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욕한 거 맞지? 응? 일단 사과해.

악성민원 학부모와 관리자에게 사과받기까지 3일간의 기록

by 오후의 햇살

6년 전, 1년 반의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한 학교에서 나는 영어 전담교사를 맡게 되었다. 그 학교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학부모 민원이 심하다고 소문난 학교였다. 하지만 육아를 하며 교사로서의 정체성에 갈증이 심하던 나에게 복직은 너무나 설레는 일이었고, 내가 잘하면 다 괜찮을 거라는 오만함이 있었다.


2017년 4, 6학년 아이들의 영어전담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열정에 가득 찼던 나는 아이들에게 단원이 끝날 때마다 연관된 내용이 있는 팝송을 가르치고, 단어 시험도 보고, 시험에서 틀린 단어는 다음 시간에 숙제로 써오게 해서 검사도 하고, 아이들과 즐거운 영어 게임도 하며 복직 후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수업이 끝나고 다음 날 수업준비를 하고 있는데 교감선생님한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잠깐 교무실로 내려와 봐요."

무슨 일이지? 생각하면서 교무실로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날 부르실 이유가 없는데..


"교감선생님, 부르셨어요?"

긴장된 마음을 감추고 미소를 띠며 내가 말했다. 그러자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렸다.

"어, 방금 학부모한테 전화가 왔는데 선생님이 교실에서 욕을 했다면서? 학부모한테 내가 죄송하다고 했어. 선생님이 학부모한테 직접 사과해."


이게 무슨 말인가.. 나는 어릴 때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라서 친구들한테 장난으로라도 욕해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학교에서 그것도 아이들한테 내가 욕을 하다니! 어이가 없으면서도 나에게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학부모의 말을 믿고 사과를 강요하는 교감선생님한테 너무나 화가 났다.


"교감선생님, 저 아이들한테 욕한 적 없어요. 혹시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신 거 아니에요?"

분노와 당황스러움을 억누르고 내가 말했다.

"아니 선생님 맞아. 4학년 11반 영어선생님이라는데 선생님이 4학년 영어 가르치잖아, 맞지?"

교감선생님은 마치 내가 방귀 뀐 놈이 성내고 있다는 듯, 그리고 학부모의 전화가 내 말보다 더 믿을만하다는 듯 확신에 찬 어투로 말하고 있었다.


"제가 4학년 11반 영어를 가르치는 건 맞는데요, 저는 정말 욕한 적이 없어요.. 정말이에요."

내 목소리가 떨리면서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잘못한 것도 없는 내가 교감선생님 앞에서 약해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고 있었다.


"선생님이 숙제 검사하면서 안 해온 애들한테 미친놈들이라고 했다면서? 그런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전화가 오겠어?"

교감선생님은 나의 억울함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말했다. 그 말에 분노와 당황함, 억울함의 감정으로 뒤섞인 내가 미처 반박하기도 전에, 나의 뒤통수를 때리는 황당한 일이 또 일어났다.


"선생님~ 우리 조카가 4학년 11반인데, 우리 조카도 선생님이 욕한 거 들었대. 선생님이 실수한 거 아니야?"

교무실에 앉아있던 연구부장 선생님이 이렇게 말하는 거다. 와..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때 스물아홉의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내가 하지도 않은 일로 학부모에게 공격당하는 것도 억울한데 동료라고 믿었던 교감선생님과 연구부장님까지 이렇게 합세를 한다고? 내가 진짜 실수했나? 아니야. 내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 이렇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거구나..


그 순간 나는 다짐했다. 나는 이대로 포기하면 안 되겠다. 나는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 부당한 압력으로 인해 사과하는 일은 절대로 않겠다. 아니, 끝까지 진위를 밝히고 누가 나를 이렇게 모함했는지 찾아서 학부모, 학생, 교감, 연구부장 모두에게 사과를 받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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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내가 진상을 밝히려 상황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반전은 마치 스릴러 소설과 같았다. 내가 하지도 않은 일로 거짓 악성 민원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연구부장의 언니였다.