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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햇살 Nov 28. 2024

첫눈

즐겁고 설레는 추억 만들기

 어제는 기다리던 첫눈이 펑펑 내렸다.
 이렇게까지 많이 올 줄은 몰랐는데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을 정도로 많이 왔다.


 아이들은 창문에 달라붙어 바깥세상을 갈구하는 강아지처럼 보이지 않는 꼬리를 흔들며 저마다 "선생님 오늘따라 더 예쁘세요.", "선생님, 오늘 옷이 더 잘 어울리세요!", "선생님이 입으시니까 옷이 명품같이 느껴져요.", "선생님은 저희 엄마보다 100배 아름다우세요." 등등 목적성이 확실한 아첨성 멘트를 날렸다.


 하지만 아이들의 의도를 알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밖으로 나갈 듯 말 듯 여지를 주면서 나를 위한 이 축제를 좀 더 즐겨보기로 한다.

 "흠.. 방금 멘트 좋았어! 그런데 진정성이 약간 부족하다? 자, 다음 사람~!" 하면서 마치 K팝스타 오디션의 심사위원이 된 듯, 넘치는 아이들의 아부성 멘트를 하나하나 만족스럽게 들었다.



 열과 성을 다해 선생님을 만족시킨 아이들은 드디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티켓을 획득했고, 나는 아이들과 함께 나가서 20분 동안 같이 뛰어다니며 얼음땡 놀이도 하고, 내리는 눈을 흠뻑 맞으며 즐겁게 추억을 만들었다.


 그런데 너네.. 왜 선생님이 "얼음!" 하면 뒤에서 몇 명이 기다렸다가 계속 터치하니? 그러면 술래는 기다렸다는 듯 찜하고..

 혹시 짜고 치는 고스톱이니..?

 난 그렇게 또 술래가 되고... 또 술래가 되고..  이 굴레의 무한 반복이었다.


 술래만 다섯 번 넘게 한 듯...

 귀여워서 봐줬다.



 오늘 아침에는 5반 선생님께서 맛있는 네덜란드 와플을 사 오셨다.

 따뜻한 커피잔 위에 올려놓고 기다리면 열기 때문에 안쪽의 캐러멜이 꾸덕하게 녹으면서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맛있는 네덜란드 와플..


커피 한 잔과 와플을 함께 먹으며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니 포근하고 따뜻한 겨울 분위기가 물씬 난다.


 어제 연구실에서 5반 선생님과 함께 있을 때 창밖의 눈을 보면서 '조용히 카페에 앉아 달달한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눈을 구경하고 싶다'라고 이야기했었는데 커피와 어울리는 디저트를 일부러 사다 주신 것 아닐까, 생각을 하며 참 따뜻한 선배님이시구나.. 하는 마음이 다시 한번 들었다.



 아직 크리스마스가 되려면 한참 남았지만 계획형 인간인 나는 벌써 며칠 전에 품의 기안을 하여 5학년 아이들에게 나눠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해 놓았다.

 행정실로 배송 온 택배 상자를 보니 포장도 꼼꼼히 오고, 간식 구성도 알차서 썩 마음에 들었다. 이 업체는 다음에 재주문해도 괜찮겠다 싶었다.




 올해 호주 연수도 다녀오고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많이 힘들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도 많이 하게 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더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게 된, 아프지만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무미건조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에서 벗어나 내가 모르던 세상을 경험하고, 새로운 운동(배구)도 시작하고, 그곳에서 또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운동하면서 월요일이 손꼽아 기다려질 만큼 기쁨을 얻기도 했다.


 인생은 내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가에 따라 더 많은 활력과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2024년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해가 되었다.


 12월 남은 한 달도, 적극적으로 열정 가득하게 살아봐야지. 하루하루 충분히 즐기고, 많이 웃고, 많이 생각하고 읽고 쓰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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