감정이 부디 월경 전 증후군 때문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일주일 후에는 마음이 말끔해질 테니.
일주일의 우울하고 예민한 이 시간을 인정하고 나에게 좋은 음식을 선물하고 좋은 음악을 들려주면서, 스스로 사랑해 주고 다독이며 잘 지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